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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감상회/2024-1

24.05.10

짜라투스트라 2024. 5. 5. 20:04

안녕하세요, 컴퓨터공학과 박윤세라고 합니다. 작년 54일에 음감회를 진행했었는데 1년만에 죽지도 않고 돌아왔습니다. 이번 음감회의 주제를 무엇으로 할지 고민을 정말 많이 하였었는데 저는 편식을 많이 할뿐더러 음악적 조예도 깊지 않아 특정 장르를 주제로 멋있게 정할 수는 없었습니다. 그래서 그냥 단순히 제가 요즘 많이 듣는 음악들 중 여러분들께 꼭 들려드리고 싶은 곡들을 골랐습니다.

 

 

다음은 셋리스트입니다. (아티스트 명 - 곡 명의 순서로 표기하겠습니다.)

1. What is your name? - 3, 2,1..

2. zzzaam – 농담

3. 불싸조 - Why Hip Hop Still Sucks in ‘16

4. 데이드림 - Shiny Road

5. POSITIVE+ & what is your name? - That Wasn’t My Plan

6. bl4ck m4rket c4rt – Short Sleeves

7. DRUGONDRAGON – METEOR GIRL

8. Xinlisupreme – Untitled

9. The Novembers – Blood Music.1985

10. Horrorsajin – Clean Sounds

11. My Bloody Valentine – instrumental no. 1

12. Storm-Drunk Whale(폭풍취한돌고래) - 열광금지, 에바로드

13. Cecily Renns – 멍든 무릎

 

https://www.youtube.com/playlist?list=PLGLHxoPwGjgDVb5D2qoAxyRlxjFLcdaF7

 

1. What is your name? - 3, 2, 1..

 

10, 9, 8, 7, 6, 5, 4, 3, 2, 1..

이런 곡을 첫 곡으로 넣는, 그런 짜치는 구성을 해보고 싶었어요.

 

 

2. zzzaam - 농담

잠은 2004년에 3집을 발매한 뒤, 음악 활동을 멈췄었습니다. 유튜브에서 그들의 앨범을 찾아듣던 저는 작년에 애플 뮤직에 1~3집이 발매된 것을 보고 감격을 금치 못했고 한동안 1집인 [낮잠]을 계속 들었습니다.

 

<농담> 1집 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곡입니다.

 

    나는 나에게 농담을 던지네

    진실은 허영이라..

 

는 가사가 존재하기는 하지만 쉽게 들리지는 않습니다. 몽환적이며 가사 전달에 큰 비중을 두지 않는다는 점에서 슈게이징의 느낌이 물씬 나고 실제로 한국 슈게이징의 선구자로 불리는 밴드지만, 특정 장르로 한정 짓기에는 색깔이 너무 뚜렷하게 구분되어 저는 그저 잠스러운 음악으로 부르고 싶네요.

 

 

3. 불싸조 - Why Hip Hop Still Sucks in ‘16

 

불싸조는 한국에서 가장 독특한 밴드라고 생각합니다. 곡의 제목, 컨셉 등등그리고 그들의 음악은 스트리밍 사이트에 단 한 곡도 올라와 있지 않아 만선이라는 사이트에서 음원을 구매하거나 유튜브에서 찾아 들어야 됩니다. 그래서 제 주변에는 불싸조의 음악을 듣는 이들이 많이 없어 이렇게 한 곡 골라봅니다.

 

이동진 영화 평론가는 어떤 영화에 대해서 지나온 적 없는 어제의 세계들에 대한 근원적 노스탤지어.” 라는 한줄평을 남겼었습니다. 이 한줄평은 이 곡에도 정말 잘 어울린다고 생각합니다. 제목은 DJ Shadow Why Hip-Hop Sucks In '96 라는 96년도 곡을 오마주하였고, 영상은 97년도 영화인 [나쁜 영화]를 활용하였습니다. 그리고 곡 분위기를 정말 밝고 희망차게 만들어 작정하고 향수를 자극합니다. 물론 저는 96,97년에 존재하지 않았지만, 살아보지 않았던 세대에 대한 향수가 무척이나 현실감 있고 아름답게 다가옵니다. 영상과 음악의 조화가 굉장히 아름다우니 모두 잠깐 고개를 들어 동방 컴퓨터 모니터에서 나오는 영상을 봐주시면서 노래를 들으시면 좋을 것 같아요.

 

 

4. 데이드림 - Shiny Road

 

다른 나라들의 락씬이 워낙 잘 형성되어 있어서 그렇지, 한국도 슈게이징 밴드들이 활동한 지 꽤 되었고 밴드 수 자체도 많지만, 한국 슈게이징하면 파란노을만 언급되는 것이 속상해서 데이드림의 곡을 골랐습니다. 데이드림의 사전적 의미는 백일몽으로 한낮에 꾸는 꿈이고헛된 공상을 비유하여 이르는 말이기도 합니다. 저는 보통 슈게이징을 노이즈 락에 가까운 슈게이징과 드림 팝에 가까운 슈게이징으로 구분해서 생각하는데 데이드림은 후자의 슈게이징을 하는 밴드입니다. 본인들은 처음부터 포스트 락과 슈게이징을 하려는 의도를 갖고 있었던 건 아니라고는 하지만, 언제부턴가 저에게는 한국 슈게이징의 역사를 언급할 때 빼놓을 수 없는 밴드가 되었습니다. 한국 밴드 중에서 위에서 말한 드림 팝에 가까운 슈게이징을 가장 잘 구사하는 밴드가 아닐까 싶어요.

 

  저는 수많은 슈게이징 곡들에 항상 사용되는 몽환적이다, 꿈 같다는 흔한 표현을 그닥 좋아하지는 않습니다. 그런데 이런 진부한 표현이 가장 잘 어울리는 곡이 Shiny Road가 아닐까 싶습니다. 저에게는 초등학생 때, 토요일 수업을 끝내고 아무도 없는 집에 들어와 쏟아지는 햇빛을 받으며 누워있다가 눈이 감겼던 기억이 뚜렷하게 있습니다. 밴드의 이름 때문인 건가, 꼭 그 기억을 청각화시킨 것만 같습니다.

 

 

5. POSITIVE+ & what is your name? - That Wasn’t My Plan

 

미드 웨스트 이모라는 장르를 선호하는 편은 아니지만, 노이즈 팝과 섞어놓은 이 노래만큼은 정말 좋아합니다. 여유로움이 강조되지만 그렇다고 지루하지는 않습니다. 곡의 중반을 넘기고 아주 잠깐의 조용한 텀을 둔 다음에, 사운드를 쏟아내기 시작하는 부분(대략 곡의 2 47초 부근)을 정말 좋아합니다. 그러다가 모든 것을 비운 듯 갑작스레 잔잔해지며 곡 후반부로 들어가는 것도 색다른 느낌을 줍니다. 날씨가 아주 좋은 날 대낮에 햇빛을 받으며 길을 거닐 때의 느낌이 느껴지는 것만 같아요.

 

 

6. bl4ck m4rket c4rt - Short Sleeves

 

시작부터 거친 사운드가 들리지만 그 속에서 중심을 잡아주는 작고 아름다운 선율이 좋습니다. 그러던 중 곡의 중반부터는 거칠고 단순한 기타 소리가 존재감을 키우는 것을 시작으로 사운드가 점점 다채로워지다가 노래는 끝이 납니다.

 

  풀 앨범을 들어보신다면, 앨범의 사운드 자체는 꽤나 밝은 느낌을 줍니다. 그러나 가사를 보면 자기 혐오, 자살 암시 등과 같이 정말 어두운 가사들로만 채워져있습니다. 정말 안타깝게도 2006년생의 어렸던 bl4ck m4rket c4rt는 첫번째 앨범인 이 앨범을 발매하고, 두 달 뒤인 작년 10월에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이것들을 알고 난 뒤에 이 앨범을 들을 때면 한없이 슬프게 들립니다.

 

 

7. DRUGONDRAGON - METEOR GIRL

 

저에게는 한 앨범의 첫 트랙이 갖는 중요성이 정말 정말 큽니다. 그 앨범에 대한 첫인상이자 끝까지 들을지 말지 결정하는 요소기 때문입니다. 이 곡은 최근에 처음 들었던 앨범들의 첫 트랙들 중 임팩트가 가장 컸던 곡입니다.

 

 아싸리 못 부르지도, 잘 부르지도 않는 보컬은 다소 불친절합니다. 곡의 전체적인 흐름은 일관된 척만 한 뿐, 그 흐름에 적응될만 하면 갑자기 바뀌면서 당황스러운 느낌을 줍니다. 단점들만 적은 것 같지만 제가 이 노래를 좋아하는 이유가 이것들입니다. 일단 정말 재밌거든요. 그래서 물리지도 않습니다.

 

 이 제멋대로인 곡을 다들 제멋대로 느껴주시면 좋겠습니다.

 

 

8. Xinlisupreme - Untitled

 

하드 노이즈락씬에서 나름 유명한 신리슈프림입니다. 신리슈프림이 [I Am Not Shinzo Abe] 한집갑이라는 소리를 자주 듣긴 하지만, 저는 이 앨범도 꽤나 좋다고 생각합니다. 그 중에서 이 곡은 다른 곡들과 달리 부담 없이 가볍게 즐길 수 있어서 골랐습니다. 시작부터 들려오는 반복적이고 단순하고 무거운 드럼 사운드가 좋습니다. 곡의 35초쯤에 살짝 거친 노이즈가 쏟아지며 드럼 사운드도 그에 맞추어 더 폭력적으로 변주되는 것도 좋습니다. 마지막쯤에 노이즈를 한 번 더 쏟아내며 1 30초 가량의 짧은 곡은 끝납니다. 짧지만 강렬하고 매력있고 재미있는 곡이라고 생각합니다.

 

 

9. THE NOVEMBERS - Blood Music.1985

 

제가 시끄럽고 거친 노래들을 좋아하는 편입니다만, 귀에 피로감이 생기는 것은 어찌할 수가 없어 때로는 이 곡같이 적당히 시끄럽고 거친 노래를 찾습니다. 가사의 뜻을 요약하면지루함을 때려부순다.“입니다. 이처럼 곡의 처음부터 끝까지 단 한 순간도 지루해지는 부분이 없어 굉장히 많이 듣고 있습니다.

 

  시간이 된다면 이 앨범의 전곡을 다 들어보시기를 추천드립니다. 같은 앨범이 맞나 싶을 정도로 여러 스타일의 곡들이 있는 앨범입니다.

 

 

10. Horrorsajin - Clean Sounds

 

언제였던가 새벽에 사이버 망령이 되어 인터넷을 떠돌다가 어느 사람이 올린 자신의 앨범 홍보글을 발견했었는데 자기 전에 한 번 들어볼까 싶어 재생했었습니다. 별로면 중간에 끄고 잘 생각이었지만 결국 전곡을 다 들었던 기억이 있네요. 앨범의 전곡이 다 좋았지만, 그 중에서도 이 곡이 가장 좋았습니다. 들어보시면 가상악기를 사용한 것이 느껴지지 않나요? 가상악기를 사용하는 음악은 가끔 너무 많은 소리가 엉켜 듣기 힘든, 매력 없는 곡이 되기도 하지만 이 곡은 가상악기의 장점만을 극대화 했다고 생각합니다. 실제 악기로는 연주할 수 없는 높은 밀도와 높은 난도의 곡을 만들어내는 그런 장점이요. 시작부터 때려박는 드럼 사운드와 기타 리프가 정말 좋습니다.

 

 

11. My Bloody Valentine - Instrumental No. 1

 

정말 정말 유명한 마블발입니다. 아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저의 마블발 사랑은 정말 지독합니다. 저는 최애 밴드로 주저없이 마블발을 고릅니다. 작년부터 많은 짜라 부원들과 마블발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마블발의 음악을 좋아한다고 하시는 분들을 꽤나 봤습니다. 그러나 (제가 아는 한) 두 분을 제외하고는 다들 2 [loveless]만을 들으셨던 것 같습니다. 많은 분들께 <<<강제로>>> 마블발의 다른 앨범의 곡을 들려드리고 싶었는데 음감회가 적기이지 않을까 싶어서 골랐습니다.

 

  [loveless]만큼이나 좋아하는 앨범의, <when you sleep>만큼이나 좋아하는 곡입니다. 이 곡을 처음 들었을 때는 아무 말 없이 감탄만 하면서 들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아마도 이 곡도 케빈 실즈의 주도 하에 만든 곡이겠지요. 케빈 실즈는 미친 완벽주의자로 유명한데 그 강박이 느껴지는 것만 같습니다. 기타, 베이스, 드럼 사운드를 다양하게 왜곡도 시키면서 빈틈 없이 배치하여 케빈 실즈와 빌린다 부처의 아름다운 보컬조차 끼어들 자리가 없게 만들었습니다.

 

  앨범 [EP's 1988–1991] [loveless]보다 사운드가 맛있는 앨범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들 꼭 들어주시면 좋겠습니다.

 

 

12. Storm-Drunk Whale(폭풍취한돌고래) - 열광금지, 에바로드

 

최근 디깅을 하여 알게 된 한국 인디 락 아티스트 중에 가장 좋아하는 아티스트입니다. 저는 잡념이 많아질 때면 밤에 집 밖을 나와 집 주변 아무도 없는 어두운 산책로를 계속 걷는 것을 좋아합니다. 항상 소리를 가장 크게 해놓은 에어팟으로 음악을 듣는데 이 노래는 주로 이때 많이 듣습니다. 팝 펑크에 조금의 노이즈를 섞어놓았습니다. 보컬은 정말 실력이 떨어지는데 거친 질감의 노이즈에 섞이는 이 보컬이 좋습니다.

 

 아무리 다른 나라들의 노래들을 많이 들어도 한국 노래들만이 갖는 특별함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당연하게도 해석본을 찾아보지 않아도 바로 가사의 내용을 이해할 수 있다는 점인데, 자신의 과거와 추억을 회상하는 다소 진부한 가사에 환장한는 저에게는 이 노래의 가사가 한없이도 좋게만 느껴집니다.

 

 

13. Cecily Renns - 멍든 무릎

 

이제 마지막 곡입니다. 위의 폭풍취한돌고래와 같은 레이블 소속인 세실리 렌스입니다. 짜라 부원들 중에서는 이 아티스트를 아는 분들이 꽤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짜라 모 인물이 세실리 무한 홍보를 해왔기 때문인데 저도 그 세실리 사랑을 보고 한 번 들었었습니다. 처음 듣자마자 세실리 홍보인께서 왜 이 앨범이 2023년 최고의 앨범이라고 했는지 바로 납득이 갔던 기억이 있네요.

 

곡에 대해서 설명하자면, 위의 곡(열광금지, 에바로드)과 쌈마이•B급 느낌이라는... 비슷한 느낌을 주는 것 같습니다. ‘쌈마이•B급 느낌이라는 표현을 썼지만 B급인척 하는 S급이 아닐까 싶어요. 팝 펑크라는 장르에서 아무리 들어도 못 부르는 보컬이 희망적인 가사를 내지르는 구성은 솔직히 정말 짜치다고 생각하지만 뭐가 되었든 일단 곡 자체가 정말 좋아서 그냥 좋은 곡으로 다가옵니다.  

 

/

 

  이상으로 저의 음감회지가 끝났습니다. 저의 부족한 필력으로 쓰인 음감회지와 저의 부족한 음악력으로 고른 곡들을 입맛에 좀 맞으셨을까요. 좋았던 분들도, 별로였던 분들도 계시겠지만, 한 곡이라도 괜찮다고 생각을 하셨다면 만족스러울 것 같습니다. 1년 전 음감회 선곡 과정같이 올해도 애 좀 먹었지만, 재밌던 경험이라는 것 또한 변함이 없어서 좋았습니다. 다들 들어주시고 읽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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