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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이번 학기 첫 음감회를 맡게 된 윤대현이라고 합니다. 어느새 짜라에 들어온 지 2년이 다 되어가고, 팔자에도 없던 회장까지 해보네요. 임원도 막상 해보니 할 만한 것 같아서 열성 회원 여러분들의 많은 관심으로 아름다운 전통을 이어가주셨으면 합니다.
이번 음감회의 주제는 펑크(Funk) 퓨전입니다. 흔히 거론되는 락 장르인 펑크(Punk)와는 완전 다른 장르입니다. 펑크가 독자적인 장르로 발돋움한 이래로 긴 시간이 흐르고 뛰어난 아티스트들이 스쳐지나간 만큼, 펑크의 영향 또한 다양한 음악에 녹아들어 이제는 어디에서나 찾아볼 수 있는 음악 요소가 되었는데요. 사실 원래 장르도 정의가 굉장히 애매모호합니다. 그래서 저는 그냥 신나고 그루비한 베이스기타/드럼 리듬을 주축으로 하는 재즈 세션 밴드를 펑크라고 생각하고 듣고 있습니다.
사실 재즈 계열의 음악을 자주 듣지 않는 사람 입장에선 같은 멜로디가 반복되는 느낌이 강해 듣기 지루하게 느낄 수 있는데, 각 악기마다 자유로운 변주를 통해 새로운 멜로디를 만들어나가는 재미를 캐치할 수 있게 되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듣게 되는 매력이 있습니다. 여러분도 그런 즐거움을 느낄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품고 이번 음감회를 준비하게 되었습니다.
셋리스트는 다음과 같습니다. (제목 – 아티스트명, 음감회지에 등장하는 다른 곡들도 같은 양식입니다)
1. Overture (Fascinating Rhythm) – Herbie Hancock
2. ファンキー・モーション(Funky Motion) – 稲垣次郎とソウル メディア (Jiro Inagaki & His Soul Media)
3. Bad, Bad Simba – O’Donel Levy
4. Moto Moto – Renegades of Jazz
5. Galactic Funk – CASIOPEA
6. Get Down, Get Down – Nate Smith
7. Zadnja Avantura – September
8. チョッカイ(Chokkai) – 吉田 美奈子(Minako Yoshida)
9. Honky Tonk – Miles Davis
10. If You Want Me to Stay – Sly & The Family Stone
11. Lingus – Snarky Puppy
12. When You’re Ugly (Instrumental) – Louis Cole
https://www.youtube.com/playlist?list=PLGLHxoPwGjgCwvfEHto8h97SsQOCbsOzv
1. Overture (Fascinating Rhythm) – Herbie Hancock
미국에서 나고 자란 사람들이 모여서 만든, 아프리카 토속 음악 냄새 물씬 나는 짧은 서곡입니다. 왠지 모르게 여우비가 생각나는 퍼커션이 맘에 들어서 넣었습니다.
2. ファンキー・モーション(Funky Motion) – 稲垣次郎とソウル・メディア (Jiro Inagaki & His Soul Media)
베이스 혼자 이끌어나가는 빌드업이 인상적인 곡입니다. 유심히 들어보시면 어떤 아저씨가 작은소리로 스캣하고 있는 걸 들으실 수 있습니다. 라이브 공연이 30분 정도 지난 타이밍에 다른 멤버들은 잠시 무대 밑에 내려가고 베이스가 혼자 스포트라이트 속에서 관객의 그루브를 리드하는 모습을 머릿속으로 그려보면서 교감하는 시간을 가져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앨범의 타이틀 곡 Funky Stuff도 좋으니 들어보시는걸 추천합니다.
3. Bad, Bad Simba – O’Donel Levy
재즈 기타리스트 오도넬 레비의 곡입니다.
끊임없는 베이스라인이 별미입니다. 길이가 있는 곡이다 보니 자체적인 기승전결이 시간 가는 줄 모를 정도로 빠져들게 만드는 것 같습니다. 이 곡이 맘에 드셨다면, Eltsuhg Ibal Lasiti – The Daktaris를 들어보시는 걸 추천하겠습니다.
4. Moto Moto – Renegades of Jazz
몇 번의 실험적인 시도 끝에 아프로펑크(Afro-Funk) 사운드에 도달한 Renegades of Jazz의 곡입니다. 스와힐리어로 여러 대사/가사가 채워져 있는데, 앨범 제목「Moyo Wangu」 : My heart을 제외한 나머지가 무슨 뜻인지는 모르겠습니다. 스와힐리어를 아시는 분이 있으면 말씀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스와힐리 코러스가 있어 토속적인 냄새가 강하게 나는 곡임에도 불구하고, 전통적으로 재즈에서 기용되던 여러 가지 요소들을 적극적으로 채용해서 어색함 없이 연결한 점이 좋습니다. 같은 앨범의 Prison Island라는 곡도 어깨에 그루브를 주입해주는 재밌는 곡입니다.
5. Galactic Funk – CASIOPEA
정말 뛰어난 밴드 카시오페아의 곡입니다. 굳이 장르를 따지자면 재즈 퓨전이 맞겠지만, 아무렴 어떻습니까. 일본의 80년대 재즈 퓨전이 펑크의 영향을 많이 받았기 때문에 넣게 되었습니다. 특히, 이 곡이 카시오페아의 특징인 스피디한 테크닉과 그루브의 장점을 많이 살린 점이 맘에 들었습니다. 1985년 라이브 영상(https://youtu.be/AKgjOCuW_MU?si=Ch0iafub3HHdBlCB)을 보시면 이런 장점이 더 잘 느껴지기 때문에 한번 보시는걸 추천합니다.
6. Get Down, Get Down – Nate Smith
Vulfpeck의 스핀오프 밴드 The Fearless Flyers의 드러머 Nate Smith의 드럼 솔로 앨범 「Pocket Change」의 수록곡입니다. 설명이 좀 난잡한데, 중요한 건 앨범 전체에 악기라곤 드럼밖에 없는, 진또배기 드럼 솔로 앨범이라는 점입니다. 멜로디 악기가 없는 곳에서 이 정도의 그루브를 뽑아내는 아티스트, 정말 대단하지 않나요? 앨범을 통으로 들어보면 더 진한 풍미를 느낄 수 있습니다.
7. Zadnja Avantura – September
보통 음악 듣는 사람들끼리 “September”라고 얘기하면 Earth, Wind & Fire의 대히트를 떠올리시는 분들이 많은데요, 그 곡과는 무관한 70년대에 활동한 슬로베니아 재즈 퓨전 밴드입니다. 이 플레이리스트의 몇 안되는 보컬이 포함된 곡인데요, 가사가 역시 슬로베니아어라 이해하기 쉽지 않지만 해석을 읽어보면 꽤 흥미롭습니다. 비장미가 있달까요. 한 소절 가져와봤습니다. (출처 : https://genius.com/September-si-zadnja-avantura-lyrics)
[원어]Ti ćeš pjesmo moja kazat sve o istini i laži
[영어]You will tell my song everything about truth and lies
[원어]Nek nam bude ovo rekvijem za ono što smo dali
[영어]Let this be a requiem for what we have given
8. チョッカイ(Chokkai) – 吉田 美奈子(Minako Yoshida)
요시다 미나코는 시티팝 아티스트입니다. 그 중에서도 꽤 서정적인 노래를 즐겨 부르는 블루스 락 계통의 음악인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이 곡이 수록된 앨범 「Flapper」에서 다양한 시도를 하려는 노력이 이런 펑키한 노래를 낼 수 있었던 원인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후 시티팝과 재즈 퓨전에 큰 영향을 끼친 야마시타 타츠로와 수많은 앨범 작업을 함께한 만큼, 현대의 재즈-팝 계열 음악들에서 그 흔적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저는 Vulfpeck – Lost My Treble Long Ago를 추천하겠습니다.
9. Honky Tonk – Miles Davis
재즈계의 독보적인 아티스트, 마일스 데이비스의 곡입니다. 배경에 신디사이저의 반복적인 멜로디를 깔고 조금씩 레이어를 쌓아나가면서 트럼펫으로 독립적인 리듬을 채용하는 방식으로 곡이 진행되는게 마음에 들어서 플레이리스트에 넣게 되었습니다.
10. If You Want Me to Stay – Sly & The Family Stone
가볍게 듣기 좋은, 고전적인 펑크 스타일의 곡입니다. 플리에 있는 곡들 중 가장 펑키한 보컬과 베이스가 몇 번을 들어도 질리지 않고 귀에 쏙 들어옵니다.
11. Lingus – Snarky Puppy
사실 이 노래를 펑크라고 부를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폴리리듬, 아방가르드 재즈라면 모를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억지로라도 플레이리스트에 넣은 것은 이 곡을 회원 여러분께 꼭 소개하고, 제가 졸업한 이후에도 남아있을 음감회 아카이브에까지 새겨넣고 싶은 제 욕심이 큰 부분을 차지한 것 같습니다.
곡의 4분 17초 정도부터 시작하는 코리 헨리(Cory Henry)의 키보드 솔로가 인상적인데요, 드럼과 완전히 따로 노는 리듬으로 진행되는 구간이 무려 4분 가량 진행되면서 긴장감을 고조시키고, 키보드 구간의 클라이맥스에 들어오는 금관악기들이 마무리를 깔끔하게 해줘서 부드럽게 즐길 수 있습니다.
12. When You’re Ugly (Instrumental) – Louis Cole
루이스 콜의 통통 튀는 아웃트로입니다. 저는 역시 보컬은 취향이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되네요. 그래도 2022년에 나온 앨범 「Quality Over Opinion」은 전반적으로 듣기 좋았던 것 같습니다. 그 앨범에서 한 곡 뽑자면, Bi**hes를 꼽을 것 같습니다. 제목과 달리 얌전한 노래니까 걱정 안하셔도 됩니다.
1시간 가량의 지난한 음감회가 끝났습니다. 아직도 곱씹을 때마다 아쉬운 점이 많은 플리지만, 제 음악력으로는 지금보다 나은 결과물을 내기 어렵다는 생각이 들어 만족하려고 합니다. 졸업하기 전에 한 번쯤 더 좋은 플리로 찾아뵐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음감회에 와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