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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저는 화학공학과 3학년 원동호입니다. 어느덧 날씨가 많이 더워졌네요. 알게 모르게 해도 제법 길어진 것 같기도 하고요. 그동안 옷차림은 한결 가벼워졌는데 마음은 서서히 무거워지는 걸 보니 저는 기말고사가 끝나고 이번 학기를 보내주고 나서야 온전히 여름을 맞이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ㅠㅠ
저는 음악을 듣는 순간이라면 언제든지 좋지만, 그 중에서도 제가 가장 진심으로 음악을 즐기는 순간은 아무런 목적도 의도도 없이 그저 발길 닫는 대로, 발걸음을 맞춰 걸어가며 음악을 들을 때 인 것 같아요,
이번 음감회를 준비하면서 참 많이 걷고, 많이 생각하고, 또 많이 듣기도 했었는데, 계속 걸으면 무언가 달라질까 싶었지만 결국은 제가 가장 많은 시간과 마음을 쏟았던 20세기 미국의 음악들로 가득 채워지게 되었네요.
70년대부터 90년대까지의 미국 소울/R&B들을 선곡하여 음감회를 꾸려봤습니다.
즐겁게 들어주세요.
음감회 첫 번째 곡으로는 마빈 게이의 ‘Let's Get It On’을 선곡했습니다.
앨범 [Let's Get It On]은 가볍고도 경쾌한 분위기의 앨범으로, 이 시점부터 마빈 게이 음악의 정체성이 정립되었다고 보기도 할 정도로 마빈 게이를 대변하는 앨범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마빈 게이 특유의 유려하면서도 관능적인 분위기가 정말 잘 나타나는 앨범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중에서도 타이틀곡인 ‘Let's Get It On'은 능청스럽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자신감 넘치는 보컬과 사운드가 특징적으로 나타나는데, 마빈 게이 특유의 관능적 분위기에 빠져들어 음악을 감상하다 보면 어떠한 복잡한 생각보다는 원초적인 감각들을 깨워주는 것만 같은 느낌을 종종 받곤 해요.
노래의 가사와 분위기처럼 무거운 것들은 모두 가라앉게 내버려두고 가볍고 신선한 마음으로 남은 곡들까지 함께 즐겨주시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마빈 게이의 'Let's Get It On'을 첫 곡으로 선정해 보았습니다~
스모키 로빈슨은 모타운 레코드에서 1958년 더 미라클스로 데뷔한 이래 오늘날까지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계시는 모타운 소울의 대부와도 같은 인물입니다.
저의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레이 찰스와 더불어서 소울계의 대표적인 웃상(?)이라고 생각하는데요, 항상 밝고 자신감 넘치는 표정과 그에 걸맞는 경쾌하고 에너제틱한 멜로디가 스모키 로빈슨 음악의 트레이드마크와도 같은 특징이라고 생각합니다.
최근에는 앤더슨 팩의 앨범에 피쳐링을 해주시기도 하셨는데 음악 경력이 60년도 넘으신 분이 어떻게 그렇게 한결같이 생명력 넘치는 목소리를 가지고 계신지 참 여러모로 많은 생각이 들었던 기억이 나네요.
노래 'Share It'은 스모키 로빈슨의 대표곡으로 꼽히는 곡은 아니지만, 곡의 전반에서 새어나오는 특유의 에너지가 스모키 로빈슨이라는 사람 자체와 그의 음악을 잘 보여줄 수 있는 곡이라고 생각합니다.
20세기 후반 미국 음악에서 가장 위대한 프로듀서 중 한 명으로 꼽히는 퀸시 존스의 ‘The Dude’를 선곡했습니다.
퀸시 존스는 마이클 잭슨의 메가히트 앨범들인 [Off The Wall], [Thriller], [Bad] 모두를 직접 프로듀싱하고 제작한 것으로 유명한 인물인데요, 그 이외에도 수많은 재즈, 영화음악 분야에서도 활동하며 2013년에는 로큰롤 명예의 전당에 헌액 되기도 한 전설적인 프로듀서입니다.
이런 그의 화려한 이력에 걸맞게 1981년에 발매된 앨범 [The Dude]에는 무려 스티브 루카서, 허비 행콕 등이 세션으로 참여하고, 스티비 원더가 신디사이저로, 마이클 잭슨과 휘트니 휴스턴이 백보컬로 참여하는 등 거의 당대 미국 음악의 올스타전을 방불케 할 정도의 인력과 자본이 투입된 앨범입니다.
저는 오늘 위 앨범의 타이틀곡인 'The Dude'를 들려드리려 하는데요, 마이클 잭슨의 백 보컬과 스티비 원더가 연주하는 신디사이저 소리, 보컬리스트로 참여한 제임스 잉그램의 그루비한 목소리가 한데 어우러진 정말 완성도 높은 사운드를 보여주는 곡이라고 생각합니다.
첫 번째 곡에 이어 다시 한 번 등장한 마빈 게이입니다.
[Midnight Love]는 1982년에 발매된 마빈 게이의 앨범으로 그의 커리어에서 가장 상업적으로 성공한 앨범이자 그가 모타운을 떠나 제작한 최초의 앨범인데요, 얼마 지나지 않아 마빈 게이는 자신의 친부에게 살해당하며 [Midnight Love]는 결국 그의 유작이 되어버립니다.
그만큼 마빈 게이의 삶에 있어서 극적이면서도 비극적인 앨범으로 꼽히는 작품이지만 앨범에 관련한 이야기들과는 별개로 40년이 넘은 앨범이라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세련되고 밀도감 있게 짜여진 그루브가 특징인 아주 매력적인 곡들로 가득 차있는 앨범입니다.
그 중 ‘My Love Is Waiting’은 앞서 소개드린 'Let's Get It On'과 마찬가지로 마빈 게이 특유의 밝고 경쾌하면서도 관능적인 분위기가 잘 드러나는 곡입니다.
하지만 다소 에스닉한 사운드를 이용해 리듬과 리듬 사이에 의도적으로 공백을 배치하면서 그루브를 강조한 'Let's Get It On'과는 사뭇 다르게 ‘My Love Is Waiting’은 드럼 머신을 적극 활용하면서 조금 더 현대적이고 세련된 사운드를 이끌어 내었는데요, 완전히 다른 느낌의 사운드로 느낄 수 있는 마빈 게이의 주파수가 ‘My Love Is Waiting’의 흥미로운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번에는 90년대의 R&B입니다. 보이즈 투 멘의 ‘I’ll Make Love to You’와 ‘End of The Road’를 들려드리려 합니다.
보이즈 투 멘은 90s R&B는 물론이고 R&B 역사 전체를 통틀어 가장 위대한 R&B그룹으로 꼽히곤 합니다.
특히 ‘I’ll Make Love to You’와 ‘End of The Road‘는 발매 당시 각각 빌보드 싱글차트 14주, 13주 연속 1위를 유지하며 빌보드의 역사를 갈아치우기도 한 곡들인데요, 이번에 제가 가져온 버전은 1997년 MTV에서 방영되었던 베이비페이스의 Unplugged Live에서 보이즈 투 멘이 출연하여 부른 라이브 버전입니다.
곡 자체의 구성이나 멜로디 자체만으로도 너무 아름답고 낭만적인 음악이라는 생각이 들지만, 무엇보다 그룹 R&B에서만 느낄 수 있는 멤버 한 명 한 명의 고유한 음색들, 그런 목소리들이 서로 하나가 되며 만들어지는 충만하면서도 풍성한 화음이 정말 매력적인 곡입니다.
이젠 누가 한 말이었는지도 모를 말이지만 이런 R&B그룹의 음악을 들을 때는 종종 ‘가장 아름다운 악기는 목소리다’라는 말이 생각이 나더라고요. 이번 곡은 다른 요소들보다 목소리에 집중하면서 들어주시면 조금 더 감상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여전히 90s R&B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라이브 앨범들을 정말 즐겨듣곤 해요. 관객들의 함성소리, 가수들의 정제되지 않은 목소리, 다이나믹 마이크만의 미묘하게 기름진 질감처럼 스튜디오 앨범이 아닌 라이브 앨범에서만 느낄 수 있는 요소들이 음악을 더 특별하게 만들어 주는 것 같습니다.
이번에 소개드릴 마일스톤의 ’I Care About You’역시 라이브 버전으로 가져왔는데요, 마일스톤은 앞서 소개드린 보이즈 투 멘처럼 정식으로 활동했던 그룹은 아니고 베이비 페이스, 케본과 멜빈 에드먼즈, K-CI&JoJo라는 5명의 R&B보컬들이 결성한 프로젝트성의 그룹입니다.
각각의 멤버들이 모두 가창력 자체가 워낙 뛰어난 가수들이다 보니 종종 듣는 내내 목소리 자체에서 빠져 곡의 분위기를 놓치게 되곤 하는 것 같습니다. 여전히 아름다운 화음과 폭발적인 가창력 또한 이 곡을 찾게 만드는 매력 포인트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I Care About You’는 전주의 멜로디부터 코러스까지 곡 전반에 감도는 로맨틱함이 정말 매력적인 곡이라고 생각합니다. 음악이 주는 분위기 자체를 즐기면서 재밌게 들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이번에는 분위기를 바꿔 네오 소울을 선곡해보았습니다. 디안젤로의 ‘When We Get By’를 들려드리려 합니다.
네오 소울은 90년대에 흑인 음악의 주류가 되었던 컨템퍼러리 R&B와 힙합에 대한 반작용으로 출발하여, 흑인 음악의 본향이라고도 할 수 있는 ‘소울’을 다시금 수면 위로 가져와 현대적인 시각으로 다듬어 낸 장르입니다.
컨템퍼러리 R&B와 힙합이 프로듀서의 절대적인 영향 하에 주로 디지털 가상 악기와 샘플링을 이용하여 곡을 제작했던 반면, 네오 소울은 이전의 소울 음악들이 그랬던 것처럼 실제 악기를 이용한 어쿠스틱 사운드를 실험하며 아날로그적인 탐색을 시작했습니다.
이를 통해 소울에 대한 많은 현대적인 해석이 가해졌고, 그 과정에서 기존의 소울 위에 재즈, 힙합, 펑크, 아프리카 리듬 등의 수많은 장르들이 혼합되면서 현재 우리가 알고 있는 ‘네오 소울’이라는 장르의 정체성이 확립되게 되었습니다.
디안젤로의 앨범 [Brown Sugar]는 이러한 네오 소울의 교과서와 같은 앨범입니다. 그 중에서도 ‘When We Get By’는 클래식 소울의 그루브를 내재하고 있으면서도 재즈의 요소들이 더해져 모던하고 세련된 느낌을 주는 곡인데요, 이렇듯 클래식 소울 위에 얹어진 다양한 장르의 혼합이라는 네오 소울의 정체성을 잘 보여주는 곡이라고 생각합니다.
음감회의 마지막으로는 뮤직 소울차일드가 리메이크한 MAZE의 ’Silky Soul’을 들려드리려 합니다.
이번 음감회를 구성하면서 다양한 년대의 음악들을 하나의 리스트에 담다 보니 어쩔 수 없이 모든 장르를 밀도 있게 담아내진 못한 것 같아요.
특히 70년대와 80년대에는 앞서 소개드린 마빈 게이, 스모키 로빈슨 이외에도 기라성 같은 소울 아티스트들이 많았고, 오늘 소개드리지는 못했지만 MAZE 역시 80년대 캘리포니아를 대표하는 위대한 소울 그룹 중 하나입니다.
뮤직 소울차일드의 ‘Silky Soul’이 수록된 앨범 [An All-Star Tribute to MAZE]는 뮤직 소울차일드 이외에도 90년대와 00년대 초반에 활약했던 소울 아티스트들인 켐, 메리 제이 블라이즈, 레디시 등이 참여하여 MAZE에게 헌정하는 의미로 제작되었던 앨범입니다.
소울이라는 장르의 정체성 자체도 명확하지 않았던 시기의 음악들을, 그 음악들을 자양분 삼아 발전시키고 파생시킨 후세의 소울 아티스트들이 리메이크함으로써 만들어진, 마치 팬들에게 전하는 소울의 맺음말과도 같은 앨범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캘리포니아 소울만의 펑키하면서도 산뜻한 사운드를 현대의 방식으로 재해석한 뮤직 소울차일드의 'Silky Soul'을 들려드리면서 오늘 음감회를 맺음 지으려 합니다.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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