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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감상회/2022-2

11.03

짜라투스트라 2022. 11. 3. 18:20

짜라투스트라 여러분, 안녕하신가요?

첫 음감회로 인사를 드리게 되어 정말로 반갑습니다.

이번 음감회의 주제는 19세기 미국의 낭만주의 작가인 Edgar Allan Poe의 시, A Dream Within a Dream에서 모티프를 잡았습니다.

 

<A Dream Within a Dream>

-     By EDGAR ALLAN POE

Take this kiss upon the brow!

And, in parting from you now,

Thus much let me avow —

You are not wrong, who deem

That my days have been a dream;

Yet if hope has flown away

In a night, or in a day,

In a vision, or in none,

Is it therefore the less gone?

All that we see or seem

Is but a dream within a dream.

 

I stand amid the roar

Of a surf-tormented shore,

And I hold within my hand

Grains of the golden sand —

How few! yet how they creep

Through my fingers to the deep,

While I weep — while I weep!

O God! Can I not grasp

Them with a tighter clasp?

O God! can I not save

One from the pitiless wave?

Is all that we see or seem

But a dream within a dream?

 

1849년에 발표된 이 시는 시인이 인생에서 많은 좌절과 어려움을 겪은 후, 그로부터 얻은 정신적인 고뇌를 담은 글입니다.

좋았던 날들과 희망이 시간에 흐름에 따라 사라져가는 무상함과 종국에는 우리의 존재도 부질없이 사라져 갈 것이라는 낙담과 절망을 우울한 분위기로 전개하고 있습니다.

처음 모든 것이 꿈속의 꿈이라 단정했지만, 마지막에는 정말로 꿈속의 꿈일 뿐인지 신께 반문합니다.

꿈속의 꿈은 이전부터 철학에서 인식론적 명제로 다루어져 왔으며, ∙서양을 막론하고 예술문화에서 인용되고 소재로 사용되었습니다.

동양문화권 아래에 있는 우리는 꿈속의 꿈이라는 주제를 마주하면 장자의 호접몽(胡蝶夢) 이야기를 가장 먼저 떠올릴 것입니다.

 

昔者莊周夢爲胡蝶, 栩栩然胡蝶也, 自喩適志與! 不知周也. 俄然覺, 則蘧蘧然周也. 不知周之夢爲胡蝶, 胡蝶之夢爲周與? 周與胡蝶, 則必有分矣. 此之謂物化.”

언젠가 장자가 꿈에 나비가 되었다. 훨훨 나는 나비가 되어 스스로 즐거워 마음대로 날아다녔는데, 그 나비가 장자임은 알지 못했다. 문득 깨어나니 누워있는 것은 장자였다. 장자가 꿈에 나비가 된 것인지, 나비가 꿈에 장자가 된 것인지 알 수가 없다. 장자와 나비 사이에는 필히 구분이 있을 것이니, 이를 일컬어사물의 遷化流轉[物化]’이라고 한다.

 

이 이야기는 도가사상의 우환의식과 초탈성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메타포로, 예술과 사상 등 여러 방면에 걸쳐 다양하게 변주되며 해석되어 왔습니다.

저는 이 고사를 이야기의 순서대로 정리하여 주제를 중심으로 음악을 나열했습니다.

 

1.     [입몽] 장자는 나비가 꿈을 꾸었다.

[Dreams Tonite -Alvvays]

https://music.youtube.com/watch?v=sttsKvhPVMI&feature=share

이제 우리도 꿈 속으로 빠져볼 때입니다.

첫 곡은 캐나다의 인디 팝 밴드, 올웨이즈Alvvays의 두 번째 앨범, Antisocialites (2017)의 수록곡입니다.

만약, 내가 거리에서 당신을 보았다면, 오늘 밤 꿈 속에 당신이 나올까요?”의 반복되는 구절은 우리가 꿈꾸는 것을 긍정하도록 만드는 주문처럼 느껴집니다.

 

[Locket -Crumb]

https://music.youtube.com/watch?v=xKmqwrQFlpA&feature=share

미국의 사이키델릭 록 밴드 Crumb의 두 번째 EP의 수록곡입니다.

“Close your eyes and hear my secret. Deep, deep loving hear my secret. Hear my secret.”

몽환적인 사운드와 함께 반복되는 메시지는 침묵을 유도하며 스스로 호흡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합니다.

 

2.     [몽중] 꿈속에서 장자는 나비가 되어 유유자적 훨훨 날았다.

[Teardrop -Massive Attack]

https://music.youtube.com/watch?v=3h-JYx76QNM&feature=share

이제 우리는 깊은 무의식의 저편에 진입하였습니다.

영국 브리스톨에서 결성된 그룹 Massive Attack의 세 번째 앨범 Mezzanine의 수록곡입니다.

미국 드라마 <하우스>의 주제가로 선정되어 다시 조명을 받은 곡인데, 당시에도 상업적, 비평적으로 큰 성공을 거두었습니다.

“Teardrop on the fire. Fearless on my breath.”

언뜻 보기에 심오할 수도 있지만, 꿈 속을 두려워하지 마세요.

그 무엇도 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려 있는 곳입니다.

 

[Comatose -Low Hum]

https://music.youtube.com/watch?v=Ft8lBPRqU6o&feature=share

네오 사이키델릭 스타일의 밴드 Low Hum은 하와이 출신의 Collin Desha가 만든 원 맨 밴드입니다.

몽환적이며 드림팝적인 이 곡은 마약을 할 때 느껴지는 혼수상태를 표현한 노래라는 해석이 존재합니다.

외부의 자극에 전혀 반응할 수 없는, 깊은 무의식의 상태로 빠져봅시다.

 

3.     [몽중의 상태] 당시 장자는 나비가 장자 자신임을 인식하지 못했다.

[Sueño en la Floresta -존 윌리엄스]

https://music.youtube.com/watch?v=HSqcDANDQ3Y&feature=share

Un Sueño en la Floresta는 스페인어로 숲속의 꿈이라는 뜻입니다.

Agustín Pío Barrios라는 본명 대신 Nitsuga Mangoré라는 예명으로 잘 알려진 파라과이의 기타리스트이자 작곡가의 곡으로, 서정적인 분위기가 특징입니다.

이 곡은 작곡가 생전에 출판되지 않아 그의 죽음과 함께 사라질 수도 있었지만, 작곡가 사후에 페루의 한 무명 기타연주자에 의해 멕시코에서 발견되어 세상에 알려졌습니다.

곡의 연주자로 현존 최고의 클래식 기타리스트로 손 꼽히는 존 윌리엄스를 선택했습니다.

 

4.     [몽후] 꿈을 깬 후 장자는 자기가 나비가 된 꿈을 꾸었다는 것을 알았다.

[그리그: 페르귄트 모음곡 1번 작품번호 46: 1. 아침 기분 -베를린 필하모니 관현악단 및 Herbert von Karajan]

https://music.youtube.com/watch?v=8fATAQtY9ag&feature=share

, 본인만의 꿈 속의 세계를 잘 유영하셨나요?

이제, 꿈에서 깨어날 때입니다.

이 곡은 페르귄트가 마주한 새벽이 밝아오는 모로코 해안의 아침을 목가적인 분위기로 묘사하였습니다.

플루트의 부드러운 선율이 따스한 아침 햇살이 점차 비추는 풍경을 잘 표현한 것 같네요.

 

[ (Boom) -NCT 127]

https://music.youtube.com/watch?v=nyNpUCTVpH4&feature=share

호접몽의 이야기 속 장자는 꿈에서 깨고서야 자신의 존재 자치가 한갓 물()에 불과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꿈에서 깨어남이란 기능은 확실하다고 여겼던 인식의 기반이 무너지고 존재의 참 속성이 무()임을 자각하는 것을 말합니다.

 

[꼭 이만큼만 -캐스커]

https://music.youtube.com/watch?v=bgqbiQ2vOrc&feature=share

심장을 가진 기계음악이라는 수식어가 붙는 일렉트로니카 그룹, 캐스커의 세 번째 앨범 tender의 수록곡입니다.

사랑의 끝은 꿈 속에서의 깨어남과 비슷한 과정의 결말이지 않을까요?

 

5.     [사유 반전] 그리고 다시 나비가 장자일지도 모른다는 역전적 사고를 하게 된다.

[Va -La Femme]

https://music.youtube.com/watch?v=1i3eOhJA8UM&feature=share

최면적인 음악으로 묘사되는 프랑스 밴드 La Femme의 세 번째 앨범 Paradigmes의 수록곡입니다.

저는 이 앨범의 전 곡을 좋아합니다.

(https://youtu.be/c8PeN58k458)

ARTE Concert의 라이브 공연 영상을 첨부해드릴 테니, 혼자 있기 외로운 밤에 틀어보세요.

 

[Seeds -Crumb]

https://music.youtube.com/watch?v=OM0UfRJt3Os&feature=share

앞서 설명한 Crumb의 네 번째 앨범 Ice Melt의 수록곡입니다.

꿈속의 나비가 나일지도 모르는 생각이 든다면 저는 다시 꿈 속으로 돌아가 확인을 해보고 싶을 것 같습니다.

다시 되돌아가고자 하는 덧없는 마음과 과거에 대한 회상을 잘 표현 곡이라고 생각합니다.

 

6.     [각성] 그 결과 장자일수도 있고 나비일 수도 있는 현상계적 물화物化의 세계를 깨닫는다.

[Underwater Love -Smoke City]

https://music.youtube.com/watch?v=rooAXx5nU_w&feature=share

리바이스 광고에 실린 후 큰 인기를 얻게 된 이 곡은 Smoke City의 싱글로, 라틴 타악기와 나나 미란다의 매혹적인 보컬이 감각적으로 합치된 구성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깨달음과 각성의 상태에 대한 진입을 이 곡이 잘 보여줄 거라 생각합니다.

다양하게 분별되는 물()은 그러한 존재가 되기 이전, 도의 입장에서는 단지 하나(一者)였을 뿐입니다.

이는 사물에 대한 어떠한 분별도 의미가 없다는 것을 뜻합니다.

 

[Class Historian -BRONCHO]

https://music.youtube.com/watch?v=065m475oVPQ&feature=share

미국의 인디 록 밴드 BRONCHO의 두 번째 앨범, Just Enough Hip to Be Woman의 수록곡입니다.

장자에게 꿈은 물화의 구조를 드러내는 인식의 계기이자 현실세계를 의미합니다.

인간은 현실적으로 자기 안에 갇혀 있는 편협한 존재이며, 그 존재의 실상을 잘 알지 못하는 부족한 존재입니다.

그래서 장자는 그 꿈에서 깨어나 깨달음의 눈으로 세상을 보면 우주만물은 서로 구별이 없는 하나의 세계임을 알 수 있다는 것을 호접몽의 이야기를 통해 말하고자 하였습니다.

 

이제 약 56분 간의 음감회가 끝이 났습니다.

제가 나열한 이야기의 전개가 여러분께 설득력 있게 받아들여질지 의문이네요.

이 자리에 참여주신 모든 분께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저는 다음에 다시 찾아오겠다는 기약 없는 말을 마지막으로 이만 퇴장하겠습니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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