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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12.23

짜라투스트라 2024. 12. 23. 17:15

안녕하세요, 이제는 졸업생이고 불리는 강희조 입니다.

저는 현재 런던에서 지내고 있는데 어느덧 한국을 떠나온지도 2년이 다 되어가네요. 오랜만에 연휴를 맞아 한국에 돌아온 만큼 내가 여기서 하고 싶은 것들이 뭐가 있었는지 고민해보았고, 짜라투스트라에서 하던 음감회 생각이 났습니다.

좋은 사람들을 만났고, 재미있는 것들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주기도 했지만 코로나 중에 학부 시절을 보낸 만큼 음감회를 온라인으로 진행한 적이 상당했기에 이번 음감회에 저와 함께 활동을 했던 친구들을 초대한 가운데 그 아쉬움을 날려보내고자 합니다.

 

런던에서 지내는 많은 음악적 즐거움을 얻었습니다. 볼 수 있을 거라 상상하지 못했던 아티스트들의 공연을 보고, 비슷한 취향을 가진 친구들을 잔뜩 만나고, 고대해왔던 글라스톤베리와 여러 다른 페스티벌들을 다녀왔습니다. 타지 생활을 하면서 힘든 적도 많았지만, 이러한 경험들을 포함하여 여기서 접한 앨범들과 곡들이 저를 지탱해주었죠.

오늘 음감회 주제는 ‘여기서 보고 들은 곡들’ 입니다. 꽤나 단순하지만 이 안에 속하는 곡들은 제가 이곳의 페스티벌에서 처음 본 아티스트의 곡이거나, 5시간 가까이 레이빙을 하면서 들었던 곡이거나, 듣지 않으면 리스너 친구들에게 사람 취급을 받지 못해서이거나, 스스로 디깅해서 듣기 시작한 곡들이 포함되겠네요. 뭔가 전체적인 셋리스트의 분위기 자체를 한 줄로 요약해보자면 방에서 허공을 보고 있다가 춤을 추기 시작했는데 알고보니 하드한 락과 댄스 파티였다는?(락과 일렉트로닉이 대다수라는 말…) 근래의 기억들을 모아서 그런지 근 2년 안에 나온 앨범들이 많네요. 곡을 둘러싼 개인적인 이야기들과 더불어 즐겁게 들어주세요.

 

 셋리스트(제목 - 아티스트명)

  1. Hummingbird - Roy Blair
  2. Steel (feat. Dora Jar) - Matt Champion
  3. ROCKMAN - Mk.gee
  4. Somber the Drums - DIIV
  5. Sugaredglowing - Lovesliescrushing
  6. Waster - Bladee
  7. Cowgirl - Sega Bodega
  8. Ⅲ - Natural Wonder Beauty Concept
  9. Sensitivity - Patrick Cowley
  10. For Sure - Ethel Cain (American Football cover)
  11. Lullaby (Jam City Remix) - Jam City
  12. SO TRU - Confidence Man
  13. Feeling Plain - Overmono
  14. The Blossom and the Thunder - Hakushi Hasegawa
  15. Amygdala - Bladee & Ecco2k
  16. 趁人之危(Take Advantage) - Tzusing
  17. and the colour red - Underworld
  18. Good Girl - Brutalismus 3000
  19. Here’s the Thing & Starbuster - Fontaines D.C

유튜브 플레이리스트 : https://youtube.com/playlist?list=PLGLHxoPwGjgB8T4j0-tam0NtZhYLLQ7i8&si=ktp-qB4nILXhYxxD

 

24.12.23

 

www.youtube.com

 

https://youtu.be/iXGOfaKcGk0?si=MrKtybpWKJACRGi2

https://youtu.be/WzBQF9-yOPo?si=gy-ZAnjJvVh_aX_R

https://youtu.be/0wQ-Wx-4pYw?si=Cpm2I7ggxHTMU5Cf

https://youtu.be/atXv-w6HRk4?si=jGBI2ZE514LN0xD-

https://youtu.be/N_vM7Cystfk?si=sAVkuKrIFrq38h5N

https://youtu.be/CMrcYUxBAxc?si=Q9OmQNyz3OiUlCJH

https://youtu.be/SbnJ0_fxtcE?si=jncO-hn73hGtFY2r

https://youtu.be/waMsWLgm-4o?si=antXUXBp_lRpWYAq

https://youtu.be/q-Vj-0yStGA?si=osvwl3wrEBlbthIL

https://youtu.be/ht5CH1CRCAE?si=FkB5NX4yjgd5tHir

https://youtu.be/pM68FzWNtcQ?si=xNBvrKbr1CWYXYGh

https://youtu.be/b6ysHUfEqaQ?si=hyWpmmTVzF87Qist

https://youtu.be/dyFS52GiN34?si=sSak4T6f3MurMzJO

https://youtu.be/ytIhkbEeK2Y?si=LcX8a7MrUWCMfa9u

https://youtu.be/d6XJ8PLmQ2U?si=W0njn1KoubUaObcx

https://youtu.be/yxfNZ9cwhq8?si=DwfHT2rtQ4SQlk0L

https://youtu.be/C9mXZA8jxCk?si=kz0ycl0qhvMNK_TD

https://youtu.be/HJO2ERHVRGU?si=NcAaM6wJnkBqxMA7

https://youtu.be/8TOFw04uZTA?si=3-AJfSgVmZRr4PAr

https://youtu.be/DDHvKo5NnII?si=yeAWJZqi1rePNVLc

 

 

1. Hummingbird - Roy Blair

첫 곡은 꼭 이 곡으로 시작하고 싶었어요. 제가 짜라 활동을 한창 하고 있던 19년. 더블린과 런던에 페스티벌을 보러 갔었는데 오로지 동기는 Brockhampton 이었습니다. 첫 해외 페스티벌을 보러 가게 만든 아티스트였죠. 그들을 좋아하면서, 그들과 친한 아티스트들 역시 좋아하기 시작했는데, Dominic Fike, Deb Never, Omar Apollo, Ryan Beatty 등이 그렇습니다. 몇 아티스트는 Brockhampton보다도 스타가 됐는데, 이들 중 하나가 바로 Roy Blair 입니다. 종종 멤버들의 스토리에 등장했었던 그는 2019년 EP를 하나 내고 약 5년 동안 모습을 감추었지만, 마침내 올해 말 새 정규앨범 <Chasing Moving Trains>로 돌아왔습니다. 아이슬란드에서 지내며 작업을 했다더군요; 이 앨범을 들으면서 감격스러웠던 이유는 자신에게 영향을 주었던 Brockhampton만큼, 아나 어쩌면 각 멤버들의 솔로 앨범을 뛰어넘었기 때문입니다. 혼란스러운 연말에 저에게 안온함을 주었고, 브릿지 부분의 가사나 멜로디 등 모든 부분이 너무나 사랑스러워 몇 번을 들었는지 모르겠네요. 아래에 살며시 남겨봅니다.

 

Wrestling with your dreams when you think of starting over

Dilated retinas, are your friends comin' over?

I don't mind after parties, but they never know

What I think, don't you, baby?

You're already mine, you're already mine

You're already mine, mine, mine

Mine, mine, mine

 

2. Steel (feat. Dora Jar) - Matt Champion

그리고 여기 전 Brockhampton 멤버들이 낸 솔로 앨범 중 가장 뛰어난 작품이 있습니다. Matt Champion은 제가 가장 좋아하는 멤버이기도 해서 기대가 컸는데, 실망시키지 않아 굉장히 뿌듯했다네요.(오히려 리더이자 중심이었던 Kevin Abstract의 앨범은 상당히 불만족스러웠던…) 내년 2월 드디어 런던에서 솔로 공연을 하는데 런던 페스티벌에서 Brockhampton을 보며 친해진 친구들과 - 작년 제가 기획한 전시에 작가로 참여한 친구와 친구의 남자친구, 그리고 그들의 또다른 친구까지 - 무조건 가자 우리는 가야한다 하면서 예매를 했고, 손꼽아 그날만 기다리고 있는 중입니다.

3. ROCKMAN - Mk.gee

왠지 런던에서 올해 2월 <Two Star & The Dream Police>를 낸 Mk.gee를 모른다고 하면 사람 취급을 하지 않을 것만 같았던 분위기였습니다. 주변 모든 친구들이 그를 좋아하고, 저 역시 저 앨범이 좋았지만, 10월에 나온 ROCKMAN을 듣고 완전히 빠져버렸습니다. 그래서 급하게 티켓을 공연 티켓을 구해보려고 했는데, 취소표가 전혀 안나오더라고요…눈물을 흘리며 그를 보내주고, 다음 공연만을 담담히 기다리는 중입니다.

 

4. Somber the Drums - DIIV

꾸준히 작업을 해온 밴드고, 앨범을 나쁘지 않게 들어와서 Fontaines D.C. 영국 & 아일랜드 투어 런던 일자에 오프닝 아티스트로 참여해서 볼 수 있는 기회가 생겼을 때 좋았습니다. 멤버들 개개인의 스타일도 좋았고, 곡이 넘어갈 때마다 바뀌던 비주얼라이저도 시선을 사로잡았습니다. 보컬이자 리더인 Cole이 저지에 안경을 쓰고 공연했는데, 제 앞에 서있던 영국인 여자아이들 세 명이 처음 들어보지만 보컬이 굉장히 핫하다라고 그에 대해 말하는 걸 듣고 웃었던 기억이 나네요.

 

5. Sugaredglowing - Lovesliescrushing

스스로 슈게이징 장르를 별로 안좋아한다고 생각하며 살아왔습니다. 유일하게 좋게 들은 슈게이징은 Slowdive와 Lucid Express의 곡들이었고, 그 유명한 my bloody valentine에도 손이 잘 가지 않더라고요. 그런 제게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슈게이징 앨범들을 한꺼번에 몰아들었습니다. Drop Nineteens이나 Catherine Wheel과 같이 잘 알려져 있지 않은 밴드 위주로요. Lovesliescrushing 역시 93년에 나온 앨범으로 상대적으로 덜 알려져 있는, 숨은 보물 같은 밴드입니다. 다층적이면서도 무게감 있는 베이스 소리가 6분 동안 귓속으로 흘러들어옵니다.

 

6. Waster - Blades

2021년 <The Fool> 앨범, 특히 8번 트랙 Bby으로 부터 굉장한 충격을 받았고, 그때부터 애정하기 시작하여 기어이 애플뮤직 Replay 2024 Artist of the Year를 당당히 차지했습니다. 저는 Bladee와 그가 속한 아티스트 그룹인 Drain Gang을 아주 많이 좋아합니다. 올해 언리미티드 에디션에 Drain Gang에 대해 리서치를 바탕으로 담론적으로 다룬 글을 책에 실어 내기도 했습니다. 좋아하는 수십가지의 이유를 말할 수 있지만 우선 그 어떤 아티스트들도 그들보다 음악에 물성이 느껴지도록 하지 못하고, 비주얼적으로 트랜디할 수 없을 거라 생각합니다.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에서의 인지도가 매우 낮아 공연을 볼 수 있을거라 기대하지 않고 있었는데, 저번주 Cold Visions 투어에서 그를 보고왔습니다. 예상한대로 비범한 패션을 자랑하는 십대 백인 소년 소녀들로 가득했고, 다치지 않도록 최선을 다했습니다. 라이브는 기대 이상이었고, 오랫동안 작업을 같이 해온 Yung Lean과 Drain Gange의 또다른 멤버 Ecco2k가 게스트로 와주었습니다. 요즘 그의 앨범들 중 이 앨범(<Icedancer>)를 한창 듣기 시작했기에 수록곡을 골라보았습니다. 서로 교차하는 우울과 낙관을 느껴보세요.

 

7. Cowgirl - Sega Bodega

이름이 익숙하신 분들이 있다면 아마 Shygirl을 듣거나, Rosalia를 듣거나, Bjork를 듣거나 하는 게 아닐까요. 그는 이 유명한 이름들과 곡을 작업한 프로듀서로 더 유명한데, 본인도 공연을 합니다. 여름에 갔던 Field Day 페스티벌은 사실상 Sega Bodega를 보러갔다 해도 과언이 아닌데, 천사가 제 눈앞에 서있더라고요. 절대로 공연을 할 때 웃지 않아 이전에도 몇 번 그를 봤던 친구 중 한 명이 그는 항상 저 자리에 있기 싫은 사람처럼 공연을 한다고 묘사하기도 했던…<Self*Care>라는 앨범 제목과 걸맞게 두 명의 그가 서로 입맞춤을 하고 있는 모습인데 역시 아티스트들의 자기애란.

 

8. Ⅲ - Natural Wonder Beauty Concept

두 명의 전자음악가, Ana Roxanne과 DJ Python이 결성한 프로젝트입니다. 각자의 음악도 훌륭한데 두 명이 합쳐지니 더더욱 훌륭합니다. 잔잔한 엠비언트에 DJ Python이 먼저 가사를 읊고, 이후 Ana Roxanne 후렴을 부르는데 새벽에 들으면 좋은 곡이란 이런 게 아닐까요. 바르셀로나에서 매년 개최되는 사운드 페스티벌 Sonar에서 이들을 보았는데, 노트북 하나를 두고 뒤에는 비주얼라이저를 틀어놓고 라이브를 하는 모습이 꽤나 인상적 이었습니다.(실내 공연장인데 전자담배를 중간중간 피며 공연하는 DJ Python이 특히나)

 

9. Sensitivity - Patrick Cowley

저는 다른 국가로 여행을 가면 꼭 레코드 스토어를 방문합니다. 전자음악을 위주로 취급하는 곳에 주로 들르는데 저만의 생각일 수도 있지만 좋은 전자음악 큐레이션을 가진 곳들이 실패하지 않더라고요. 석사 졸업 이후 이탈리아로 졸업여행 겸 가족여행을 다녀왔는데, 밀라노에서 추천을 받아 들어갔던 레코드 스토어에서 흑백 커버에 Mechanical Fantasy Box라는 제목이 제 시선을 잡아 끌었습니다. 좋은 커버를 가진 앨범은 대부분 내용물도 좋다는 제 신조에 따라 시도해 보았는데, 역시나 였습니다.

 

10. For Sure - Ethel Cain (American Football cover)

제가 위에서 언급했던 Brockhampton을 통해 인연을 맺은 친구의 남자친구는 제가 아는 헤비 리스너들 중 하나인데, 종종 서로 음악을 추천해주며 대화를 나눕니다. 저는 그에게 ILLIT의 Magnetic을 추천해주었고, 그는 저에게 American Football이라는 밴드를 들어보라고 했습니다. 그룹 이름과 동명의 데뷔 앨범으로 컬트적인 인기를 끌었고, 최근 재결합해 투어를 진행했더군요. 하지만 원 앨범보다 타 아티스트들이 커버한 이들의 곡들을 모아 낸 앨범이 좀 더 제 마음에 들어왔습니다. 잠시 피로해진 귀를 쉬게 해주어요.

 

11. Lullaby (Jam City Remix) - Jam City

가장 좋아하는 영국의 프로듀서를 꼽으라면 저는 Jam City일 것 같아요. 또다른 헤비 리스너인 영국인 친구가 꽤 오래전부터 팬이었다고 해서 그의 혜안에 감탄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Jam City Presents EFM>은 작년 제가 가장 많이 들었던 전자음악 앨범들 중 하나였는데, 그들 중 하나를 가져오지 않고 그가 리믹스한 Grace Ives의 트랙을 가져와봤습니다. 모름지기 좋은 프로듀서라면 본인 곡 말고도 리믹스를 잘해야 하는 법.

 

12. SO TRU - Confidence Man

올해 글라스톤베리에서 가장 재밌는 무대를 보여주었습니다. 무대를 하면서 의상을 총 세 번 갈아입고 고난이도의 동작들을 훌륭하게 소화하더군요. 호주에서 온 듀오 아티스트로 서로 남매 관계인데 재치있게 해석한 댄스 뮤직을 합니다. 2022년 <TILT>때부터 즐겨 들었고, 글라스톤베리에서는 새앨범를 내기 전이라 이전에 냈던 곡들 위주로 무대를 해주었는데, <3AM (LA LA LA)>에서 아예 8-90년대의 댄스 플로어를 되살려 왔네요.

 

13. Feeling Plain - Overmono

모두가 Fred Again..을 외칠 때 꾸준하게 같은 장르를 하는 Overmono를 외치고 있는 사람이 저와 제 친구입니다. 브리스톨을 베이스로 활동하는 형제 아티스트로 작년 브리스톨 보일러룸에서 단독 세트로 공연을 했을 정도로 꽤나 큰 인기를 자랑합니다. 들어보면 이유가 있는 실력이라는 걸 알 수 있습니다. 런던 프리즈에서 일을 할 때, 공연날이 일하는 날과 겹쳐 퇴근 하자마자 달려가서 봤습니다. 스탠딩을 예매하지 않고 좌석을 예매한 나 자신에게 무한한 칭찬을 했던 날.

 

14. The Blossom and the Thunder - Hakushi Hasegawa

서브컬쳐 팬들 사이에서 유명했던 아티스트라 지켜보고 있었는데, 영국 내 인디펜던트 레이블 중에서는 대형에 속하는 Brainfeeder와 계약을 하니 확실한 그 위치를 공고히 할 수작을 가져왔네요. 발랄한 초반부와 다르게 후반부에 정신없이 몰아치는데 이 곡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졸업 선물로 브릭레인쪽에 위치한 러프트레이드 이스트에서 원하는 바이닐 5장을 골라살 수 있었는데, 이 앨범이 그들 중 하나였습니다.

 

15. Amygdala - Bladee & Ecco2k

왜 또 Bladee가 나오지 싶겠지만 그만큼 좋아한다는 뜻이겠죠? 이 곡의 뮤직비디오는 슬퍼질 때마다 보는 뮤직비디오이기도 합니다. 핑크색으로 뒤덮여 나와 춤을 추는 둘의 모습이 아름다운 것도 있지만, 종교나 신화에서 모티브를 가져온 가사들, 그 중 I’m flirt with fate, I’m flirty 부분을 들을 때마다 이상한 만족감을 느낍니다. 2번째와 4번째 버스가 나올 때 가사도 가사이지만 그 뒤에 깔리는 경쾌하고 기분 좋은 리듬감을 느껴보세요.

 

16. 趁人之危(Take Advantage) - Tzusing

Tzusing은 베를린을 베이스로 한 전자음악 레이블 PAN의 소속인데, 독보적인 존재감을 가진 레이블입니다. Pan Daijing, Marina Herlop, Amnesia Scanner 등 정형화되지 않은 독특한 스타일을 지닌 개개인이 속해있죠. Tzusing은 타이페이를 베이스로 활동하면서 주로 아시아의 악기들을 전자음악 베이스에 섞는 작업을 해왔습니다. 올해 초 좋은 기회로 디아스포라 주제의 런던 전시 프로그램 기획을 맡게 되어 한국과 중국을 중심으로 한 아시아의 전자음악씬에 대한 이야기를 관객들과 나누었는데, 연계 자료 중 하나가 Tzusing이 2016년 상하이 보일러룸 퍼포먼스였습니다. 간접적으로라도 그 분위기를 느낄 수 있길 바라며.

 

17. and the colour red - Underworld

Trainspotting과 영화의 상징과도 같은 Born Slippy를 모르는 사람은 없겠지만, Underworld는 현재까지도 활동을 이어오고 있고, 저 곡으로만 알려지기엔 좋은 곡들을 너무 많이 가지고 있습니다. 친구와 간 단독 공연에서 지친 기색 이나 실수 하나 없이 완벽한 라이브를 해내는 모습을 보고 체력 관리 루틴이 궁금할 정도였습니다. 앨범 제목이 <Strawberry Hotel>이라니, 귀엽지 않나요? 그래서 빨간색에 대한 노래를 썼나봅니다.

 

18. Good Girl - Brutalismus 3000

저는 하드 테크노를 노동요로 주로 듣는데, 이를 위한 디깅을 하던 중 알게 된 아티스트입니다. 이름부터 범상치 않은 이들은 (놀랍지 않게) 베를린 출신의 듀오 아티스트로 테오는 프로듀서, 빅토리아는 노래를 하는데 서로가 서로의 전 연인이었다는 흥미로운 비하인드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들을 구성하는 모든 요소들이 아방가르드한데 아무래도 가장 아방가르드했던 건 5시간 동안 쉬지 않고 하드 테크노를 저와 일행들에게 선사해 준 점이었습니다. 저희는 4시간 즈음 포기하고 나왔는데, 가장 공포스러웠던 건 공연장 안에서 멈추지 않고 울리던 테크노 곡들이었습니다. 이 트랙은 제목 그대로 ‘Good Girl’이 되기 위해서 갖추어야 할 덕목들을 외치는데 낮밤 상관없이 나돌아다니지 말아야 하고, 옷을 너무 입거나 벗지 말아야 하고, 택시나 기차를 타거나 걸어다니지도 말야아 한다는, 다소 우리 사회에서 여자들에게 조심하라는 명목하에 던져지는 폭력적인 말들을 비꼬는 내용입니다. 그래서인지 이 곡을 공연할때마다 빅토리아가 자신 앞에 있는 여자 관객들을 손가락으로 가리킨다는 게 포인트랍니다.

 

https://www.youtube.com/live/pZhUS_q4jkc?si=JZROSiPb67T8sros

 

           (음감회와 별개로 2021년 런던 보일러룸 공연 아주 감동적이니 링크를 함께 첨부합니다.)

 

19. Here’s the Thing & Starbuster - Fontaines D.C.

5개월 동안 글라스톤베리를 시작으로, 뱅킷 레코드의 앨범 발매 공연에서, 그리고 투어로 3번을 보게 만든, 올해 최고의 앨범을 가져온, 현재 제가 가장 사랑해 마지않는 더블린에서 온 밴드입니다. <Dogrel>부터 <A Hero’s Death>, <Skinty Fia go deo> 그리고 대망의 <Romance>까지 단 한번도 좋지 않은 앨범을 만든 적이 없는 밴드이지만, <Romance>는 단언 정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전의 앨범들이 단조로웠다면, 이 앨범은 다채로운 색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머리를 핑크색으로 염색하고, 토끼귀가 달린 모자를 쓰며, 머리핀을 꼽고 치마를 입고 공연을 합니다. 그러면서 변하지 않고 여전히 아일랜드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아일랜드의 정체성을 단 한 순간도 숨기지 않으며, 팔레스타인에서 벌어지는 학살에 대해 목소리를 내고 있죠. 라이브 실력은 말할 필요도 없고요. 보컬 그라이언 채튼의 톤은 현재 활동하고 있는 젊은 밴드들 중에서도 독보적입니다. 라이브가 별로였다면 제가 이렇게 좋아하지도 않았을 거고, 여기서 만나는 친구들마다 Fontaines D.C.에 대해 이야기 하지 않았을 거예요. 전곡을 다 가져오고 싶었지만, 신나는 곡들 위주로, 두 곡 중 도저히 선택할 수가 없어 모두 가져왔습니다. 내년 2월 호주 투어를 돌면서 일본 공연 두 번이 함께 예정되어 있는데, 한국은 오지 않는 것이 원통하고, 제 지인들이 이들의 공연을 볼 기회조차 없다는 사실이 원통할 뿐입니다. 모두모두 듣고 널리 알려 반드시 훗날 내한을 성사 시킵시다!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런던에 돌아가서도 혹은 한국에서 돌아와서도 오늘의 기억은 꽤 오래 지속될 것 같네요.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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