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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짜라에 온지 벌써 6년이 지났습니다… 오래도 있었네요. 13년부터 있으면서 동아리 내에서나 외에서나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동아리 분위기도 그때와는 많이 달라졌고, 학교도, 세상도 많이 달라진 느낌입니다. ‘음악감상’동아리에 있다보니까 아무래도 음악을 ‘감상’하는 법에 대해서도 많이 생각하게 되고 그리고 지금까지의 변화에 대해서도 많이 체감하는 중입니다.
옛날부터 보자면 90년대 선배님들은 유튜브는 당연히 없었고 인터넷도 상용화되지 않은 시대라 음악을 듣기 위해서는 레코드샵을 갔어야 했습니다. 인터넷이 없었으니 정보를 쉽게 얻을 수도 없었을 것입니다. 좋은 음악을 찾기 위해서는 매거진을 보면서 추천을 받거나, 지인들에게 추천을 받거나, 아니면 직접 부딪혀 보는 수밖에 없었겠지요. 만만치 않은 돈, 시간 그리고 열정이 필요한 일입니다. 그래서 그 때는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들, 90년대의 동아리 선배님들은 진심으로 음악을 즐기고 사랑하는 분들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00년대를 지나 인터넷이 보편화되고 유튜브가 탄생하고 스트리밍 서비스가 우후죽순 생겨나면서 아무리 변방의 음악이라도 클릭 몇번이면 접할 수 있게 되었고 음악 관련 정보도 쉽게쉽게 찾아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때와는 다르게 미리 정보를 접하여 어떤 앨범이나 곡이 좋고 구리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는 그 시절보다 음악을 좀 더 가볍게 여기게 되는 경향을 낳게 된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 것이 결코 잘못되었다는 것은아닙니다. 세상은 변하게 마련이고 저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은 이에 또 적응해가며 살아가겠지요. 장점이 있다면 음악들을 쉽게 찾아 들을 수 있으니 다양한 경험을 해볼 수 있다는 것, 메탈이나 인더스트리얼이나 실험 음악, 제 3세계 음악, 레게 그리고 수많은 하위장르들 같은 이전에는 쉽게 접할 수 없었던 다양한 장르들을 들어보면서 자신의 스펙트럼을 넓힐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그때와는 다른 문제가 생겨나는데, 과거에는 소비자의 역할만 했던 사람들이 쉽게 음악을 생산할 수 있게 되어 밴드캠프, 사운드 클라우드 같은 사이트에는 엄청난 수의 음악이 올라오곤 하는데, 이렇게 음악이나 정보의 수가 무한대에 가까울 정도로 많다보니 사람들은 무슨 음악을 들어야 할지 모르겠는 것입니다. 장르별로 명반 100개씩만 뽑아서 평생 들어도 절대 다 못들을 것입니다. 이번 해에 나오는 앨범들도 다 듣기 벅찬데 말입니다. 많은 음악을 들을 수 있는 환경이 되고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게 되었지만, 좋은 음악을 찾기는 똑같이 어려운 것 같습니다(하지만 이전처럼 돈, 시간 그리고 자신의 열정을 투자해서 좋은 음악을 얻게 됬을 때 느끼는 희열은 비교할 수 없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시간이 지나면서 현재 물건과 정보는 점점 더 많아져 범람하는 상태에, 사람들은 과거와 다르게 자신과 더 꼭 맞는 물건과 정보를 원하게 되었습니다. 핵가족의 붕괴, 집단소속감 약화, 그리고 1인 가구가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고 개인의 행복을 더 중시하는 풍조가 퍼지면서 사람들은 앞서 말한 것 처럼 자기자신, 개인에게 더 맞는 Customizing된 물건과 정보를 원하게 되었습니다. 그러하여 사람들은 획일화된 메이저 트렌드를 벗어나 니치하고 서브컬쳐적인 영역을 탐색하게 됩니다. 마이너로 남아있던 영역이 더이상은 마이너로 남아있지 않게 되어버린 것입니다. 또한 이러한 흐름에 응하여 큐레이션이 성행하게 되고 브랜드 또한 이러한 요구를 받아들여 새로운 시도들을 하고 있는 상황이죠. 음악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다양한 큐레이터들이 존재하고 새로 생겨나고 있죠. 버버리나 샤넬같은 거대 패션 브랜드에서도 적극적으로 음악 부분에 관여를 하고 있고요. 브랜드를 소비하는 소비자들에게 패션 뿐만이 아니라 음악, 예술, 식문화 등까지 광범위한 하나의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고 있는 것입니다.
말이 길어졌는데, 제가 생각하는 것은 이런 배경에서 음악감상, 혹은 큐레이션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것인지입니다. 음악의 요소를 굳이 두가지로 나누자면 내적인 요소와 외적인 요소가 있다고 생각하는데, 외적인 요소는 음악가의 배경 등일 것입니다. 어떻게 하면 개인의 취향에 더 맞는 음악을 듣고, 추천해줄 수 있을까요. 음악의 내적인 부분 즉 멜로디나 리듬이나 가사 그런 부분뿐 아니라 외적인 요소 음악가의 철학 그리고 음악에 깔린 배경 그런 것들이 하나같이 쏙 들어맞는 음악들이 좋지 않을까요. 좋은 음악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에서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내적인 요소와 외적인 요소가 조화를 이루는 음악. 음악이라는 청각예술에서 ‘음악’적인 부분이 가장 중요하지 않을까 생각이 되다가도, 외적인 요소 또한 중요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세상은 단순하지 않기 때문에… 사람들은 조그만 것까지 신경쓰고 원합니다. 사실 저도 잘 모르겠네요..ㅋㅋ 좋은 음악이 뭘까에 대해서는 머리가 복잡합니다. 하지만 탈모더니즘 시대이긴 하지만 모든 음악이 좋은 음악이라고 말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결론은 오늘은 곡에 대한 설명은 없을 것입니다. 나름의 이유가 있는데, 음악은 글로 보고 이해하면서 듣는게 아니라고 생각하거든요. 이전의 짜라에서는 선곡한 음악에 대한 설명이 충분치 않으면 안좋은 소리가 나오던 경향이 있었는데, 저의 생각은 다릅니다. 먼저 귀로 듣고 느끼는게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음악에 대한 정보나 설명은 나중에 봐도 됩니다.
이번에 선곡한 곡들은 디테일한 씬을 그리고 선곡한 것은 아닙니다. 두루뭉실한 생각, 장면들, 미세먼지가 많은 밤의 길거리나 요즘의 저의 심정 뭐 그렇게도 말할 수 있겠습니다만, 정확한 것은 아닙니다. 여러분도 여러분만의 장면을 그려보리기 바랍니다.
TRACKLIST
1. Frank Ocean - At Your Best (You Are Love) 5:21
2. Massive Attack - Small Time Shot Away 7:59
3. Everything but the Girl - Before Today 4:19
4. Laika - Almost Sleeping 6:55
5. Susumu Yokota - Azukiiro no Kaori 2:36
6. Sneaker Pimps - Destroying Angels 4:27
7. Quickspace - Quickspace Happy Song #2 6:33
8. Sky Ferriera - Ain't Your Right 3:23
approx. 42 min
Frank Ocean / Endless (2016) / At Your Best (You Are Love)
Massive Attack / 100th Window (2003) / Small Time Shot Away
Everything but the Girl / Walking Wounded (1996) / Before Today
Laika / Sounds of the Satellites (1997) / Almost Sleeping
Susumu Yokota / Sakura (2000) / Azukiiro no Kaori
Sneaker Pimps / Splinter (1999) / Destroying Angels
Quickspace / Precious Falling (1998) / Quickspace Happy Song #2
Sky Ferreira / Night Time, My Time (2013) / Ain't Your Righ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