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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감상회/2018-2

11.14

짜라투스트라 2018. 11. 14. 20:10



https://itunes.apple.com/us/playlist/181107/pl.u-ZmblV8Jh0663BRp
*애플뮤직에서 서비스하지 않는 곡(백현진 - 어른용 사탕)은 아마 안 나오실 거에요.




안녕하세요, 주지현입니다. 짜라투스트라를 들어온지 이제 5년 째입니다. 시간이 참 빠르게 지나가네요. 그동안 좋은 쉴 곳이 되어주었던 동아리방 소파에게 감사의 말씀 전하고 싶군요… 그리고 저는 내년부터는 학교에 올 일이 별로 없는 사람이 되거니와 아마 그쯤 되면 이 곳을 찾는다 해도 저를 아는 사람도 별로 없을 것이 분명하니 이번 음감회가 마지막이 될 것도 뭐 당연한 사실입니다. 앞으로 보고싶을 때는 개인적으로 연락하여 봅시다.
재학 중에는 적어도 한 학기에 한번은 음감회를 했으니 마지막 학기도 한번은 하고 가야죠. 그래서 준비한 음감회입니다.
요즘은 기본적으로 노곤한 상태로 살아가는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졸업 전시 준비와 외주 촬영 편집 작업이 대부분의 제 일과인데, 그래서인지 디폴트 상태가 피곤해요. 원래 대중교통에서 쉽게 잠들지 못하는 사람이었지만 요 근래에는 버스를 타면 졸게 되네요. 그리고 보통은 대중교통을 타고 이동하는 시간에 주로 음악 감상을 하게 되기 때문에(다들 그러지 않나요) 음악을 찾고 바운더리가 넓어지는 시간 또한 이동 시간에 한정되어버렸죠. 아무튼 이런저런 저의 요즈음의 상황과 종합하면 피곤한 상황에서 피곤한 음악(밝고 경쾌하고 발랄한…비트가 강하고 뽕끼 넘치는 그런 것)을 듣는 것은 두배로 피곤해지는 일이고, 자연스럽게 귀에 거슬리지 않으면서도 조용하고 안정되는 음악을 찾게 되는 것 같습니다.
어쩌면 듣다가 조실 수도 있겠습니다. 그러나 이해합니다. 피곤하실 수도 있죠. 저도 오늘 틀 노래들을 배경음악으로 자주 졸곤 합니다. 정 피곤하시면 이 자리에서 쉬다 가시는 것도 좋겠습니다. 쌀쌀해지는 계절에 어울리는 음악들입니다.



10곡, 48분
김해원 - 불길 / 바다와 나의 변화(2018)
김해원 - Televison / 바다와 나의 변화(2018)
Night Off - 리뷰(Review) / Take A Night Off(2018)
백현진 - 어른용 사탕 / Time of Reflection(2008)
사람12사람 - 빗물구름태풍태양 / 빗물구름태풍태양(2018)
사람12사람 - 무덤 / 빗물구름태풍태양(2018)
Room306 - 우리는 소복하게 앉아 / 인사(2018)
히피는 집시였다 - 사이 / 빈손(2018)
Leifur James - Suns of Gold / A Louder Silence(2018)
Puma Blue - Lust / Blood Loses(2018)




1. 김해원 - 불길 / 바다와 나의 변화(2018)

불 길이 치솟아 올라 나의 마음 한복판에서
기억들은 파편이 되어 땔감이 되어 타버리네
모닥불 잠시 쬐다 잃어버린 사진이네
어두워진 거리에는 내 마음의 불씨가 없네
바람은 너무 춥고 날카롭게 창문 밖을 서성이기만 하네
내 마음에 눈이 내려와 흔적 위에 쌓이네
연기를 바라보네 마음 속을 들춰보니
지붕만 남은 내 어릴 적 집과
화면이 없는 텔레비전뿐이었네
바다 한가운데 나의 집이 떠내려가네
내 전부를 그렇게 잃었어

2. 김해원 - Televison / 바다와 나의 변화(2018)

밤중에 장작불을 피워놓고 흩날리는 불씨를 한없이 보았던 경험이 있으신지요… 그 불씨의 모양새나 행동거지를 음악적 형태로 상당히 유려하게 표현한 곡입니다. 딱 요즘 같은 날씨에 듣기 좋죠. 저는 얼마 전 EBS스페이스공감 방청을 통해서 김해원씨의 라이브를 보게 되었는데, 잘 감상하던 와중에 같이 갔던 친구가 너무나 잘 자고 있던 것을 발견했던 기억이 납니다. 김해원씨의 라이브는 좋았지만 세션 분의 박자 놓침이 너무 잘 들려서 고통스러웠던 기억도 있고요... 그러나 듣고 싶었던 이 두 곡(불길, 텔레비전)은 듣고 와서 좋았네요.
김해원씨는 김사월X김해원 듀오로 알고 계실 분들도 많겠네요. 이 곡은 올해 새롭게 발표한 김해원씨의 솔로 앨범에 수록된 곡입니다. 여담이지만 김사월씨도 올해 솔로 앨범 2집을 내셨죠. 1집을 듣고 기대가 컸는데, 2집에서 약간 평이해진 감이 있어 귀에 꽂히는 노래는 없더라고요.




3. Night Off - 리뷰(Review) / Take A Night Off(2018)
Mot의 이이언, 그리고 얼마 전 해체한… 언니네이발관의 기타리스트 이능룡 두분이 함께 만든 새로운 그룹 나이트오프입니다. 이름에 걸맞게 밤산책을 하는 느낌의 부드럽고 듣기 좋으면서 적당히 우울한 음악입니다. Mot 특유의 개성과 언니네이발관에서 느낄 수 있었던 정체성이 섞여 새로운 느낌으로 재구성되었다고 생각하는데, Mot에 비해 대중적이면서 쉬운 가사와 듣기 편한 멜로디, 차분한 음악으로 변화했으면서도 기존의 패배자 정서는 별로 바뀌지 않아서 좋습니다.



4. 백현진 - 어른용 사탕 / Time of Reflection(2008)

유일한 말벗을 잃은 여자가
건포도가 박힌 식빵을 먹네
건포도는 살짝 맛이 갔네
유일한 말벗을 잃은 여자
택시 뒤에 앉아 자살을 생각하네
창문 밖엔 물에 반쯤 잠긴 잠수교
주머니엔 수면제 만 알
그 여자는 과연 성공 할 수 있을까
그 여자의 엄마는 실패 했는데

유일한 말벗을 잃은 여자가
외로움 지쳐 토끼 두마릴 샀네
콩과 작이라 각각 이름 붙였네
주머니엔 홍당무 세 개
입가에 미소가 번질 무렵
콩이 이틀동안 토를 하다 죽었네
사흘 후에 작도 토를 하다 죽었네
한 마리당 가격은 만 원
그 여자는 삽을 들고 뒷산을 올라
아직 녹지 않은 땅을 파다 손이 까졌네

유일한 말벗을 잃은 여자
동물원에 가서 돌고래 쇼를 보네
물방울은 훌쩍 하늘로 사라졌네
주머니엔 수면제 만 알
유일한 말벗을 잃은 여자가
일곱차례 미수경력을 갖고있네
무교동 여관방에 혼자 앉아서
축발전이라 써있는 시계를 보네
그 여자는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그 여자의 엄마는 실패 했는데
그 여자는 대체 무슨 꿈을 꾸었나
그 여자의 저서는 <어른용 사탕>

전 어어부프로젝트, 현 방백으로 활동하고 있는 백현진씨의 10년 전 솔로 앨범 Time of Reflection(2008)에 수록된 곡입니다. 익숙한 목소리가 들리시나요? 자우림의 김윤아씨가 피처링했답니다. 10년 전 이 앨범이 나왔을 때부터 지금까지 참 열심히 들었는데요, 좋아했던 이유는 아마 영상처럼 그려지는 서사적 가사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인트로부터 엔딩까지 기승전결의 구조를 갖추고 청자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듯이 노래를 부르는데, 담담하면서도 생각보다 끔찍한 내용의 가사가 들을 때마다 다른 느낌으로 다가와서 좋아합니다.
같은 앨범의 '눈물 닦은 눈물'도 추천드립니다. 몇년 전에 음감회에서 선곡했었습니다...



5. 사람12사람 - 빗물구름태풍태양 / 빗물구름태풍태양(2018)

끝없이 하루종일 기다려
니가 빗물이 되줄까 스스륵 밤을 피해야지
니가 구름이 되줄까 주르륵 밤을 녹여야지
니가 태풍이 되줄까 와르르 밤을 부셔야지
니가 태양이 되줄까 화르르 밤을 태워야지
마지막 뱉어 놓은 말에 당황한 밤이여
니가 짙어진다 해도
기억으로 내가 개가 되줘야지
기억에 밤새도록 짖어 울어야지
이렇게 밤비가 내리는 날이면
하루종일 기대에 맘을 적시고
이렇게 고요한 적막한 밤이면
하루종일 썩어 문드러져가 나는
나는 지금
마주치며
너는 지금
마주치며
나는 새가 다 하도록 지는 저 해가 새도록
저기 저 달이 밝도록 저기 매이지 않도록
내가 기대하도록 내가 방황하도록
내가 너를 믿도록
내가 방황하도록 내가 방황하도록
내가 너를 믿도록
내가 나를 믿도록
내가 나를 믿도록

사람12사람의 앨범 타이틀 곡인 빗물구름태풍태양입니다. 제가 정말 사랑하는 뮤지션인데요, 2012년 말 사운드클라우드를 통해 처음으로 음원이 공개된 뒤, 2013년 소량의 CD와 LP를 통해서만 발매되면서 국내 음원 서비스에서는 들을 수 없었던 앨범이었던 <빗물구름태풍태양>이 얼마 전 국내 음원 서비스와 애플뮤직…등등을 통틀어서 스트리밍이 가능해졌습니다. 원래는 늘 사운드클라우드에서만 들을 수 있었는데 말이죠.

6. 사람12사람 - 무덤 / 빗물구름태풍태양(2018)

같은 뮤지션의 같은 앨범, 다른 수록곡인 무덤입니다. 더 추워질 날씨에 사람12사람의 음악보다 더 잘 어울리는 음악이 있을까요? 짙은 안개처럼 깔리는 저음과 싸늘한 보컬이 한국의 혹한기와 아주 잘 어울리죠. 쌀쌀해지는 밤에 듣고 있으면 이보다 더 추워져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7. Room306 - 우리는 소복하게 앉아 / 인사(2018)

내리던 날 우리는 소복하게 앉아
서로의 얼굴의 안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우리는 너무 약했고 마지못한 두려움에
손을 들이밀 생각조차 하지 못하고
서로의 겹을
하나

세고 있었다
지나고나면 그 어떤 용기가 우리를
따스하게 할퀴고 단단하게 오르고

오르려니
이제, 나는, 오롯이, 소복하게 앉아
실날같은 회상하면
얼굴도, 겹도
잊었던가, 잊었던가.
내리던 날 우리는 소복하게 앉아
서로의 얼굴의 안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우리는 너무 약했고 마지못한 두려움에
손을 들이밀 생각조차 하지 못하고

Room306의 우리는 소복하게 앉아 라는 곡입니다. 아마 제 졸업 전시에 오시면 듣게 될 곡인데요. 편집을 하며 몇백번을 들었는데도 여전히 좋아하는 노래입니다(그러기 쉽지 않은데 말이죠). 음악에 대해서 이야기하기에는 약간 어려운 것이…몇백번을 듣다 보니 분석을 하기에는 이제 뭐가 뭔지 모르겠는(그러나 좋은) 상태가 되어버린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졸전 많이 보러 와주세요. (12.3.~12.8. 홍문관 7층입니다.)



8. 히피는 집시였다 - 사이(with. Sogumm) / 빈손(2018)

북적이는 소리가 날 밝도록 떠나질 않네
상처받은 그 누군가 내게 위로를 원해
생각이 생각의 꼬리를 물 땐
나도 누군가 필요해
펼친 몇 권의 책들마저 서로 쉬지 않고 토론해
상처받은 그 누군가
내게 또 위로를 원해
북적이는 소리가 날 밝도록 떠나질 않네
그럼 또 나는 떠들 수밖에
나도 가끔은 위로를 원해
나에게 말해 너의 마음 안쪽 더 아래
너만 아는 걸 말해봐 말해봐
널 죽인 생각만이 너무 높이 떠 있다
떨어져 주변이 다 엉망인걸 엉망인걸
져가는 저 달이 너무 빠르기에
제자리로 돌아가려 하는 마음 또한 너무 바쁘게
넌 아직도 아닌 척 우린 더는 시간이 없는데
그었던 금을 모른 척하고 사뿐히 즈려 밟았네

히피는 집시였다는 두명의 남성 듀오로 구성된 알앤비 소울 그룹입니다. 그리고 이 앨범은 발매된지 보름 정도 된 아주 따끈따끈한 앨범이지요. 멤버 중 한분이 앨범을 내고 입대했다고 하네요. 사실 요즘 주로 듣는 음악은 이런 장르가 아닌가 싶어요. 듣기 편하면서도 적당히 딥한 느낌이 있는 곡 말입니다…



이제 남은 두 곡은 외국 곡이에요. 적당히 마무리를 짓기 좋은 음악들입니다. 끝까지 잘 들어주시길…

9. Leifur James - Suns of Gold / A Louder Silence(2018)

10. Puma Blue - Lust / Blood Loses(2018)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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