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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감상회/2025-1

25.03.27

짜라투스트라 2025. 3. 26. 21:27

안녕하세요. 2025 3 27일 음감회를 주최하게 된 기계과 4학년 한장원입니다. 저는 평소에 영화를 종종 보는데요. 가장 좋아하는 장르는 서부극입니다. 하지만 누가 물어보면, 그냥 액션이나 스릴러 장르를 좋아한다고 해요. 왜냐면 서부극은 요즘 사람들에게 올드하지만 또 낯선 장르이기 때문입니다. 작년에는 10 31일에 음감회를 했었는데요. 사실 이때 서부극을 테마로 웨스턴 음악들로 음감회를 하고 싶었으나 할로윈 기념으로 공포영화 사운드트랙 음감회를 했어서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이번에 그 아쉬움을 풀 수 있어 좋습니다.

 

서부극은 영화의 역사에서 빠지지 않고 언급되는, 영화사의 황금기에 태어나 지금의 영화의 물결을 만든 최고의 장르 중 하나입니다. 서부극은 지금 여러분이 좋아하시는 많은 영화들에 엄청난 영향을 주었지만, 정작 여러분은 서부극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요? 21세기인 지금 서부극은 이미 영화계에서 사장된 장르이고, 가끔식 위대한 감독들에 의해 장르의 재해석을 거치지 않고서야 B, 혹은 그 이하의 취급을 받는 영화로만 만들어집니다. 이것의 이유는 서부극이 가장 인기가 좋았을 1930년대부터 1960대까지, 영화는 예술, 대중 매체로서 다시는 오지 못할 눈부신 성장을 하였을 시기에 태어났기 때문입니다. 서부극은 영화의 발전과 함께 발전하고 그 성장을 멈춘 몇 안되는 장르이기 때문에(비교적 나중에 태동한 히어로물과 운명을 달리함. 기술적 한계 등 여러 이유가 있음.) 영화를 좋아하는 분들은 들어보셨을수도 있는데, 이동진 평론가의 왓챠피디아 한 마디를 보면 1970년대 이전의 영화들은 평가를 하지 않는다고 적혀있습니다. 이 말은 1970년대 이전(영화의 황금기)에 제작된 영화들은 세상의 평론가들과 지식인들이 비교적 완벽한 해석과 비평을 해 놓았고, 그것이 거의 정설이기에 자신이 평가해도 의미가 없다고 여겨 그렇게 적은 것입니다. 서부극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영화의 골든에이지를 함께한 서부극은 이미 그 자체로 완성되었습니다. 여기서 영화는 두 가지 기로에 서게 됩니다. 기술적 발전을 받아들여 단순히 영화의 문학적인 서사 전달의 역할을 넘어 상상을 체험시키는 영역으로 넘어갈지, 작가주의적 요소를 발전시켜 스크린의 장벽을 깨고 개인을 표현하는 예술의 영역으로 넘어갈지요. 불행히도 서부극은 이 두 기로에서 벗어난 이미 완성된 장르였고, 그 이후로 자연스럽게 쇠퇴합니다.

 

제가 서부극 장르를 좋아하는 이유는 영화의 단순함에서 나오는 극강의 재미와 영화예술의 투박한 기교가 가장 잘 어우러지는 장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미 완성이 되어 더 이상의 비약적인 발전을 하지는 못했지만, 오히려 완성된 채로 오랜 시간 남아있었기 때문에 귀하고 특별하게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저는 초등학교에 입학하기 전부터 서부극 장르를 자주 보며 자랐습니다. 지금 제 인격의 한 부분을 형성했다고 생각하는 서부극을 많은 사람들과 함께 조금이나마 즐겨보고자 음감회 주제를 서부극으로 했고요. 부디 재밌게 들어주셨으면 좋겠네요.

 

음감회는 세 가지 파트로 나뉩니다.

 

1.     클래식 웨스턴

2.     스파게티 웨스턴

3.     모던 웨스턴

 

아마 여러분이 서부극으로 인식하는 (음악을 포함한) 모든 요소들은 스파게티 웨스턴일 것입니다. 특히나 한국에서 더 그렇습니다. 서부극은 잘 모르더라도, 엔리오 모리꼬네나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들어보셨을겁니다. 이들이 스파게티 웨스턴의 주역들이며, 한국의 웨스턴 인식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인물들입니다. 원래 서부극이란 장르의 경계는 다소 모호합니다. 여러분이 생각하시는 카우보이가 황야에서 결투를 벌이는 그런 서부극은 모두 스파게티 웨스턴의 이미지입니다. 이번 기회에 서부극의 역사에 대해 쉽고 빠르게 알아가셨으면 좋겠다는 마음에서 음악들과 함께 조금만 설명을 붙이며 음감회지를 작성했습니다. 여러분에게 생소하실 클래식 웨스턴부터 음감회를 시작해볼까요?

 

셋리스트

1.     Square Dance

2.     Mi Rifle, My pony & Me

3.     Stagecoach_main theme

4.     The Searchers_main theme

5.     Overture

6.     For a Few Dollars More_Main Theme

7.     For a Few Dollars More : To el Paso

8.     A Fistful of Dollars_Title

9.     The ecstasy of Gold

10.  The Good, The Bad And The Ugly

11.  The Mandalorian

12.  The Bounty Hunter is Back

13.  Tequila

14.  Django

15.  Finale(William Tell Overture)

 

https://youtube.com/playlist?list=PLGLHxoPwGjgA8WlYDSPkJ_vvGi3iCj2k5&si=gLtfTJc4m82ZW6Fz

 

 

1.     Square Dance

클래식 웨스턴에서 알아야할 세 명의 감독은 라울 월시(Raoul Walsh, 월시 혹은 월슈), 하워드 혹스(Howard Hawks), 그리고 제가 가장 좋아하는 감독인 존 포드(John Ford)입니다. 그리고 시대를 풍미했던 전설의 배우 존 웨인(John Wayne) 입니다. 1930년의 영화 빅 트레일의 감독 라울 월시는 그 당시 무명이었던 배우 존 웨인을 발굴하고, 존 웨인은 이 영화를 통해 서부극을 대표하는 영원한 슈퍼스타가 됩니다.

 

음악을 좋아하는 여러분에게는 Cigarette after Sex 의 존 웨인으로 유명하겠군요. 그 분들의 노래 제목의 존 웨인과 제가 말하는 존 웨인이 같은 인물인지까지는 사실 확인은 안하겠습니다. Square Dance 는 빅 트레일에 수록된 몇 안되는 수록곡입니다. 사실 거의 100년 영화이고, 무성영화에서 유성영화로 발전한 것이 그 당시 기준으로 불과 3년 정도 전이기에, 영화 음악이 크게 발전하지 않았을 때입니다. 음악력이 높으신 여러분이 들으시기에 의아할 수도 있는 음악이겠지만, 존 웨인과 라울 월시를 언급하고 싶은 제 욕심에 첫 번째 곡으로 넣었습니다.

 

 

2.     My Rifle, My pony & Me

 

본격적인 음감회는 여기서부터 시작입니다. 하워드 혹스 감독, 존 웨인 주연의 리오 브라보입니다. 하워드 혹스는 영화 각본을 공부할 때 빠지지 않고 언급되는 거장이니 기회가 되면 그의 필모그래피를 훑어보는걸 추천드립니다.

 

 

3.     Stagecoach_Main Theme

 

존 포드의 역마차(Stagecoach)입니다. 역마차가 리오 브라보보다 20년 앞선 영화이지만, 음감회의 유기성을 위해 어느정도 조정했습니다. 마음 같아서는 개봉 년도 순서대로 나열하고 싶었지만 음감회 감상 시간에 유기성 지적을 받을까봐 바꿨습니다. 존 포드는 라울 월시의 빅 트레일에서 존 웨인의 가치를 알아보고 자신의 영화들에 캐스팅하게 됩니다.

 

참고로 존 포드는 스티븐 스필버그의 자전적인 영화 파벨만스에서 영화의 마지막에 주인공이 찾아가는 감독입니다.

 

 

4.     The Searchers_Main Theme

 

서부극 역사상 가장 위대한 영화라고 생각하는 수색자입니다. 와챠에 있으니 와챠를 이용하시는 분은 꼭 보시기 바랍니다. 제가 가장 좋아하는 영화이기도 합니다. 이 영화 역시 존 포드와 존 웨인 두오의 작품입니다. 수색자에 수록된 여러가지 사운드트랙이 섞여 구성되어 있는 음원으로 준비해서 14분 정도의 분량입니다.

 

 

5.     Overture

 

Alfred Newman 의 지휘하에 작곡된, 서부개척사(How the West was won)의 여러 사운드트랙을 수록한 음원입니다. 여기서부터 서부극의 향이 살짝 나는 것 같죠? 영화는 3시간짜리 런닝타임의 대작이며, 서부개척의 역사 전반을 한 번에 담은, 다섯 개의 챕터로 나뉘어 있습니다. 세 번째 챕터인 Civil War 파트를 존 포드가 감독했으며, 존 웨인이 군인 장군으로 출연합니다.

 

 

6.     For a Few Dollars More_Main Theme

7.     For a Few Dollars More : To el Paso

8.     A Fistful of Dollars_Title

9.     The ecstasy of Gold

10.  The Good, The Bad And The Ugly

 

세르지오 레오네는 이탈리아 사람입니다. 위에 나온 영화들을 모두 제작한 감독이고요. 이 장르는 훗날 스파게티 웨스턴이라 불립니다. 미국 고유의 장르였던, 서부극을 유럽에서 촬영하다니이러한 이유로 세르지오 레오네를 비롯한 많은 감독들의 영화들이 스파게티 웨스턴이라 조롱받았지만, 여러분이 아는 서부극의 모든 정수는 사실 이 스파게티 웨스턴 영화들에서 나온겁니다. 황량한 사막과 카우보이의 결투, 선과 악의 모호함. 그리고 그에 걸맞는 서부극스러운 음악들

 

세르지오 레오네의 스파게티 웨스턴에는 공통적으로 선과 악의 개념이 모호하고, 거기에서 오는 서스펜스와 세련된 연출로 관객들을 압도합니다. 클래식 웨스턴에서는 선인과 악인의 절대적 구분, 권선징악이 영화를 장악하고 있었다면, 스파게티 웨스턴은 서로 속고 속이고, 죽이고 죽는, 기구한 서사가 반복됩니다. 독일 표현주의적 정신이 녹아든 필름 누아르에 영향을 받았을까요? 이러한 구조는 후대 엄청나게 많은 영화들과 만화들에 큰 영향을 끼칩니다. 여러분도 보통 슈퍼맨보단 배트맨을 좋아하잖아요? 세르지오 레오네의 세계관 역시 엄청난 인기를 누립니다. 한국에서도요.

 

세르지오 레오네의 서부극 삼부작. 황야의 무법자(A Fistful of Dollars)-석양의 건맨(For a Few Dollars More)-석양의 무법자(The Good, The Bad And The Ugly) 삼부작은 여러분도 어디선가 본 적 있을 거예요. 여기에는 존 웨인에 이은 또 한 명의 전설적인 배우,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주인공으로 나옵니다.

 

그리고 이 모든 음악들은 여러분도 익히 아시는 엔리오 모리오네가 작곡했습니다.

특히 10번 트랙은 살면서 누구나 한 번쯤 들어봤을 겁니다. 지금의 서부극의 이미지를 만든 음악이죠.

 

스파게티 웨스턴이었습니다.

 

세르지오 레오네.

클린트 이스트우드.

엔리오 모리꼬네.

 

11.  The Mandalorian

12.  The Bounty Hunter is Back

13.  Tequila

14.  Django

15.  Finale(William Tell Overture)

 

지금까지 잘 버텨주셨어요. 드디어 모던 웨스턴입니다. 서부극은 소재가 되고 배경이 되어 살아남습니다. 이번 파트는 서부극이라는 장르가 모던한 다른 장르들과 어떻게 유기적인 연결을 맺어 영화계(할리우드)에서 살아남는가를 탐구해봅니다.

 

11번째 곡은 스타워즈 시리즈를 다시 부흥기로 이끈 주역, 만달로리안의 메인 테마곡입니다. 스코어 장르를 좋아하시는 분들은 한번쯤 들어보셨을 루드비히 고란손이 작곡했습니다.

 

스타워즈는 수많은 소재가 뒤섞인, 미국의 미래와 과거를 잇는 미국의 살아있는 신화입니다. 작중 등장하는 보바 펫(Boba Fett)은 현상금 사냥꾼으로 등장하는데, 짧은 등장임에도 엄청난 인기를 자랑합니다. 지금까지도요. 저 또한 가장 좋아하는 캐릭터 중 하나고요. 이 캐릭터와 서부극은 굉장히 잘 어울립니다. 제작진의 제작 의도 또한 그렇고요. 이 보바 펫의 세계관을 확장해 만들어진 시리즈가 만달로리안입니다. 사실 스타워즈는 서부극 말고도 중국의 수도승, 일본의 사무라이, 유럽의 파시즘 등 굉장히 다양한 것들이 믹스된 영화이자 시리즈이지만, 이번 만달로리안의 주인공 딘 자렌 또한 현상금 사냥꾼이고, 앞서 말한 보바 펫과 같은 종족이기에, 또 영화의 배경과 스토리가 서부극과 맞아떨어지기에 이런 주제가가 탄생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12번 트랙은 스타워즈의 애니메이션 시리즈 배드 배치에 수록된 트랙인데요, 스타워즈는 영화 사이에 시간적 공백이 엄청나게 많아 그 사이 서사를 채워 넣을 수 있게 만들어진 특수하고 영리한 시리즈입니다. 배드 배치는 영화 3편과 4편 사이 스타워즈 역사의 대격변 때 특수 임무를 맡던 배드 배치팀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가를 다루는 시리즈입니다.

 

13번은 아마 많은 분들이 보셨을 킹스맨의 후속작에 수록된 트랙입니다. 영국의 정보부를 배경으로 하지만, 2편에서는 미국의 정보부 요원들 또한 나오는데, 클래식한(007시리즈의 명맥을 이은) 영국의 느낌과 다르게, 미국은 카우보이 복장을 하고 있습니다. 이 영화에서도 서부극적 소재를 적극 차용합니다.

 

 

14번은 쟝고입니다. 쿠엔틴 타란티노가 1966년의 오리지날 쟝고를 리메이크 아닌 리메이크를 한 영화죠. 모던 웨스턴 중에서는 가장 서부극적인 요소가 많이 살아있는 영화가 아닐까 싶습니다.

 

마지막 Finale 는 조니 뎁 주연의 론 레인저에 수록된 곡으로 장식합니다. 클래식인 윌리엄 텔 서곡을 모던 웨스턴스럽게 디자인한 곡입니다. 여러분이 다 아시는 한스 짐머가 작곡했습니다.

 

 

잘 들으셨나요? 서부극에 관심이 있으면 언제든지 말을 걸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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