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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직 트래커와 모듈 음악의 매력 - 구재모
플레이리스트 링크
https://youtube.com/playlist?list=PLGLHxoPwGjgCB6VNU0S9Vd8RDSaQY_G8W&si=r5Cbh3dVf5tHKyS-
곡들은 챕터별로 분류되어 있고 아래 글을 보시면서 들으시면 됩니다.
챕터 0(익숙해지기)
1. Dubmood & Zabutom – Track Tracking (XM) (2024)
https://modarchive.org/index.php?request=view_by_moduleid&query=207862
2. Tomas Danko – Plastic Pop (SID) (1991)
챕터 1(뮤직 트래커와 모듈 음악이란?)
3. Cerror and Xylo - Dans la rue (XM) (2009)
https://modarchive.org/index.php?request=view_by_moduleid&query=172032
4. Jeroen Tel – TinTin on the Moon (SID) (1989)
5. Maniacs of Noise – Happy H. Christmas (XM) (1999)
https://modarchive.org/index.php?request=view_by_moduleid&query=37049
챕터 2(모듈음악의 매력과 사용 이유)
6. Richard Joseph - Cannon Fodder (MOD) (1993)
https://modarchive.org/index.php?request=view_by_moduleid&query=34568
7. Michiel van den Bos – Foregone Destruction (IT) (1999)
https://modarchive.org/index.php?request=view_by_moduleid&query=68847
8. Analogue – Strobe (IT) (1998)
https://modarchive.org/index.php?request=view_by_moduleid&query=200371
챕터 3(레트로 문화와 모듈 음악의 연결)
9. Kenet & Rez – Unreal Superhero 3 (XM) (2005)
https://modarchive.org/index.php?request=view_by_moduleid&query=149252
10. Dane(Booze Design) – Edge of Disgrace (SID) (2008)
https://csdb.dk/release/?id=72550
11. Jogeir Liljedahl – Guitar Slinger (MOD) (1993)
https://modarchive.org/index.php?request=view_by_moduleid&query=42560
46분 36초
1. 뮤직 트래커와 모듈 음악이란?
(1) 기초 개념 설명
컴퓨터가 음악을 재생할 때, 어떤 음악 관련 파일이든 간에 지정된 시간 당 데이터를 소리로 변환하여 재생한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MP3나 스트리밍 음원같이 우리가 자주 사용하는 음악파일도 그렇고, 작곡과 관련된 데이터인 MIDI파일이나 여기서 다룰 모듈 파일 또한 그렇습니다.

그렇다면 작곡에 대해 들어가 봅시다. 과거에 70년대 부터 디지털 신디사이징이 가능해지고 컴퓨터 기술도 차차 발전하면서 음악 작곡에도 많은 기술적 혁신이 생겼습니다. 70년대에는 Fairlight CMI라는 작곡 전용 컴퓨터(워크스테이션) 시리즈가 만들어졌습니다. 이 시리즈의 가장 큰 특징이자 혁신 중 하나는, 샘플링이라는 단어를 처음으로 음악계에 들여놨고, 우리가 사용하는 형태의 디지털 작곡의 형태를 선보였기 때문입니다. 이 컴퓨터와 샘플링이라는 개념은 80년대 퍼스널 컴퓨터가 생산되기 시작하면서 등장한 Music Tracker라는 소프트웨어가 탄생하는데 큰 역할을 합니다.



한편 당시 게임 음악은 어떻게 만들어지고 있었을까요? 8비트나 16비트가 최첨단이었던 시절 요즘의 MP3파일같은 대용량 음악 파일을 직접 재생하는 것은 말이 안 될 것입니다. 따라서 당시에는 먼저 게임기나 컴퓨터(닌텐도의 NES, 코모도어의 C64 등)에 기본적인 파형(Sine, Square, Noise 등등)만을 담은 사운드 ‘칩’이 있었고 개발자나 작곡가가 프로그래밍을 통해 파형을 조합하여 기기의 스피커로 음악을 만들어낸 것입니다. 그러면 시기적으로나 단어적으로 어떤 음악 장르가 떠오르지 않나요? 맞습니다. 이게 ‘칩튠’입니다. 여담으로 칩튠 등에서 많이 보이는 단어인 SID는 C64등에 사용된 사운드 칩을 일컫는 단어이고 해당 칩이 많이 쓰였기에 그것을 사용한 음악을 지칭하는 용어로 불리게 되었습니다(SID sound, SID tune 등)

(2) 역사 및 개념
트래커의 역사는 1987년 “코모도어 아미가”용으로 개발된 “Ultimate Soundtracker” 소프트웨어가 시초로, 여기서 ‘트래커’라는 명칭이 유래했습니다. 아미가 이전 세대인 MSX나 코모도어64 같은 8비트 컴퓨터에서도 유사한 개념의 프로그램이 있었지만 이러한 프로그램들은 내장 음원 칩을 직접 제어하여 소리를 냈으며 샘플 재생 기능은 없었죠. 사운드트래커는 샘플(녹음된 소리 조각)을 불러와서 4개의 채널에 음표를 입력하는 방식으로 동작했는데, 출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노이즈트래커(NoiseTracker, 1989) 등의 프로그램들이 등장하면서 게임 사운드트랙 작곡가나 EDM프로듀서 등 다양한 작곡을 위해 널리 퍼졌습니다.



트래커로 만든 음악은 보통 모듈(Module) 파일 형태로 저장되며, 파일 하나에 곡을 재생하는 데 필요한 모든 정보가 담겨 있습니다. 모듈 파일(확장자 .MOD 등) 안에는 악보 데이터(음표와 패턴, 곡 구조)는 물론 사용된 악기 샘플까지 포함되어 있어, 이 파일만 있으면 어떤 시스템에서든 동일한 음악 재생이 가능하게 됩니다. 트래커의 원조 격인 Amiga MOD 형식은 4채널/15악기 제한이 있었지만, 이후 다양한 파생 모듈 형식이 등장했습니다. 예를 들어 1990년대 PC 트래커들은 채널 수와 효과 기능을 늘린 S3M(스크림트래커 3용), XM(패스트트래커 II용), IT(임펄스트래커용) 등의 포맷을 사용했는데, 기본 개념은 모두 동일합니다. 다양한 음악 재생 프로그램에서 해당 파일들을 재생할 수 있게 지원하고 있으므로 오늘날에도 이러한 모듈 음악들을 직접 재생해볼 수 있습니다.

(3)인터페이스와 기능
대부분 트래커의 인터페이스는 세로로 흐르는 그리드 형태이며, 작곡시 컴퓨터 키보드를 통해 음 높이, 음표 온/오프, 이펙트 등을 16진수 등의 숫자 코드로 입력하게 됩니다.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FL STUDIO 등의 DAW(디지털 오디오 워크스테이션)에서 보는 것과 달리 악보나 건반 그림 대신 문자와 숫자로 음악을 편집하는 원시적인 방식을 사용합니다. 작곡시에는 한 마디를 구성하는 음표 묶음을 패턴 단위로 작성하고, 이러한 패턴을 순서대로 배치하여 곡을 완성하는 구조가 트래커의 특징입니다. 아래 1995년 도스(DOS)용으로 개발된 Impulse Tracker를 예를 들어 인터페이스와 작곡방식을 살펴보겠습니다.



사용자는 키보드로 음악을 입력하며, 여러 채널(트랙)이 세로 열로 나열된 패턴 편집기를 통해 노트를 배치합니다. 각 채널에는 음 높이와 옥타브(예: C-4), 샘플 또는 악기 번호, 볼륨 및 이펙트 코드 등이 글자와 숫자의 조합으로 표시됩니다. 음표와 이펙트 명령들은 16진수 등의 수치로 입력되며, 일정한 크기의 행(Row) 단위로 시간이 진행됩니다. 예를 들어 하나의 채널에 “C-5 01 40 G06”과 같은 형태로 음높이(C-5), 악기 01번, 볼륨 40, 그리고 G 효과(글라이드) 명령을 입력하는 식입니다. 이러한 패턴은 악보의 한 마디 혹은 구간에 해당하며, 별도의 패턴들을 모아 곡을 구성합니다. 트래커의 패턴 편집 화면은 주로 갈색/초록 계열의 문자로 구성되어 있으며, 키보드 자판이 건반 역할을 해서 사용자가 QWERASDF 등의 키를 눌러 음계를 입력하면 해당 음높이의 노트가 채널에 기록됩니다.
다음으로 작곡 방식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1. 샘플 준비: 우선 악기에 사용할 샘플(sound sample)들을 불러오거나 만들어둡니다. 샘플은 WAV 등의 오디오 조각으로, 트래커 내에서 건반 음계로 재생될 원음들입니다. Impulse Tracker에서는 샘플들을 모아서 하나의 악기로 정의할 수 있고, 악기에 볼륨이나 피치 엔벨로프를 설정할 수 있습니다.
2. 패턴 편집: 곡의 한 구간에 해당하는 패턴을 편집합니다. 패턴 편집기에서 여러 채널에 걸쳐 노트를 입력하고, 각 노트에 대응하는 악기 번호와 필요한 효과 코드를 기입합니다. 예를 들어 드럼 비트를 만들기 위해 1채널에는 킥 드럼 샘플(C-5 00 등), 2채널에는 스네어, 3채널에는 하이햇 패턴을 입력하는 식으로 진행합니다. 패턴의 길이는 보통 64행 등으로 고정되지만 필요에 따라 설정할 수 있습니다.
3. 이펙트 적용: 패턴 내 노트들에는 다양한 이펙트(effect) 명령을 적용할 수 있습니다. 트래커 이펙트는 음을 끌거나(slide), 떨리게 하거나(vibrato), 음량을 점점 크게/작게 바꾸는 등 음악적 표현을 추가합니다. Impulse Tracker는 Sxx, Dxx, Gxx 등의 문자+숫자 조합으로 수십 가지 이펙트를 제공하며, 이러한 효과 코드를 노트 옆에 입력해 활용합니다. 예를 들어, 앞서 입력한 노트에 볼륨 페이드아웃이나 빠른 아르페지오 효과 등을 지정할 수 있습니다.
4. 패턴 시퀀싱: 여러 패턴을 만든 후에는 이 패턴들을 오더 리스트(order list) 또는 시퀀스에 추가하여 곡의 전개 순서를 구성합니다. 패턴 A, B, C를 만들어놓고 곡의 진행을 A–A–B–A–C–B... 와 같이 순서대로 배열하면, 재생 시 해당 순서대로 패턴들이 연결되어 하나의 곡으로 연주됩니다. 이렇게 함으로써 후렴구나 반복 구간을 효율적으로 재사용할 수 있고, 곡의 구조를 손쉽게 재배열할 수 있습니다.
5. 재생 및 수정: 패턴과 시퀀스 구성이 끝나면 전체 곡을 재생하여 들어봅니다. Impulse Tracker에서는 스페이스바를 눌러 곡을 재생하거나 F5/F8 키 등을 통해 패턴 단위로 재생할 수 있습니다. 음악을 들으면서 필요한 부분에 노트를 추가하거나 수정하고, 믹싱 밸런스를 맞추기 위해 채널 볼륨이나 패닝(panning)을 조정하는 등의 마무리 작업을 합니다.
잠깐만요… 분명 MIDI파일과의 차이점에 대해 궁금해하실 분들이 있을 겁니다. 일단 MIDI는 음악기기 간 데이터 전송을 위한 규격입니다. MIDI 파일에는 곡에 대한 작곡 정보와 어떤 악기를 재생할지에 대한 정보가 들어있습니다. 따라서 악보만 있는 상태이고 어떤 소리를 재생할지는 사용자가 지정해 줘야만 합니다. 반면 여기서 다룰 트래커 파일들은 샘플링을 통한 원음도 가지고 있기에 악보에 악기도 같이 있는 상태라고 보면 됩니다. 따라서 MIDI에 대해 이미 지식이 있으신 분들은 기술적으로는 별 문제없이 이해할 수 있으실 겁니다. 다만 샘플링이나 인터페이스 적인 관점에서의 차이를 이해하시면 됩니다. 결과적으로, 트래커 파일도 음악 데이터를 여러 개의 채널에 시간 순서대로 배열한 음표들의 집합으로 구성됩니다.
2. 모듈음악의 매력과 사용 이유
(1)기술적 한계로 인한 극한의 하드웨어 활용

아마 옛날 프로그래머들이 저장매체 및 메모리 등 기술의 한계로 인해 1byte도 아껴서 우겨 넣는 눈물겨운 노동을 했다는 전설을 들어 보셨을 겁니다. 마찬가지로 모듈 음악이나 그 이전 시대 원음 칩을 사용하던 시절에도 게임 음악을 작곡할 때는 기술적 제약을 해결하기 위해 창의성을 발휘해야만 했습니다.
예로 아미가의 Paula 사운드 칩은 최대 4채널에 샘플링을 통한 음원도 음질이 거칠고 그것을 보완할만한 이펙트(리버브 등)도 전혀 없었습니다. 이러한 제약을 극복하기 위해 작곡가들은 다양한 아이디어를 동원했습니다. 당시에 게임 작곡가였던 Markus Kaarlonen에 따르면, 짧은 샘플을 자연스럽게 길게 재생하기 위해 오디오 편집기에서 샘플을 양 끝을 크로스페이드 시키거나, 코드를 재생하기 위해 한 샘플을 여러 채널에 할당하는 대신 (예: 채널1(도), 채널2(미), 채널3(솔)) 코드를 샘플링해서 한 채널에만 할당하거나, 드럼 사운드를 음 높이를 바꾸거나 샘플 시작위치를 조절해 FX사운드를 만들거나 하는 등의 다양한 방식을 사용했다고 합니다.
이런 작곡 방식들은 게임 외에도 특히 아래 챕터에서 설명할 데모씬 같은 작품에서 빛을 발했습니다. 수십 킬로바이트 단위로 용량 제한이 걸리는 작품에서는 거대 용량의 샘플을 쓸 수 없기에, 음악 역시 극한의 최적화가 필요했습니다.
이것은 트래커의 프로그래밍 친화적인 작업 환경이기에 가능한 작업이기도 했습니다. 트래커의 화면을 처음 본 사람은 “마치 매트릭스 화면 같다”거나 “프로그래머들이 만든 음악 편집기 같다”는 인상을 받곤 합니다. 실제로 전통적 작곡 방식과 달리 트래커는 음악을 코딩하듯이 다룰 수 있기 때문에, 컴퓨터 프로그래머나 해커 문화와 자연스럽게 어울렸습니다. 0~F의 16진수와 각종 이펙트 명령어로 가득한 트래커의 인터페이스는 숙련되기까지 약간 진입장벽이 있지만, 손에 익으면 대부분의 조작을 키보드로 순식간에 해낼 수 있습니다. 트래커를 애용하던 90년대의 유명 작곡가들은 종종 자신의 음악을 어셈블리 코드에 빗대어 이야기하곤 했는데, 이런 배경에는 트래커가 당대의 프로그래머/해커들에게 일종의 “창조적인 장난감” 역할을 했다는 사실을 엿볼 수 있습니다.

2020년대인 현재 Unity 등 일부 게임 엔진에서도 MOD 등의 모듈 음악을 지원하고 있으며, 프로그래밍 지향적인 작곡 방식은 지속적으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2)칩튠 음악에서의 사용
사실 현대에서 FL STUDIO 같은 DAW의 성능이 좋기에 여기서 칩튠 가상악기를 사용하거나 또는 샘플링을 해서 칩튠 음악을 만드는 것은 전혀 무리가 없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전문적인 칩튠 아티스트들은 트래커를 사용해 작곡을 합니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1.(1)에서 설명했듯이 칩튠은 특정 사운드 칩에서 나오는 한정적인 소리만 가지고 조합하여 작곡을 하기에 굳이 거대한 DAW가 필요하지는 않습니다.
둘째, 칩튠이 원조가 되는 70년대 80년대의 게임음악 작곡 방식이 트래커의 작곡 방식에 최적화되어 있습니다.
셋째 이유이자 가장 중요한 것은 트래커 특유의 저음질이 우리가 원하는 칩튠 음악과 잘 어울린다는 것입니다.

https://youtu.be/yadWu7hs4MU?si=1pDkczD3w3b7-h2q
3. 레트로 문화와 모듈 음악의 연결
(1)해킹툴

아마 칩튠이나 이런 모듈음악을 찾을 때 키젠 음악이라는 표현을 들으셨을 수도 있습니다. 키젠(keygen)은 소프트웨어의 라이선스 키를 생성해주는 작은 해킹(크랙) 도구로, 1990년대 후반부터 불법 복제된 소프트웨어 유통에 흔히 등장했습니다. 이 프로그램들은 종종 실행과 동시에 특유의 전자음악을 들려주곤 했는데, 이를 가리켜 키젠 음악이라고 합니다. 이런 음악들은 대개 트래커로 제작된 음악으로, 키젠을 만든 크랙커들이 자신들의 시그니처로 삽입한 것입니다. 몇몇 크랙킹 그룹은 자기만의 음악을 사용자가 프로그램을 실행할 때 최대 음량으로 자동 재생되게 하였습니다. 이런 의도로 해커들이 자신들의 창작물을 과시하는 요소로 모듈음악을 적극 활용하게 되었습니다.
키젠 음악의 의미는 해킹 문화에서 창조적 반란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불법으로 소프트웨어의 잠금을 해제하는 행위 속에서도 해커들은 단순히 반란에 그치지 않고 자신들만의 예술을 추가함으로써, 시스템에 남모르게 명함을 남기는 셈이 되었습니다. 제한된 파일 크기와 기술적 제약 속에서도 탄생한 이러한 음악들은 해커들의 창의적인 승리를 상징하며, 오늘날까지도 마치 사이버펑크를 떠올리게 하는 요소라고 생각합니다.
(2) 데모씬

Dane(Booze Design) – Edge of Disgrace (https://www.youtube.com/watch?v=nLIUkBa_mA0) (영상과 같이 보시면 좋습니다)
데모씬(Demoscene)은 프로그래머와 아티스트들이 컴퓨터를 활용한 실시간 시각/음향 데모를 만들어 경쟁하는 서브컬쳐입니다. 위의 키젠 음악과 같이 발전한 문화라고 생각하시면 되고 따라서 초기의 역사는 거의 동일하다고 보시면 됩니다. 중요한 것은 여기에는 해킹을 한김에 음악도 포함해서 고전 하드웨어(아미가 등)를 그래픽을 위해 어떻게 극한으로 쥐어짜낼 수 있는가에 집중한다는 것입니다. 이를 통해 시각적으로는 'Demo Effect' 같은 초기 3D 효과들을 만들어내고 음악도 마찬가지로 다양한 기술들을 최대한 활용했습니다. 그래서 그들의 대회이자 경쟁의 장인 데모파티 들에서는 그래픽이나 코딩과 별도로 음악 부문이 마련되어 있을 정도로 음악도 데모씬의 중요한 수단으로 자리잡았습니다.
데모씬에서의 모듈 음악은 단순한 배경음 이상으로, 창의적 실험의 장이었습니다. 2번 챕터에 매력으로서 소개된 대로 제한된 컴퓨터 사양에서 얼마나 풍부한 소리를 낼 수 있는지, 얼마나 독창적인 음악을 구성할 수 있는지를 겨루었고, 당시 등장하던 테크노, 하우스 등의 전자 음악과 고전 게임 사운드의 접목으로 독특한 스타일을 발전시켰는데 이로서 데모씬 자체의 새로운 미학(Aesthetics)을 만들어 낸 것입니다.
(3) 현대의 이용과 레트로

모듈 음악이 지닌 특유의 낮은 음질의 매력(8비트나 16비트 기기의 거친 샘플음, 제한된 채널로 만들어내는 몽환적인 신디사이저 톤 등) 은 어린 시절 게임과 컴퓨터를 접했던 세대에게 강한 향수를 불러일으킵니다. 모듈의 영향력은 다양한 분야에서 이어지고 있습니다. 인디 게임 음악 중에는 의도적으로 8비트/16비트 시절의 음악 스타일을 답습하는 경우가 많은데, 예로 대표적으로 2014년 게임인 Shovel Knight의 경우 작곡가 Jake Kaufman이 트래커로 사운드트랙을 제작했습니다.
한편으로 트래커 출신이거나 영향받은 신세대 아티스트들도 활발히 활동 중입니다. 예컨대 영국의 칩튠 작곡가 “Fearofdark”는 모듈러 신디사이저와 트래커 기법을 접목한 세련된 칩 재즈/펑크 음악을 만들고 있고, 다른 아티스트들을 통해 모듈음악이 저음질이라는 편견이나 한계를 벗어나기 위해 요즘 DAW로 만든 음악 못지않은 음악도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추가적으로 관련 정보를 찾고 싶으시다면,
https://www.lemon64.com/music/ 에서는 SID음악에 대한 다양한 정보가 아카이빙 되어있습니다. https://modarchive.org/index.php 에서는 XM, MOD, S3M 등 다양한 모듈 파일이 아카이빙 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