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음악감상회/2024-1

24.05.16

짜라투스트라 2024. 5. 16. 13:08

 

안녕하세요 영문과 17학번 고동혁과 예술학과 18학번 장명수, 유가영의 합동음감회에 오신 여러분을 환영합니다. 우선 좀비같이 죽지도 않고 다시 돌아온 저희의 음감회를 흔쾌히 열어주신 구재모 회장, 윤대현 부회장님께 감사드립니다.

 

[아티스트명 - 곡명 / 앨범명(선정자)]
[곡 옆에 이모티콘은 곡의 선정자를 가르킵니다. 고동혁: 👁️, 장명수: 🧼, 유가영: 🏴‍☠️]

- 고동혁👁️
안녕하세요ㅎㅎ 이번 합동음감회를 기획한 17학번 고동혁입니다. 테크노와 전자음악 클럽 문화의 역사에 대해서 최대한 아는만큼 짧게 적어보았는데 한 번 들으면서 읽어보세요!

- 장명수🧼
안녕하세요 예술학과 졸업한 장명수 입니다. 음감회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 유가영🏴‍☠️
안녕하세요 죽지도 않고 돌아온(??) 18학번 예술학과 유가영입니다.

염치도 없이 졸업하고도 음감회에 참여해도 되나? 싶었지만 아무래도? 우리 사랑하는 친구의 마지막 졸업 음감회이니 축하해주고 싶은 마음 반 사실 저도 오프라인 음감회는 한번도 안해봐서.. 오랜만에 동방에 가서 스피커로 좋은 노래를 여러분들과 향유하고 싶은 욕망 반 ^^ 으로 음감회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이번 음감회를 위해 고른 노래들은 그냥 알고리즘이건 원래 알고 있었건 우연히 클릭했건 저에게 듣기 좋았던 노래들을 몇 곡 골라보았습니다. 명수와 동혁이 고른 노래의 채워지지 않는 간극을 채우는 일종의 쿠션 역할(?)을 하길 바라며… 즐겁게 들어주셨으면 합니다 ^0^

 

 

셋리스트( 아티스트 이름 - 곡 제목)

1. Lana Del Rey - A&W
2. Starburster - Starburster
3. The Knife - Pass This On
4. Jockstrap - Sexy
5. Carl Cox, (Reinier Zonneveld, Christopher Coe) - Inferno
6. Fiona Apple - Hot Knife
7. Orbital - Moon Princess(feat. Coppe)
8. Cassie Raptor - Fire Dance With Me (Somniac Remix)
9. Diamanda Galás - Deliver Me From Mine Enemies 1
10. Kate Bush - Sat In Your Lap
11. Klein Zage - Make Me Better
12. Sylvan Esso - Hey Mami
13. Mother Earth - Institution Man
14. Psychic TV - I Love You, I Know
15. MCMLXXXV | Boiler Room: Amsterdam (BIk - Enter the Dragon (are you up?) set) (10'04" ~ 19'10")



1. Lana Del Rey - A&W / Did You Know That There's a Tunnel Under Ocean Blvd. (👁️, 🧼, 🏴‍☠️)
 저희 셋 다 조아하는 곡입니다.

 


2. Fontaines D.C - Starburster / Starburster (🏴‍☠️)
발매한지 한 달 막 지난 Fontaines D.C.의 신곡입니다. 여러분은 노동요가 있으신가요? 저는 작업을 할 때 보통 자극적이고… 정신 빼놓는… 노래들을 많이 듣는 것 같은데요. 그런 저의 노동요 니즈에 충족하는 자극적인 노래입니다. Fontaines D.C.는 요즘 잘나가는 Squid나 IDLES와 같은 밴드들과 같은 궤를 그리는 밴드로 처음 접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Fontaines D.C.의 [A Hero’s Death] 앨범을 좋아해서 종종 들었는데요. 기존에는 전반적인 음악의 기조가 진지하게 느껴졌다면, 이번에 발매된 곡은 웅변 같은 내뱉음이나 호흡이 자극적으로 꽂히는 노래입니다. 뮤직비디오에서는 Grian Chatten이 말그대로 작살난 얼굴을 하고 거리를 배회하는 모습이 그려지는데요. 뮤직비디오를 구성하는 장면의 소음이 노래와 절묘하게 잘 어우러지니 뮤직비디오를 보시는 것을 꼭 추천드립니다. 더불어 하기 싫은 일을 하실 때 듣기 좋은 노래로 추천드립니다. 

 


<Starburster>은 다가오는 8월에 발매되는 앨범 [Romance]의 선발매곡으로, 이들의 신보가 무척이나 기대됩니다.

 


3. The Knife - Pass This On / Deep Cuts (🧼)
첫 소절이 I'm in love with your brother 로 시작하는 게 불온하다고 생각해서 더 관심이 갔습니다. 왜냐면 듣자마자 당연히 자기가 교제하고 있는 사람의 형과(혹은 남동생과) 사랑에 빠졌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처음 노래를 들은지 2년 정도가 지난 후에 그게 아닐수도 있다는걸, 그냥 아무래도 상관없는 누군가의 남자형제 일수도 있다는걸 처음 깨달았습니다. 다 제 뇌가 자체적으로 만들어낸 불온함이었던 것입니다.
그런데 나중에 피치포크에서 앨범 리뷰한 것을 읽고 사람들 의견을 살펴보니 앨범 전체에 근친상간 에너지가 가득하다고 하더라고요... 저는 그것까진 모르겠지만 제가 괜히 이상함을 감지한게 아니었을 수도 있습니다.
하여튼 저는 스틸드럼 소리에 환장하기 때문에 이 곡을 듣고 또 듣고 들었습니다. 스틸드럼 소리가 깔려있는 음악을 아신다면 언제든지 추천 부탁드립니다.
더 나이프는 누나 (Fever Ray, Karin Dreijer) 와 남동생 (Olof Dreijer) 이렇게 남매로 구성된 그룹입니다. 지금은 피버레이와 올로프가 따로 음악을 하고 있습니다. 피버레이 음악도 추천합니다.

 


4. Jockstrap - Sexy / I<3UQTINVU (🏴‍☠️)
Jockstrap의 국문 의미를 아시나요? 저는 몰라서 이 밴드에 대한 정보를 찾기 위해 구글링 했다가 당혹스러웠던 경험이 있는데요. Jockstrap은 Black Country, New Road의 멤버이자 보컬과 바이올린을 담당하는 Georgia Ellery와 프로듀서 Taylor Skye가 결성한 영국의 듀오 그룹입니다. Georgia Ellery의 꾀꼬리 같은 보컬과 대조되는 Taylor Skye의 거친(?)(아티스트 소개에 따르면 harsh and unpredictable..) 프로듀싱이 매력인 밴드라고 합니다. 이 곡은 [Iᐸ3UQTINVU] 앨범의 첫번째 트랙인데요, 첫번째 트랙으로 앨범에서 탈주하지 않고 처음부터 끝까지 집중해서 들을 수 있도록 하는 발판… 같은 곡 같습니다. 후반부로 갈수록 Ellery의 보컬과 함께 긍정적으로 고양되는 부분에 집중하셔서 들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이 곡이 마음에 드셨다면  [I Love You Jennifer B] 앨범의 <Neon>과 <Greatest Hits> 또한 추천 드리고 싶습니다. 

 


5. Carl Cox - Inferno / Inferno (👁️)
<테크노 음악의 역사와 “RAVE” 라는 형태의 파티 문화>

70년대까지 유럽을 휩쓴 록음악 열풍의 시대를 지나며 1980년대 서구는 새로운 일레트로닉 음악에 열광하기 시작했슴다. 그러던 중 크라프트베르크 Die Mensch-Maschine 앨범의 [Das Model]가 영국 차트 1위를 차지하는 전자음악사 상 역사적 사건이 일어났구요. 또, 게리 뉴먼과 데페쉬 모드 등의 신스 팝이 대유행하고 블랙 뮤직 쪽에서도 프린스와 같은 아티스트들까지 전자음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기 시작했어요. 이탈리아에서는 이탈로 디스코가 장르로서 유행하고 오늘날, 현대적 영화 음악의 시초자라 불리우는 반젤리스가 [불의 전차](1981)로 아카데미 음악상과 빌보드 1위를 달성하는 쾌거도 이루어냈습니다.


그러는 동안, 80년대 클럽에서는 디스코가 침체기를 맞고 플로우를 채울 음악이 줄어들어 이탈로 디스코, 일렉트로 등 초창기 일렉트로닉 댄스 음악이 급부상합니다. 동시에 드럼 머신, 시퀀서 등의 기계 발전과 각 디제잉 장비들의 비용이 하향평준화되면서 디제이들의 프로듀서 입문 난이도가 줄어들었습니다. 모두가 전자음악이 가져다줄 유토피아, 유포리아에 목말라 하던 바로 이 시점에서 80년대 미국 디트로이트와 시카고를 중심으로 테크노와 하우스 음악이 신세대 클럽 댄스 뮤직으로 주목받기 시작합니다. 이 음악들은 전통적인 어쿠스틱 디스코와 펑크의 영향을 받아들이되 그것을 일렉트로닉 버전으로 승화시켰습니다. 쉽게 말하여, 테크노와 하우스는 ‘일렉트로닉 디스코’, ‘일렉트로닉 펑크’ 뮤직이라 설명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테크노/하우스 열풍과 더불어 1인 프로듀싱과 DIY혁명은 디제이/프로듀서 겸업의 지평을 열었고 이는 곧바로 전자음악을 플레이하는 클럽 문화를 탄생시킵니다.

Rave?
• 커다란 창고, 항공기 격납고 등에서, 캐주얼을 입고서, 하우스&테크노 같은  장르를 틀어놓고, 밤새 디 제이 파티를 여는 것. 가볍게 혹은 반나체로 혹은 페티시 룩을 혹은 자신을 온전히 해방하는 모습으로 땀 흘리며 막춤을 추는 것.

<Spaced Out!" – tabloid headline during the Second Summer of Love 1989>,‘11,000명의 영국의 젊은 아이들이 마약을 하고 미친짓을 하고 있다’는 기사 내용


그렇게 1980년대 미국 디트로이트와 시카고의 흑인들이 디스코와 펑크 전통의 연장선에서 신디사이저를 이용해 만든 하우스/테크노 음악을 유럽의 백인들이 가져와 폐공장에서 틀며 밤새 놀다 생긴 레이브RAVE 문화는 당대를 강타했던 신종 마약으로서의 엑스터시(MDMA)와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가 있으며 이 때문에 초기 테크노 음악을 트는 클러빙은 대부분 경찰의 눈을 피해  격납고나 폐공장 등지에서 이루어졌습니다. 이러한 경향에 그 주 소비자들은 대부분이 워킹클라스와 젊은 세대였습니다. 디제이가 중심에 있는 서브컬쳐 공간으로서 언더그라운드 뮤직 클러빙, 즉 레이브는 오늘까지도 유구하게 이어지고 있는 클럽 문화 중 ‘유흥과 허세, 스탠드앤드모델링(그저 클럽에 서서 모델인척 한다 -물론 이것도 오늘날에는 퀴어 페티시 서브컬쳐에 의해서 아주 섹시하게 전복되고 있습니다)‘와 거리를 두고 클럽에 찾아온 레이버들로 하여금 디제이가 플레이하고 있는 음악 자체에 몰두하는 것을 기본 전제로 하고 있습니다.

테크노는 딥하고 어두운 분위기의 반복된 루프가 셋 전반을 깔고 갑니다. 이 지점이 하우스나 여타 전자음악들과 뚜렷하게 구별되는 부분이기는 하지만, 오늘날 테크하우스, 듣기 편한 커머셜 유로댄스 경향의 테크노 등의 다양한 갈래들이 무수히 파생되면서 이제 그 뚜렷한 구분은 조금 무화되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날 홍대나 강남에 즐비해 있는 EDM 클럽에서 쉬이 들을 수 있는 뿅뿅뿅뿅 하는 식의 빌드업과 멜로디로 대표되는 댄스뮤직들은 아무리 전자음악을 잘 모르는 사람이라도 미니멀테크노와 같은 장르를 듣는 순간 그 차이를 확연히 인지할 수 있습니다.

바로 이러한 짤막한 배경지식과 제 개인적인 취향에 대한 단상을 바탕으로 제가 준비한 세 가지 테크노 음악들을 들어보신다면 다소 단조롭고 낯설어 보일 수 있는 전자음들의 반복으로 보일지라도 세 곡이 전부 완전히 다르게 와닿을거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강하고 다이나믹하며 생동감이 넘치는, 테크노 입문자 또한 가볍게 들을 수 있는 애시드한 신스와 템포 그리고 결코 부담스럽지 않은 빠르기의 BPM으로 진행되는 Carl Cox의 Inferno를 시작으로 (유럽 한정)대중적인 하드테크노의 문법을 구사하는 Cassie Raptor의 상업(?) 테크노와 독일의 게이 테크노(오늘날의 퀴어 씬에서 생산되는 테크노/전자음악 셋들은 현 시대의 언더그라운드 전자음악을 대변한다고 보아도 무방합니다…) 씬을 대표하는  파티인 HerrenSauna의 창립자이자 레지던트 디제이인 MCMLXXXV의 트렌디한 보일러룸 라이브셋을 같이 들어봅시다ㅎㅎ

 여기서부터는 제가 여기서 기록으로 남길 수 있는 한에서 이런 재미없는 역사 서술이 아닌 제가 직접 여러 레이브 파티를 다니며 보고 느낀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얘기들을 써볼게요…

자 이제 Carl Cox의 Inferno 이야기로 넘어와서, 이 곡은 여러분에게 테크노를 입문시키기 위해 선정한 곡입니다. 제가 2019년도 즈음 테크노에 진지하게 빠지게 된 계기가 됐던 곡, 칼콕스의 인페르노입니다. (EDM 페벌이라면) 페스티벌에서 피크타임에 틀기 딱 좋기도 하고, 전자음악을 딱히 즐기지 않더라도 누구나  무난무난하게 좋아할 만한 사운드가 주가 되는 이 곡은 애시드한 멜로디와 테크노 장르 특유의 어두침침한 분위기를 잘 보여줍니다. 워낙 테크노의 전통을 잘 계승하고 있는 이 곡을 듣고 있노라면 집에 있는 나풀나풀 이쁜 실키 드레스와 화려한 퍼와 발레코어 룩들(있지도 않지만)을 다 태워버리고 옷장을 전부 시커먼 레더와 BDSM 룩, 꽉 끼는 검정 나시들로 채워버리고 싶은 욕구마저 들게 됩니다. 원래 이 아저씨 디스코그래피를 보면 이러한 페벌에서 틀법한 테크노보다 훨씬 더 미니멀하게 구축된 테크노와 테크하우스, 정글, 애시드 하우스 등이 주를 이루는데요, 어째서인지 테크노 라이브셋들이 더 좋고 또 이 곡 같은 정통성 있는 테크노가 더 평도 좋고 듣기 좋습니다. 언젠가 한국에서도 공연하시면 꼭 가보고 싶네요 쩝…


6. Fiona Apple - Hot Knife / The Idler Wheel...(The Idler Wheel Is Wiser Than the Driver of the Screw and Whipping Cords Will Serve You More Than Ropes Will Ever Do) (🧼)
전기의 우울하고 유혹적인 여자 느낌도 좋지만 좀 더 집착적이고 완전히 미쳐버린 여자 느낌의 중후반 앨범이 아무래도 더 재밌습니다. 뮤직 비디오 제작에 전남친 폴 토마스 앤더슨이 참여했다고 합니다.
남자에 미친 여자 바이브가 가득한 피오나 애플 앨범은 라나 델 레이와 교차해서 들으면 감성 올리기 좋습니다.
요즘은 왠지 미친 사람의 느낌이 나는 음악을 많이 듣게 됩니다.
어디에 빠져도 좋고 그 모습이 이상해보여도 괜찮습니다. 빠져있는 대상이 혐오스럽든, 가망없는 대상에게 너무 간절해보여서 우습든, 비도덕적이든 상관없습니다.
어떤 사람이 하나에 몰입한 에너지는 애써 꾸며내지 않아도 상대방에게 강렬하게 전달되는것 같습니다. 그리고 저에겐 그게 엄청 매력적으로 다가옵니다.

 


7. Orbital- Moon Princess (Feat. Coppé) / Optical Delusion (🏴‍☠️)
Orbital은 필 하트놀과 폴 하트놀 형제로 구성된 영국의 전자 음악 듀오입니다.  Orbital이라는 이름은 애시드 하우스 초창기 레이브 씬의 중심이었던 그레이터 런던의 궤도 고속도로인 M25에서 따온 것이라고 합니다. 90년대 활발하게 활동했던 Orbital이 깨고 붙이고를 반복하다가 23년에 발매한 10번째 스튜디오 앨범 [Optical Delusion]에 수록된 곡입니다. 저는 무지해서 저의 취향을 장르나 용어로 정확하게 짚을 수는 없지만  주술적인 느낌이나 나레이션 같은 보컬을 좋아하는데요. 거기에 너무나도 부합하는 곡이라 소개드리고 싶었습니다. 이 곡을 통해서 Coppé라는 일본의 전자 음악 아티스트를 알게 되어 기뻤습니다. 2004년에 발매된 Coppé의 앨범 [8] 또한 추천드립니다.

 


8. Cassi Raptor - Fire Dance With Me (Somniac One Remix) (👁️)

레이버들의 성지, 베를린 베억하인. 평균 10시간을 기다려서 들어가며 그마저도 절반 이상이 입밴ㄱ-

아 그리고 검정색을 입는 것은 제가 농담처럼 말하기는 했지만 실제로 검정색은 베를린 레이브 문화의 핵심같은 느낌도 없지 않아 있습니다ㅋㅋㅋ 클럽 놀러갈 때 화려한 색깔들로 공작새처럼 자신을 뽐내는 것도 좋지만 음악을 즐기러 온  공간에 하나가 되는 경험을 하기 위해서일까요, 레이빙을 다닌 입장에서 결국 검정색을 고집하게 되는 이유는 먼지랑 땀… 등이 잘 가려지고(<— 젤 중요) 각종 조명과 시각효과들을 방해하지 않으면서 앞서 설명했듯 어두침침한 테크노 음악의 특성을 잘 반영하기 때문이리라 추측됩니다. 실제로 베억하인에 입장하려면 무채색이나 검정색 옷을 입거나 페티시룩, 이 세상과 단절된 듯한, 어떤 어두운 신비감과 몰입도가 있는 옷을 입어야 하는데요, 이에 관련해서는 How to enter Berghain이나 Berghain Look이라고만 구글에 검색해보셔도 무수한 설들이 떠돌아다니는데, 공식 문지기가 인터뷰에서 밝힌 바로는 “이 공간에서 자신도 몰랐던 새로운 자신과 온전히 마주할 수 있는가?” 가 입밴의 기준이라네요ㅋㅋㅋ그뭔씹. 아무튼 저는 흉부만 간신히 가리는 검정색 크롭에 개편한 검정 나이키 트레이닝 반바지를 입고 들어갈 수 있었어요. 제 바로 앞 엄청 시끄러운 미국인 11명은 11명이 단체로 입밴되었는데, 그도 그럴 것이 문지기 앞에서는 아가리를 닥치고 있어야 한다는 암묵적 룰도 있더라고요…

음악 이야기로 돌아와서! 독일 테크노는 하드코어 경향성이 짙은 헤비하고 단순한 비트를 반복하는 테크노음악으로 ‘베를린 테크노’라는 장르를 개척합니다. 1980년대 중·후반부터 베를린의 많은 부분을 형성한 음악 스타일, 하위문화 패션, 댄스 등을 모두 일컫는 장르로서 인정받은 ‘베를린 테크노’는 얼마 전 세계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되기도 하였습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미니멀 테크노도 선호하고 하드코어 테크노도 선호하지만 요즘 들어 생활에 무료함을 많이 느끼게 되면서 하드코어 테크노에 환장하고 있는 테크노 빗치 페이즈를 맞이 하고 있습니다(웃음). 나이가 나이인지라 이 시기가 얼마나 갈지는 모르겠으나 강력한 킥과 템포, 비피엠으로 이루어진 하드테크노의 매력은 그 누구도 거부할 수 없으리라 짐작됩니다.

 


 이 곡은 비교적 최근에 나온 하드테크노로 분류되기 좋은 곡입니다. 90년대를 거치고 00년대로 접어들며 유럽의 테크노 레이브 씬은 점점 더 강렬하고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템포의 구성, 더 거칠게 말하면 약빨이 잘 올라오는 BPM과 멜로디 구성의 경향성을 띄게 됩니다. 이는 당대 클럽 레이브 문화의 상업적 특성과 직결되어 있었으며 많은 젊은이들이 이 때 실제로 레이브 도중 엑스터시의 과도한 사용으로 죽거나 중상을 입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소위 상업적인 하드테크노와 결별하고자 많은 DJ들이 미니멀 테크노로 장르로 갈아타기도 하였습니다. 이들 미니멀 테크노 프로듀서들은 일종의 인텔리 음악을 하는 사람들인데(실험음악같은 전자음악들을 떠올려 보심됩니다), 전자음악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거나 관심이 없는 사람들이 듣기에는 정말 똑같은 루프의 무한 반복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음악으로 들리기도 합니다. 그러한 부분을 보완하기 위해 트랜스라는 장르가 탄생하기도 했습니다. 트랜스 음악이 궁금하신 분들은 저와 언젠가 동방에서 진득하게 들어봅시다!

 


9. Diamanda Galás - Deliver me from Mine enemies: I. This Is The Law Of The Plague / The Divine Punishment (🧼)
다이아만다 갈라스는 아방가르드 익스페리멘탈 음악을 하는 미국의 여성 보컬입니다. 비명과 독특하게 부서지는 목소리를 자주 사용하는 것이 특징적이고 음악에 에코와 딜레이를 많이 넣습니다. Phillip Glass 나 John Zorn 등의 많은 작곡가들과도 협업했습니다. 사람들은 그녀의 음악을 종종 악마적이라고 표현하기도 합니다.

처음에 다이아만다 갈라스의 노래를 들었을 때 그 음악이 나오는 어두운 방 안에는 낯선 사람들로 가득했습니다. 그리고 뜨끈뜨끈하고 비장한 소리 사이로 찜질방같다, 화형당하는걸 소리로 나타내면 이런 기분이려나.. 하는 생각을 가볍게 했습니다. 아직도 그 생각은 유효하고 그 때 다이아만다 갈라스의 노래를 틀었던 사람은 여전히 그녀의 앨범을 재생시켜놓고 잠을 잡니다. 너무 길어서 못 넣은 트랙 <Litanies of Satan> 도 추천합니다.
 

10. Kate bush - Sat In Your Lap / The Dreaming (🧼)
정말 전설적인 영국의 아티스트죠. 19살에 <Wuthering Heights> 로 영국에서 최초 자작곡으로 싱글차트 1위에 오른 여성가수가 됩니다. Bjork 등 여러 여성 가수들이 그녀의 영향을 받았다고 꾸준히 언급합니다. 참고로 <Wuthering heights> 는 동명의 원작 소설 Wuthering Heights (폭풍의 언덕, 에밀리 브론테 저)을 보고 케이트 부시가 영감을 받아 만든 음악입니다. 그런데 후반부 가사가 죽은 여주인공 캐서린 앤쇼가 (아마 유령인 상태로) 생전 애인이었던 히스클리프에게 찾아가서 나 기억나지 나 캐시야 나 추우니까 창문 좀 열어줘 라고 하는 내용이라 재밌습니다.

<Sat In Your Lap> 은 뮤직비디오가 오컬트적이라 재밌습니다. 케이트 부시 특유의 쨍한 고음의 목소리를 좋아해서 이 음악을 들을 때면 내지르는 소리에 쾌감을 느낍니다.

Genesis 의 보컬이었던 Peter Gabriel 과 협업한 <Don't Give Up> 도 좋아합니다. 케이트 부시는 왠지 음악도 외모도 주술적이고 마녀같은 느낌이 있어서 흥미로워요.

Some say that Heaven is Hell
Some say that Hell is Heaven
 

 

 

 

11. Klein Zage - Make Me Better / Feed The Dog (🏴‍☠️)
Klein Zage는 미국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트립합, 드림팝 계열의 아티스트입니다. 스포티파이 아티스트 소개에 "Seattle-born, NY-resident"라고 자신을 단순하게 소개하는데요. 이처럼 이주와 지역은 Klein Zage 음악의 주요한 주제로 나타납니다. <Make Me Better> 곡이 수록된 [Feed The Dog]도 Klein Zage의 자전적인 이야기, 일상적인 이야기를 관찰자적 시선으로 담아낸 앨범입니다. 서정적이고 희망과 위로가 담긴 자기 암시적 메시지가 가득한 앨범이기 때문에 잔잔하게 힘을 얻고 싶은 분들에게 추천하고 싶습니다.

 


12. Sylvan Esso - Hey Mami / Sylvan Esso (🧼)
쉬어가는(?) 상큼한 트랙으로 넣어봤습니다.

 


13. Mother Earth - Institution Man / The People Tree (🏴‍☠️)
Mother Earth는 런던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영국의 애시드 재즈 밴드입니다. 여러분께서 잘 아실 Jamiroquai가 데뷔한 Acid Jazz Records의 밴드이며, 이 앨범은 93년 발매된 People Tree 앨범에 수록된 곡입니다. (Jamiroquai를 좋아하시는 분이 있다면 [People Tree] 앨범을 정주행해보세요!) 오늘 음감회의 후반부에 다다르게 되었고, 제가 고른 마지막 곡인데요. 오늘 즐겨주셔서 감사합니다 :)

 


14. Psychic TV - I Love You, I Know / Mr. Alien Brain vs. The Skinwalkers (🧼)
제가(장명수) 선정한 마지막 곡입니다.
1981년 영국에서 결성된 비디오 아트와 음악 그룹 Psychic TV 의 음악입니다. Psychic TV 는 일반적인 밴드/그룹이라기 보다는 뮤지션/아티스트/화가/그리고 여타 많은 영역의 활동을 하는 사람들의 집합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들은 여러 실험적인 음악을 만들어냈습니다. 그리고 후에 멤버 중 한 명인 피터 크리스토퍼슨은 Psychic TV 를 떠나 Coil 을 결성했습니다.

I love you 라고 속삭이는 낮은 음성의 뒤로 깔리는 전동 드릴 소리가 상상력을 자극합니다. 사랑한다고 말하면서 상대에게 뭘 하고 있는걸까요. 근데 음악이 묘하게 따뜻해서 안정감이 느껴집니다.
 

15. MCMLXXXV | Boiler Room: Amsterdam, (BIk - Enter the Dragon (are you up?) set) (👁️)


MCMLXXXV는 전세계적으로 굉장히 유명한 게이 파티 Herrensauna, Herren(남자) + 사우나, 즉 직역하자면 ‘남자 사우나, 혹은 남탕’ 정도로 번역되는 파티의 수장이자 레지던트 디제이입니다. 어째서 테크노 음악은 이토록 퀴어 씬과 밀접한 연관성을 가지고 있을까요? 아마 앞서 제가 기술한 내용들을 정독하신 분들은 눈치 채셨겠지만, 테크노 음악은, 그리고 그 중에서도 특히나 베를린 테크노의 경우 ‘평소에는 의식할 수 없었던 온전한 나 자신과 만날 수 있는 일종의 정념의 음악’입니다. 자신에 대해서 탐구하고 표현하는 데에서 순수한 자유를 제공하는 테크노와 레이브 문화는 필연 퀴어 공동체에게 긍정적인 기여를 하게 되었습니다. 실제로 전세계적으로 많은 테크노 프로듀서들과 레이브 기획자들이 퀴어 아티스트 당사자이거나 퀴어 당사자들과 많은 협업을 하고 있습니다. 당장 우리나라도 그렇고요!

어떤 의미에서 테크노는 연대의 장이자 모두가 연결되는 경험의 장입니다. 많은 테크노 파티들을 살펴보면, 서로를 온전히 존중하고 함부로 타인을 평가하지 말자는 가이드라인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포용과 수용, 자유로움과 다양성의 표현 등은 레이브 컬쳐가 가지고 있는 핵심 가치 중에 하나이니까요!

너무 재미 없는 이야기 같았다면 마지막으로 재밌는 이야기 하나 하고 사라지겠습니다. 베를린 베억하인에는 다크룸(Dark Room)이라는 흥미로운 공간이 있는데요, 이는 모든 세상의 편견과 시선에서 자유로운 채, 말그대로 어두워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공간에서 사람들이 익명성을 유지하고 다양한 성적 경험을 하는 공간입니다.

쉽게 말해서 크루징(공공장소나 사적 공간에서 익명의 성적인 상호작용을 추구하는 행위, 챗쥐피티 왈ㅋㅋㅋ) 공간이라고 보아도 무방합니다. 저 갔을 때는 베억하인 플로어 하나만 즐기는 데에도 너무 정신없어서 들어갈 엄두도 못내봤는데요, 다행히 한국의 게이 클럽인, Eagle Seoul에도 다크룸이 존재합니다. 제가 알기로 국내에는 여기 하나밖에 없는 듯? 아무튼 요지는 테크노, 레이브 컬쳐는 이렇듯 모두와 연결되는 것, 현세의 각종 폭력적 헤게모니에서 벗어나 내 존재와 실존을 마주하는 것 그 자체라고, 그렇게 표현해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음악감상회 > 2024-1' 카테고리의 다른 글

24.05.30  (0) 2024.05.29
24.05.23  (0) 2024.05.23
24.05.10  (0) 2024.05.05
24.05.02  (0) 2024.04.28
24.04.19  (0) 2024.04.18
공지사항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Total
Today
Yesterday
링크
«   2025/01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글 보관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