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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김재윤입니다. 제가 이 플레이리스트를 짜기 시작했을 때는 시기와는 달리 이상하리 만큼 따뜻했었는데, 음감회지를 작성하고 있는 지금은 너무나 추워져서 제가 수십 번 넘게 들었던 음악들임에도 ‘플레이리스트를 짜기 시작했던 때에 들었던 그 음악들이 맞나?’ 싶을 정도로 사뭇 다르게 들립니다. 똑같은 음악을 듣는데도 듣는 상황, 시기, 계절 기타 등등에 따라서 다르게 느껴지는 것… 이러한 점도 음악을 즐길 수 있는 수많은 요소 중에 하나가 아닐까요? 하하하. (추우니까 몸조심 하세요…)
제 음감회의 주제는 사실 정확히 말하자면 ‘엠비언트 음악’이 아니라 ‘엠비언트’입니다. Ambient의 사전적 의미는 ‘주위(주변의/잔잔한, 은은한)’이고, Ambient music의 사전적 의미는 ‘환경 음악’이죠.
(여기서 살짝 둘러가자면, 저는 ‘엠비언트 음악’을 사전적 의미와는 조금 다른 ‘공간 음악’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환경 음악’과 결이 비슷하지만, 저는 개인적으로 ‘엠비언트 음악’이 ‘환경 음악’보다는 ‘공간 음악’이 좀 더 와닿지 않나...하고 생각합니다.)
하하. 아무튼 이쯤에서 각설하고, 저는 음감회의 주제를 <엠비언트>라고 정했는데요.
주제가 ‘엠비언트 음악’이 아니라 ‘엠비언트’인 이유는 ‘엠비언트 음악’이라는 장르로 묶어 플레이리스트를 짠 것이 아니라 공간이라는 주제로 묶은 것이기 때문입니다.
제가 평소에 음악을 들으면서 느끼고 구축한 공간을 청각적으로 여러분에게 공유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면서 플레이리스트를 짰습니다. 실제로 플레이리스트에 있는 곡들은 제가 평소에 듣는 곡들 중에서 뽑아온 것이 대부분이기도 하고요. 또한 곡들끼리 이어질 때! 그 재밌는 지점을 느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면서 이 부분도 신경 써서 짰답니다!
이번 음감회에서 제가 가장 바라는 것은 음악을 들으면서 여러분 들만의 공간을 만들어 내고, 그 속에서 여러분 들만의 경험, 체험을 하는 것입니다… 이번 음감회가 여러분의 내면 속에서 느껴지는 감정들이나 생각들을 담을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할 수 있는 시간이 되었으면…
곡 목록 (제목 – 이름)
1. One Day – Nobukazu Takemura
2. Birdy Island – Howie Lee
3. Echo Affinity – Taylor Deupree, Field Works
4. Ninety Seconds for Celeste – Slow Attack Ensemble
5. Retreat – III Considered
6. Les Paul Sanitarium – Chihei Hatakeyama
7. Forevertime Journeys – naran ratan
8. Dolphin – Greg Foat, Gigi Masin
9. Nemi – Josiah Steinbrick
10. Yip, Yip, Yip - LI YILEI
11. Wet – Taylor Deupree
12. Hew – Flaer
13. Clould Boutiaue – Akureyri
14. into a pretty room – lots of hands
15. Dogtooth – o k h o
16. Future Sand – Ezre Feinberg, David Lackner
17. Today I Taught Them How To Skip Stones Across the Lake – Dylan Henner
18. さまよう – Ann Annie
19. A Belle Underessing – M. sage, claire rousay
https://youtube.com/playlist?list=PLGLHxoPwGjgARRjsvos3zDMPjm_M0vxsa&si=cmceG0Zxl-7t6RjS
1. One Day – Nobukazu Takemura
대부분의 여정의 시작은 산뜻한 법이죠. 따라서 음감회도 산뜻한 분위기와 함께 시작하고자 새소리와 파도소리, 그리고 기분 좋게 겹치는 사운드들이 어우러져 산뜻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이 곡이 첫 곡으로 안성맞춤이라고 생각해 첫번째로 선정했습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새들을 좋아하는 편입니다. 제 플레이리스트에서 새소리가 심심찮게 들리실 건데요. 이는 의도해서 넣은 것이 아니라 넣다 보니까 새소리가 들어간 곡들이 많이 포함된 겁니다. 하하. 곡마다 들리는 새소리가 조금씩 다르게 느껴질 것이라 생각하는데, 그 부분에 집중해서 듣는 것도 재미 포인트 중 하나일 것입니다.
(+ 추가로 이 곡이 속한 앨범이 정말 좋다고 생각해서 풀앨범으로 들어 보시는 것을 추천 드립니다!)
2. Birdy Island – Howie Lee
음감회의 공간 속으로 진입하는 것을 알리는 곡입니다. 눈을 감고 들어보면 여러 겹의 사운드들이 들리는데요. 저는 이 곡들의 사운드들이 다 합쳐져서 나를 빨아들이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 이 곡을 통해서 여러분들을 본격적으로 음감회의 공간 속으로 초대하고자 두 번째 곡으로 넣었습니다.
3. Echo Affinity – Taylor Deupree, Field Works
여러분들은 이제 음감회의 공간 속으로 들어왔습니다. 지금 마음의 눈 앞에 펼쳐진 광경은 개개인마다 다르겠지만, 개인적으로 이 곡을 들을 때 제 눈 앞의 광경은 장엄하고 압도적임과 동시에 저를 두렵게 했습니다. 두렵고, 생각이 많아지고 그로 인해 감정이 갑자기 올라왔다가 서서히 가라앉고, 감정이 서서히 올라왔다가 갑자기 가라앉는 과정이 반복됐습니다. 여정이 어떻게 산뜻하기만 하겠습니까? 아픔과 고통, 두려움은 반드시 존재하겠죠. 저는 이 곡을 들을 때 이러한 경험을 했습니다. 여러분들은 어떤 생각, 감정이 떠오르시나요? 어떤 경험을 하셨나요?
4. Ninety Seconds for Celeste – Slow Attack Ensemble
5. Retreat – III Considered
6. Les Paul Sanitarium – Chihei Hatakeyama
7. Forevertime Journeys – naran ratan
8. Dolphin – Greg Foat, Gigi Masin
개인적으로 저는 뭉뚝하고 울리는 사운드들이 마음 속에 떠오르는 생각과 감정들을 더욱 증폭시킨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이러한 분위기를 주는 짧은 곡들을 연달아 배치해서 생각과 감정의 깊은 곳까지 갈 수 있도록 유도하고자 하였습니다. 실제로 우울한 감정이 저를 괴롭힐 때 아예 감정에 푹 빠진 후 나오고 싶다거나, 생각이 많이 들어 힘들 때 아예 생각에 푹 빠진 후 나오고 싶을 때 이 곡들을 듣는 편입니다.
9. Nemi – Josiah Steinbrick
저는 저에게 닥쳐오는 감정과 생각들을 온전히 받아들이고 인정하는 편이지만, 가끔은 이들과 싸우는 편인데요. 제 마음 속에서 싸움이 일어날 때 벌어지는 상황과 모습을 음악으로 표현하면 이 곡처럼 나올 것 같아서 4,5,6,7,8번의 뒤에 배치했습니다. 뭉뚝하면서 흥미진진하죠. 뭉뚝함과 흥미진진함의 공존… 재밌는 것 같습니다.
10. Yip, Yip, Yip - LI YILEI
11. Wet – Taylor Deupree
감정과 생각들과의 싸움을 끝낸 후에 느껴지는 심오하고도 씁쓸한 맛을 제가 듣는 음악 중에서 가장 잘 표현한 곡이라고 생각해서 두 곡을 연달아 배치했습니다. 10번 곡을 들을 때 저는 결국에 자기 자신과의 싸움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자기가 파놓은 동굴로 계속해서 들어가는, 더욱더 깊게 파서 더 깊은 동굴로 들어가는 모습이 그려집니다. 11번 곡은 계속해서 깊은 동굴로 들어가 미로와 같은 통로를 지나 밖이라고 생각해서 나왔더니 결국은 입구로 되돌아 왔다는 것에 대한 허탈함이 느껴지는, ‘헛’하고 웃으며 씁쓸한 미소를 짓는 모습이 그려집니다.
12. Hew – Flaer
곡에서 들리는 강아지 소리, 아이가 말하는 소리, 흐르는 물소리, 곡의 처음과 끝에서 들리는 종소리가 깊고 습한 동굴 속에서 나온 저에게 수고했다며 저를 자그마한 수돗가에 데려가 세수를 시켜주는 것 같은 기분이 들게 합니다. 별거 아닌 사소한 소리들이 저를 위로해주는 것 같은 곡입니다. 자, 이제 그만 동굴 밖의 세상으로 나서야 할 시간입니다. 날 붙잡아 두려는 생각과 감정은 흐르는 물에 씻어 내고 또 다른 세상으로 나아갑시다.
13. Clould Boutique – Akureyri
저는 눈을 감고 이 곡을 들으면, 환하고도 진한 한줄기의 빛이 제 눈 앞으로 다가오는 것 같습니다. 한줄기의 빛이 또 다른 세상으로의 입구인 것이죠. 따라서 다른 세상으로, 다른 분위기의 곡들로 넘어가는 타이밍에 이 곡을 배치했습니다. 눈을 감고 이 곡을 들어봅시다. 여러분들은 어떤 모습이 그려지시나요?
14. into a pretty room – lots of hands
설레고도 복잡한 마음이 들게 하는 곡입니다. 새로운 세상으로 나아갈 때 드는 감정과 생각들을 이 곡이 잘 표현하고 있는 것 같아서 넣게 되었습니다.
15. Dogtooth – o k h o
저는 이 곡을 들을 때, 시작 부분 개의 우렁찬 울음 소리와 함께 이후 당차고도 설렌 발걸음이 느껴지는데요. 실제로 이 곡을 들으면서 길을 걸어 다닐 때, 발걸음에 무게가 더 실리는 기분이 들기도 합니다.
16. Future Sand – Ezre Feinberg, David Lackner
이 곡을 들으면 제가 생각하는 새로운 세상이 자연스레 그려지게 되는 것 같습니다. 가벼우면서도 무게감 있는, 밝으면서도 조금 어두운, 심지어 끝날 거 같으면서도 안 끝나는… 이러한 점들이 제가 생각하는 새로운 세상과 닮아 있어서 그런 것 같습니다. 참 재밌는 곡입니다…
(+ 추가로 이 곡이 속해 있는 앨범도 좋으니 풀 앨범으로 들어 보시는 거 추천 드립니다!)
17. Today I Taught Them How To Skip Stones Across the Lake – Dylan Henner
18. さまよう – Ann Annie
이제는 새로운 세상이 아닌 현실 세계로 발걸음을 옮겨야 할 때입니다. 17번곡은 음감회가 진행되면서 떠오르고 산발된 감정과 생각들을 한 곳으로 수렴되게 정리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지고자 넣게 되었고, 18번 곡은 여정의 끝에 아려 오는 쓰리고도 씁쓸한 맛이 느껴져서 넣게 되었습니다.
19. A Belle Undressing – M. sage, claire rousay
곡에서 들려오는 한국어와 계단의 삐걱대는 소리들이 뭔가 모르게 저를 제가 실제로 존재하는 공간으로부터 친근하고 포근한 공간으로 데려다 주는 거 같은 기분이 들게 합니다. 힘들었던 내면의 여정을 무사히 끝낸 저를 양손으로 조심스레 감싼 후 친근하고 포근한 현실로 데려다 줬으면 하는 바람에 이 곡을 마지막으로 넣게 되었습니다. (제가 알기로는 두 분 다 외국인이신데, 어떤 이유로 한국어가 들리는지 궁금하기도 합니다.)
약 50분 동안 심심하고 지루한 곡들을 듣느라 수고하셨습니다. 19곡을 들으시면서 여러분 들만의 공간을 구축하고 그 안에서 여러 경험을 하셨다면 정말 뿌듯할 거 같습니다. 이번 음감회 플레이리스트에 정말 넣고 싶었지만 지루함 이슈, 유기성 이슈, 곡 길이 이슈 등등 다양한 이슈들을 원인으로 결국에는 넣지 못한 곡들이 많은데요. 혹시나 들어보고 싶으신 분들은 연락 주시면 앨범 단위로 입에 털어 넣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이상 음감회를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