짜라투스트라 2018. 9. 20. 19:04



안녕하세요. 다시 한번 회장을 맡으면서 이번 학기의 첫 번째 음감회를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1학기에 했던 음감회의 분위기와는 다르게 차분하고 침착한 음감회를 하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선곡의 부분이나 내용적인 부분이나 썩 만족스럽게 되지는 못했습니다. 이제 저도 3학년이라 전공공부에 힘을 더 써야할 때고 또 애인과도 시간을 보내야 하기 때문에 예전처럼 시간이 많이 여유롭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또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음감회지를 열심히 작성한다는 것에 필요이상으로 스트레스를 받지 않기로 했습니다. 저번학기만 해도 음감회지를 아티스트나 앨범의 배경과 같은 여러 정보를 붙이는 등 퀄리티 있게 해서 가져가야 한다는 강박적인 게 있었는데 저 자신의 정신건강에 좀 더 신경을 쓰기 위해서 이제는 조금 놓아주려고 합니다. 

저는 예전부터 정말 좋은 퀄리티의 음감회를 한 번이라도 하고 싶어했습니다. 전체를 관통하는 맥락, 스토리, 철학이 있는. 주제가 있고 누군가에게 감동을 주고 공감을 이끌어낼 수 있게 하는 전시와 같은 음감회입니다. 이번에 그렇게 하고 싶었지만 시간의 부족으로 결국은 이도 저도 아닌 선곡이 되어 버린 것 같습니다. 생각해보면 음감회 할 때 마다 음악 그 자체만을 보고 음악을 선쟁해왔던 것 같습니다. 이번 음감회도 그와 다르지 않게 된 것 같습니다. 결국은 사운드라는 요소만 남아버린 것입니다. 요즘 전공수업을 들으면서도 4차산업 시대에 들어서서 디자인에서 형태와 기능, 기술적인 부분은 이전보다 중요하지 않고 철학, 감성, 사용자의 경험이 중요하다는 말을 많이 듣습니다. 이는 음악을 업으로 하는 사람들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되지 않나 생각이 듭니다. 특히 DJ같은 경우 생각해보았는데 스트리밍 서비스나 유튜브로 이전보다 비교가 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음원들을 접할 수 있기 떄문에 선곡을 잘 하는 사람은 많습니다. 또한 디제잉과 같은 테크니컬적인 부분도 기계가 알아서 해주거나 이전보다 편하게 할 수 있기 때문에 이 부분에서도 많은 사람이 어느 정도는 할 수 있다고 봅니다. 중요한 것은 자신이 가진 철학이라고 생각합니다. 선곡을 하는 것의 이유가 정확한 것이 필요합니다. What, Why, How가 있어야 합니다. 그저 사운드적인 부분 하나만 보고 해서는 안됩니다. 음악 외적인 부분까지 꼼곰히 공부를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결과적으로 그런 섬세하고 정확한 선곡이 수용자들에게 울림을 주고 감동을 주는, 푼크툼적인 순간을 제공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번 음감회는 저의 기준에서 실패한 음감회가 될 것입니다. 학교 상담을 다니고 있는데 제가 완벽주의 성향이 있어서 어떤 일을 하면 0 아니면 100을 해야 하는 강박적인 성향이 있다고 하더군요. 정말 맞는 말이었습니다. 저번 학기만 해도 과제를 해야하는데 100을 해야 한다는 압박감에 스트레스를 과하게 받다가 결국은 수업을 나가지 않고 그랬거든요. 이번 음감회도 100을 꿈꾸었지만 결국은 0이 되버린 것 같습니다. 겉보기에는 50정도 되보이지만 제가 볼 때는 0이 되어버린 것 같습니다. 다음 음감회는 정말 준비를 많이 해서 전시를 하나 기획하는 느낌으로 100읋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렇게 한 번 제대로 하는 게 꿈입니다. 오늘은 제대로 준비되지 않은 음감회를 하게 되서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실패했지만 아무쪼록 잘 들어주셨으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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