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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십니까. 전자·전기공학부에 다니고 있는 18학번 구재모라고 합니다.
1학년 때 수업 끝나고 심심해서 동아리 박람회를 둘러봤었는데요. 당시 짜라 테이블에 있던 LP들에 혹해서 동아리에 가입한 뒤 벌써 1년이 지났습니다. 그동안 동아리방에 있던 턴테이블을 고친 것 덕분에 감사 인사도 들어보고(나사 하나 조인 것 밖에 없지만요ㅋㅋ) 동아리 활동도 참가해 보며 꽤 만족스러운 한 해를 보냈던 것 같습니다.
처음 해보는 음감회라서 그런지 긴장이 됩니다. 사실 음악을 들을 때 이것저것 듣기보다는 듣는 노래들만 정해서 줄곧 듣는 편이거든요. 또 요즘 가장 많이 듣고 가장 좋아하는 장르가 통칭 레이브로 일컫을 수도 있는 90년대 브레이크비트 테크노라던가 해피 하드코어 같은 장르들입니다. 이런 댄스튠 음악들을 음감회에 틀기는 조금 뭣하고... 처음에는 제가 무엇을 여러분께 들려드려야 하나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런데 음감회를 권유받았을 때 LP 음감회가 어떠냐고 하더라고요. 그때 그거라면 해볼 만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LP, 정확하게는 바이닐이라고 부르는 매체를 관심도보다는 제가 그렇게 많이 가지고 있지는 않습니다. 동아리방에 놔둔 것 까지 포함해서 100장 내외 정도밖에 되지는 않을 겁니다. 다만 해외직구를 해보고 일본 여행을 가서도 사 오기도 해서 알찬 컬렉션을 가지고는 생각합니다. 그래서 이번기 회에 제가 모았던 바이닐 중에서 괜찮았거나 깊은 인상을 준 것들을 골라서 들려드리려고 합니다.
예고에서는 80년대 락과 일렉트로닉을 주로 들려드린다고 했었는데 막상 들려드릴 곡들을 정해보니 70년대까지 시대 범위는 꽤 넓어졌습니다. 곡 설명은 음반에 대한 소개나 저와 그 음반에 얽힌 이야기가 주로 될 것 같습니다.
1. New Order - Blue Monday (1983)
살면서 음악에 빠지기 시작했을 때 그때들은 장르가 무엇이었나요? 그러다가 바뀌게 되었다면 그 계기가 무엇이었나요? 저는 중학교 때 린킨 파크 같은 뉴메탈 장르를 많이 들었습니다. 그러다 지금처럼 일렉트로닉 음악에 빠지게 된 계기가 있었습니다. 저는 그 계기가 이 곡이었습니다. 정말 약 1주일 동안 수백번은 들은 것 같은 기억이 드네요.
그런 후 어느 날 음반 정보 및 거래 사이트인 Discogs를 뒤지다가 누가 이 음반의 초반을 파는 것을 봤습니다. 그래서 바로 구매하게 되었고 그게 살면서 첫 해외구매를 한 기억입니다. 물론 음반이 초반의 은색 속 커버가 아니라 재반인 검은 속커버라 실망을 하긴 했지만요.
아무튼 말이죠, 제게 살면서 가장 '인상 깊은' 곡을 고르라면, 저는 이 곡을 고르겠습니다.
2. RAF - Self Control (1984)
80년대... 라면 무슨 생각이 드시나요? 장발 남녀와 밤거리의 알록달록한 네온사인들? 어떤 생각을 하셨든 아무튼 위키피디아의 설명처럼 80년대를 대표하는 노래 중 하나는 이 곡이 되어야 합니다. 정말로 그 80년대 그 느낌이 드는 노래거든요.
로라 브래니건이 커버한 버전도 마찬가지로 80년대의 송가이고 GTA 같은 게임에 수록될 정도로 좋지만, 원곡이 가진 느낌도 훌륭합니다. 처음 80년대를 중심으로 음악을 고르려던 생각이 들어서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3. Joy Division - New Dawn Fades (1979)
많은 분이 알고 좋아하시는 조이 디비전의 1집의 수록곡입니다.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보컬의 죽음 뒤 남은 멤버들에서 키보디스트 한명을 추가해서 1번 곡을 만든 뉴 오더가 되죠.
솔직히 어떤 곡을 골라야 할지 곤란한 앨범이었습니다. 명곡이 워낙 많거든요. 그래서 그중에서 제가 가장 좋아하는 곡을 선택하기로 했습니다. 우울한 분위기의 곡의 감성을 배로 증폭시키는 이펙터가 걸린 기타가 훌륭합니다.
어떤 노래를 틀지 고르다가 커버가 미니멀한 게 인상적이어서 선택하게 되었네요.
4. Einsturzende Neubauten - Kollaps (1981)
인더스트리얼이라는 장르는 듣기가 힘든 게 사실이죠... 실제로 이 장르가 나타난 70년대 후반에서 80년대 초만 하더라도 마니아들을 제외하면 평가가 박했습니다. 하지만 음악성과 짜임새 있게 잘 만든다면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 아인스튀어첸데 노이바우텐같은 밴드들입니다.
곡 제목과 동명의 앨범은 유튜브에서도 아직 모든 full album 듣기가 있지 않고 곡들도 전부가 있지 않아서 찾아 듣기 힘든 앨범입니다. 그래도 마침 제가 작년 여름에 일본에 가서 이 LP를 구할 수가 있었거든요. 그래도 아직 동아리방에서 이 소음 가득한 앨범을 듣기는 쉽지 않습니다... 아직도 앨범을 다 못 들었어요.
그래도 해당 앨범에 있는 곡 중 가장 뛰어난 곡은 이 곡이 아닐까 싶습니다. 리듬감 있고 불안한 현악기가 반복되고 사이마다 파괴적인 기타 사운드가 들리며 보컬이 절망과 파괴를 외치죠. 그래도 들어볼 만한 가치는 있다고 생각합니다.
5. 작은 거인 - 일곱 빛깔 무지개 (1979)
이번에는 신나는 락 사운드로 분위기를 바꿔 보겠습니다.
우리나라의 락 역사는 군사정권의 검열 등으로 운이 좋지는 않습니다. 그래도 그중에서도 특출한 재능을 보인 밴드나 아티스트가 있죠. 대표적으로 신중현과 산울림이 있습니다만 작은 거인의 김수철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한국에서 실험 음악을 하고 또 무대매너도 독특한 거로 유명하죠. 모두 알만한 유명한 곡은 '날아라 슈퍼보드'의 '치키치키차카차카'가 있을 것입니다.
여러 명곡이 있습니다만 저는 전국대학가요경연대회에 나왔던 이 곡을 선택하겠습니다. 신나거든요.
6. Kraftwerk - Die Roboter(3-D) (2017)
여러분에게 크라프트베르크의 음악을 들려드리게 되어 기쁠 따름입니다. 크라프트베르크가 어떤 밴드입니까? 현대 일렉트로닉의 아버지라 불리는 밴드가 아닙니까? 아무튼 제가 가장 좋아하는 밴드입니다. 기계인간을 아이콘으로 내세워서 선보이는 기계적이고 리듬감 있는 음악들은 공학도인 저의 마음을 사로잡았었습니다. 해당 곡도 영어로 The Robots입니다.
사실 제가 4집부터는 모든 정규앨범을 바이닐로 갖고 있기 때문에(1,2,3집은 재발매를 안 해서 구하기 힘들어요) 선택의 폭이 넓어서 Trans Europe Express로 할지 Computer Love를 할지 고민을 했습니다. 그러다 작년 레코드페어에 갔을 때 인터뷰 잡지와 잡지 부록으로 해당 곡을 싱글 버전으로 만든 것을 팔길래 산 것이 생각나서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이 곡은 2017년도에 나온 라이브 버전이고요, 원곡은 1978년도에 나왔습니다.
7. Yellow Magic Orchestra - Rydeen (1979)
동아시아 출신인데도 세계음악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아티스트가 몇 명이나 되겠습니까?
일본 출신의 이 밴드는 크라프트베르크와 마찬가지로 일렉트로닉 음악의 발전에 큰 영향을 주었죠. 물론 크라프트베르크에게 영향을 받았기에 79년의 해당 앨범에서 Technopolis 같은 곡도 있습니다만 가장 유명한 건 이 곡이죠. 마찬가지로 당시로써는 선구적인 음악이고, 서정적입니다.
8. The Blue Nile - Tineseltown in the Rain (1983)
한창 80년대 팝을 찾아 들을 때가 있었습니다. 그때 Electronics - Getting Away With It과 같이 많이 들었던 영국 팝이 이 곡이었죠.
몇 년 전 레코드페어에 가서 7인치 싱글 판을 뒤지다가 우연히 발견한 곡이었습니다. 그때는 아직 어릴 때라서 구경하던 판을 떨어트려서 셀러분에게 혼나기도 하고 별로인 판을 강매당하기도 하고 했었습니다. 뭐 이제는 어느 정도 판을 고르는 눈이 생기고 대처능력이 생겨서 쉽게 곤란한 일을 당하지는 않지만요.
LP바 같은데를 가면 생각났을때 꼭 신청하는 곡입니다.
9. 펄 시스터즈 - 떠나야 할 그 사람 (1968)
앞서 설명해 드렸던 우리나라의 락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 중 한명은 바로 신중현일 것입니다.
따라서 신중현씨의 옛날 음반을 구하는 것은 어떤 판이라도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중 신중현씨가 펄 시스터즈와 함께 만든 본 앨범은 신중현이라는 이름을 대중에게 떨치게 한 중요한 앨범입니다. 당연히 60년대 음반이다 보니 팔지를 않아서 못 사기도 하고 팔아도 동묘 같은 곳의 음반점을 가니 20만원 정도에 팔고 있더군요. 그래서 입맛만 다시고 있었는데 작년 레코드페어에서 우연히 4만원이라는 합리적인 가격에 본 앨범을 팔고 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판 상태가 좋지는 않지만 앨범 커버도 시대를 거쳐서 나름 멀쩡하게 있는걸 보면 당장 집어 들 수 밖에 없었죠.
60년대 팝락 앨범이라 생각하면 본 앨범은 괜찮은 편입니다. 과거 우리나라 팝 음악에서 자주 볼 수 있었던 우울한 정서를 락 사운드에 녹여냈고 신중현씨의 기타 사운드가 이따금 분위기를 고조시켜주죠.
어렵게 구한 앨범이니만큼 여러분께 소개해 드립니다.
10. 김정미 - 햇님 (1973)
외국인이 만약 우리나라의 락 음악을 추천해달라고 한다면, 시대를 불문했을때 반드시 이 곡이 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9번 곡과 마찬가지로 신중현씨의 작품이며 따뜻한 기타리프가 이끄는 사이키델릭 사운드가 일품입니다. 김정미씨의 음반은 매-우 귀합니다. 지금 해당 음반의 LP는 최근 재발매한 앨범도 3배가까이 가격이 올랐습니다. 오리지날은 몇백만원 한다는 소문만 있을 뿐이죠.
그래서 더 귀한 싱글버전을 재발매이긴 해도 들고와 봤습니다.
좋게 들으셨다면 감사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