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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감상회/2024-1

24.04.19

짜라투스트라 2024. 4. 18. 16:10

안녕하세요. 오늘 음감회를 주최하게 된 김희현입니다. 주제를 전자음악과 R&B라고 하긴 했지만 사실 머릿속에 어렴풋이 그려지는 스토리대로 플레이리스트를 짜고 나서 보니 테크노와 R&B등등이 있어서 그렇게 된 것 같네요. 우연히 짜라를 알고 올해 들어오게 되었는데 정말 음악에 대해서 많이 알고 좋아하시는 분들이 많아서 조금 더 친해지고 싶은 마음입니다. 그래서 음감회를 열게 되었는데 중간고사 기간이라 많이 오실지는 모르겠네요..

플레이리스트대로 읽으실 수 있게 글을 조금 쓰려고 합니다. 어떤 글을 쓰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짧은 소설이나 시가 될 것 같아요. 되도록이면 음악에 맞춰서 읽어주세요. 저도 음악을 들으며 글을 쓰려고 해요.

 

Setlist (곡명 - 아티스트)

1. Selected Faces - Gesaffelstein

2. Odd Look (feat. The Weeknd) - Kavinsky

3. Glass & Patron - FKA twigs

4. Dark Places - Brothel

5. Aleph - Gesaffelstein

6. Die Fulci Nummer - Bohren & Der Club of Gore

7. testing - Mokyo

8. Howlin' 404 - DEAN

9. Sin City - Black Atlass

10. It's Easy - Always Never

11. North to South - Andy Stott

12. The Gutter - Heroin and Your Veins

13. Cowboys - Portishead

14. Suicide Dream 2 - How To Dress Well

15. Echos of Silence - The Weeknd

 

https://youtube.com/playlist?list=PLGLHxoPwGjgAEEGfjRBFs4IRmRqawDS0B&si=A9yxbIVLlXXxd4sY

 

1. Selected Faces – Gesaffelstein

2. Odd Look (feat. The Weeknd) – Kavinsky

 

 지겨운 킥소리. 담배냄새에 절여진 머리카락. 어젯밤 내내 지겹도록 귀를 때리던 저음역이었지만 눈을 뜨자마자 다시 찾게 되었다. 저절로 올라가지 않는 블라인드는 새벽속에 살고 싶은 욕망과도 같았다. 책상에 앉자마자 보이는 책장. ‘달에서의 하룻밤’. 내용과는 상관없이 어젯밤은 달에서의 하룻밤과도 같았다. 시곗바늘은 소리를 낼 때마다 죄책감은 나를 조여왔고 머릿속을 흐르는 기억들은 무의식에게 지구로의 귀환을 명령했다.

왜일까

왜인지

그냥

그냥

 

책장에서 위스키를 꺼냈다. 야마자키 12.

시간은 12시도되지 않았지만 그렇게 해야만 할 것 같았다.

잔에 위스키를 따르고 생각했다.

아니 생각이 내게 말을 걸었다.

정말 이게 맞다고 생각해? 창밖을 봐도 알아. 사람들은 낮을 살아가

 

 3. Glass & Patron – FKA twigs

 

장면이 바뀌었다. 지겹도록 칭얼대던 킥은 어딘가로 사라지고 어느 흑인 댄서의 목소리가 귀를 채운다. Do you have a Lighter?

One, two, Three, one, Two, three

문득 생각이 났다.

나는 무의식에 저항할 수 있는가?’

아니 무의식은 무엇인가?’

무의식.

모두 환상인걸까?

욕망과 현실

전율과 환상

 

4. Dark Places – Brothel

5. Aleph – Gesaffelstein

 

 또 다시 장면이 바뀌어가는걸까?

나는 항상 혼자 음악을 찾아 들었기에 사람들에게 이 사람이 유명한지 아는 방법은 인스타 팔로워밖에는 없었다. 어렸을 때는 그 조차도 없었고.

아마 Brothel이라는 아티스트는 아무도 모를것만 같은 느낌이 든다.

누군가의 목소리가 사라지고 정신없는 샘플인지 모를 소리들이 귀를 간지럽힌다.

익숙한 신디사이저 소리가 바닥을 받치고 이미지를 만들어간다.

누가 나에게 어떤 삶을 살고 있냐고 물어보면 어떤 색을 보여줄 것이며 어떤 음악을 들려줄 것인가? 언젠가부터 사람들이 색으로 보이기 시작했다. 나는 아마도 진한 남색과 검정색 사이의 인간일테지. 2년전인가 친구와 럼을 마시며 사람의 색깔에 대해 이야기한적이 있다. 서로의 색을 예상하고 이유를 말하고. 신기하게도 어렴풋이 서로의 색을 맞췄다. 그 친구는 바다의 파란색, 나는 밤하늘의 남색. 사람사이 궁합을 볼 때 색으로 볼 수는 없을까? mbti같은거는 집어치우고.

 

Aleph의 소리가 멈춰간다.

 

6. Die Fulci Nummer – Bohren & Der Club of Gore

 

잡념이 사라져 간다. 믿을 수 없을 만큼의 공허감이 머리를 터뜨리고 방안을 가득채웠다.

예상할 수 없을 시간.

빛이 바랜 향기가 코 끝을 찔러댔다.

사람들은 모두 눈을 감고 한 곳을 바라보았다.

방안의 사람들은 그림자에 갇혀 있었고 그림자는 무의식에 빠져들었다.

볼 수 없는 공간은 내게 심연을 말했고 듣기를 거부한 채 나는 그대로 문을 나섰다.

 

7. testing – Mokyo

 

모쿄는 한국에서 정말 잘하는 음악가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언젠가 크리스마스에 이태원에 갔을 때였다. 파우스트를 갔고 링을 갔고 길바닥에서 담배를 펴댔다. 힙합을 좋아하는 친구는 어느 래퍼의 라이브를 본다며 나를 케익샵에 끌고갔고 나는 그 곳에서 모쿄님을 마주쳤다. 말을 걸었고 그는 소리를 듣지 못했다. 휴대폰 메모장을 켜고 그는 보았다. 길바닥에서 담배를 같이 펴댔다.

 

8. Howlin’ 404 – DEAN

 

..

그냥 꼭 들어갔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나서 보니 어디선가 어딘지 모르게 살짝 들어가 있었다.

모쿄와 함께 딘은 정말 좋아하는 아티스트이다. 한국 대중음악을 넘어서는 음악이 아주 가끔씩 나오는데 이 곡은 그것들 중 가장 좋아하는 곡이다. 다들 알 수도 있고 모를수도 있지만. . 나는 좋아한다. 많이

 

9. Sin City – Black Atlass

10. It’s Easy - Always Never

 

CD플레이어에는 언젠가 구워뒀던 음악들이 흘러나왔다. 거리를 걸으며 그들의 목소리에 힘을 실어줬다. 행인들은 나를 쳐다봤고 나도 그들을 쳐다봤다.

 

죄를 지은 사람들은 나를 쳐다봤고 나도 죄를 지었다.

자연은 나를 용서했고 나는 자연에게 용서받지 못했다.

어둠은 나를 파멸로 이끌었고 죽음은 나를 삶으로 이끌었다.

Memento mori

어느나라말인지 모를 말이 머릿속을 관통했다.

Seoul, 서울

사람들은 죄를 지었다.

전부 다 쉽다는 듯이

나는 그게 버티기 힘들어서 다시 달리기 시작했다.

뭐가 그렇게 쉬운지 아니면 어려운지

정오의 해는 그림자를 더욱 어둡게 만들었다.

맘 편히 먹어.

죄책감은 그들을 크게 만들어

공허 속에 피어난 꽃은 겉과 속이 달라

강박 속에 무너진 너는 안과 밖이 달라

 

11. North to South – Andy Stott

 

견디기 힘들어서

쓰러질까봐

빨려들어갈까봐

그러니까 무서워서.

 

나는 다시 방안으로 들어왔다.

조금은 다른 킥이 나를 반겼다.

이번에는 조금 다를까 변함없을까

더 강해진 진동이 심장을 울렸다.

. . .

 

머릿속이 가득차서 행동을 멈추게 되었고 벽에 붇은 무수히 많은 남자들은 나를 관찰이라도 하는 듯이 찔러댔고 시려운 밤공기는 시간을 착각시킨 공허속에 빠져 방안에 들어왔고 이름모를 감정은 계속해서 발끝을 타고 올라왔고…………………….

 

욕망은 무엇인가.

공허는 무엇인가.

강박은 무엇인가.

죄는 무엇인가.

이렇게도 나를 괴롭히는데

알 길이 없다

 

칼을 들었다.

용기가 없었다.

용기가 없었다.

용기가 없었다.

용기가

용기가 없었다.

그러니까 용기가 없었다.

사람을 죽일 용기가

나를 죽일 용기가

 

12. The Gutter – Heroin And Your Veins

 

한차례 폭풍이 지나간 후 사람들은 말한다

파도는 감정속에 살아간다고

그림자에 갇혀버린 나는 눈을 뜨는 것 이외에는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그저 누군가 나를 꺼내주기까지 그림자속에 살았다.

 

Heroin And Your Veins

이 아티스트도 아는 분이 있을까 모르겠네요. 있다면 저와 비슷한 색을 가진 사람일 것 같네요. 마치 요지 야마모토의 쇼를 생각나게 하는 음악은 검정색의 아름다움을 말해주고 있어요. 검은색은 가장 시적인 색이라고 벨기에의 한 디자이너가 말했어요.

 

그러니까 아직 그림자속에 존재하는건가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창밖은 아스팔트 타는 냄새가 났다

내면의 소년은 다시 돌아오라고 외치는 중이었다.

나는 무수히 많은 선택들을 했고 후회는 하지 않는다.

 

13. Cowboys – Portishead

 

눈앞이 캄캄해졌다.

꿈속에서 볼법한 아름다운 날카로운 그녀가 찾아왔다.

고통은 나를 더 주눅들게 만들었다.

4000정도 음역대

귀가 아팠다, 베일것만 같았다, 시야가 흐려졌다.

온몸이 마비되었다.

 

Beth의 목소리는 칼과도 같았다.

 

14. Suicide Dream 2 – How to Dress Well

 

찢겨진 몰골과 하나의 어린 소년

외쳤다

나는 강하지 않아요

사람들은 듣지 않았다

소년에게 소리가 나지 않았다

찢겨진 소년과 하나의 여러 잡념

말했다

나는 외롭지 않아요

그림자는 문을 닫았다

생각에는 소리가 없었다

 

찢겨진 그와 그의 무의식

외치고 싶었다

말하고 싶었다

그러나 그러지 못했다

알 수 없는 공간 속에서 입을 떼지 못했다

외로웠다

사람들은 외로웠다

나는 외로웠다

죽고 싶었다

사람들은 죽고 싶었다

나는 죽고 싶었다

오늘 혹은 내일 혹은 모레에

아니면 언젠가

 

15. Echoes Of Silence – The Weeknd

 

귀를 찌르던 소리는 어딘가로 거부되었고 편안한 전자음과 천사의 목소리로 둔갑한 그가 다시 나를 반겼다. 나는 포기한 것인지 싸우려고 마음먹은 것인지 아직까지 모르겠다. 지겨운 킥소리는 아직까지도 나를 찾아오지 않았다. 거짓된 마음이었는지 진실된 욕망이었는지 지금은 알 길이 없다.

 

Weeknd Trilogy. 살면서 하나의 앨범만 들으라면 아마 portishead dummy와 함께 고민할 것 같은 앨범입니다. 그 중에 가장 좋아하는 곡들 중 하나입니다. 사실 30곡 모두 가장 좋아하는 곡이네요.

 

긴 글을 써볼까도 생각을 해봤지만 그저 음악을 들으며 생각나는 대로 글을 쓰는게 제일 좋을 것 같아서 그렇게 글을 썼습니다. 누군가에게는 짧고 누군가에게는 긴 글이겠지만 읽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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