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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짜라투스트라 회장 강희조 입니다. 개강을 맞이 겸 첫 개인 음감회를 저로 시작하게 되었는데요. 2학기 때는 동방에서 예전처럼 음감회를 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그렇지 못해 슬프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렇게 다함께 제가 좋아하는 음악을 들어주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기회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만족하나 올해 1월 Bon Iver(본 이베어) 콘서트를 마지막으로 락페스티벌을 비롯한 공연을 단 한 번도 가지 못했다는 사실은 여전히 저를 화나게 합니다.
음감회를 관통하는 주제가 있다면 제가 상반기, 특히 방학 때 힘들 때마다 행복하게 만들어주고 기분 좋게 만들어준 곡들입니다. 코로나 때문에 가지 못한 클럽에서 들을 법한 댄스곡도 있고, 여름 기분을 내기 위해 틀어두었던 시티팝곡도 있지요. 오랜만의 음감회라 신나서 그런지 14곡이나 선곡해 버렸네요. 올해 나온 앨범들이 많고 장르도 섞여 있습니다.이 선곡 리스트가 우울하실 때 틀 수 있는 목록이 되길 바라며 이번 학기는 영상제 등 하지 못했던 활동들을 할 수 있기를, 재밌는 하반기가 되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Set List
Jamie xx - Idontknow
Dum Dum Girls – Lord Knows
Video Age – Pleasure Line
Caribou – Ravi
Arcade Fire – Signs of Life
공중도둑(Mid-Air Thief) – 곡선과 투과광(Curve and Light)
Floating Points - Falaise
Rie Murakami - Sahara
Jessie Ware – Save A Kiss
Oingo Boingo – Weird Science
Chloe x Halle – Busy Boy
Jordann – Café Speed
Rosalia – PIENSO EN TU MIRA (Cap.3: Celos)
Underworld – Born Slippy
1. Jamie xx / Idontknow / Idontknow (5:21)
: The xx. 모두가 아는 그 밴드. 저는 이들의 곡을 사랑하지만 밴드보다는 멤버인 Jamie xx를 좀 더 좋아합니다. 평소에 자신이 속한 밴드의 곡들도 세련되고 chill하게 바꾸는데 선수라 리믹스곡(ex. On Hold)도 자주 들으나 솔로 앨범을 더 자주 듣습니다. 첫 솔로 데뷔 앨범인 ‘In Colour’는 극찬을 받았었죠. 그 앨범의 수록곡들 중 ‘Seesaw’도 들어보시길 추천합니다.
‘Idontknow’는 올해 낸 싱글로 아마 새 앨범을 내려는 신호가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고 코로나 시대에 춤추러 가지 못하는 이들을 위해 헌정하는 곡 같습니다. 이전 앨범곡들 보다 더 많이 들었습니다. 흥을 올리는데 좋은 곡이니 다들 틀어놓고 춤에 시동을 걸어보시길.
2. Dum Dum Girls / End of Daze / Lord Knows (4:18)
: Dum Dum Girls는 2008년에 만들어진 미국의 락밴드로 핵심 멤버이자 리더격인 Dee Dee(Kristen Gundred)가 베드룸 레코딩 프로젝트로 시작한 밴드입니다. 밴드명은 밴드 The Vaselines’의 앨범 ‘Dum Dum’과 Iggy Pop의 곡인 ‘Dum Dum Boys’의 오마주 입니다. 비록 2016년에 해체하고 Dee Dee만이 솔로로 활동하고 있지만 꽤 많은 앨범들을 내고 브랜드와의 협업 프로젝트에 참여했습니다.
‘End of Daze’는 2012년에 발매되고 평단의 호평을 받은 앨범입니다. ‘Lord Knows’는 슈게이징의 느낌도 나면서 가사에서 말하듯이 자신이 사랑하는 상대에게 상처를 줄 수 없고 그건 신도 알고 있다고 말하는 상당히 로맨틱한 분위기를 풍깁니다.
3. Video Age / Pleasure Line / Pleasure Line (3:40)
: 방학부터 시작하여 요즘 가장 많이 듣는 밴드 중 한 팀 입니다. 4인조 밴드로 첫 앨범 ’Pop Therapy’를 2018년에 냈습니다. 좋아하는 이유는 80년대 분위기를 풍기는 음악을 하기 때문입니다.
레트로 열풍에 맞추어 이런 음악을 하는 건지, 원래 이런 음악을 하는 건지 알 수는 없지만 그 시절 하이틴 영화에서 배경음악으로 깔릴 것 같은, 이 앨범에서 가장 좋아하는 트랙인 ‘Pleasure Line’을 골라봤습니다.
4. Caribou / Suddenly / Ravi (4:30)
: 올해 가지는 못했지만 코첼라 패스를 사고 난 후 출연하는 아티스트들의 곡을 들어봐야겠다고 다짐한 이후 듣다가 제가 거의 유레카에 가까운 반응을 보였던 아티스트 입니다. 캐나다의 아티스트로 주로 일렉트로니카 베이스의 작업물을 냅니다. ‘The Milk of Human Kindness’, ‘Swim’, ‘Our Love’ 등 모든 전 앨범들이 휼륭합니다. 이 앨범은 나온지 딱 반년된 앨범이지만 벌써 맘속으로는 ‘2020년의 베스트 앨범’ 중 하나의 타이틀을 줬습니다.
편안하고 앨범 커버처럼 잔잔한 비트에서 빨라지고 가사가 거의 없지만 아티스트가 전하고 싶은 느낌은 모두 전해집니다. 춤추고 싶게 만들고요. ‘Ravi’가 제가 보기엔 특히 그런 것 같으니 들어보세요.
5. Arcade Fire / Everything Now / Signs of Life (4:37)
: 코로나로 인해 영화를 이전보다 영화관에서 많이 보지 못한 것 같지만 조금 진정되었을 때 3번 볼 정도로 감명 깊었던 영화, 자비에 돌란 감독의 ‘마티아스와 막심(Matthias and Maxime)’의 수록곡으로 처음 접하게 되었습니다. 영화를 볼 때 좋은 영화라고 스스로 정하는 기준 중 하나가 사운드트랙 인데, 자비에 돌란은 음악을 자신의 작품 대부분에서 잘 사용합니다.
‘마티아스와 막심’에서 주인공인 이 두 명이 친구들과 집에서 파티를 하며 춤추고 노는 장면에서 흘러나오는 곡인데 Arcade Fire는 이미 인지도가 높은 아티스트이고 ‘Those cool kids stuck in the past’라는 첫 소절부터 반해서 선정해봤습니다. 영화 속 장면 링크도 첨부합니다.
6. 공중도둑(Mid-Air Thief) / 무너지기(Crumbling) / 곡선과 투과광(Curve and Light) (4:20)
: 한국에도 팬들이 많지만 해외에도 팬이 많은 아이돌이 아닌 아티스트는 누가 있을까요? 라는 질문이 들어온다면 저는 아마 공중도둑을 말할 것 같습니다. 이미 한국의 소규모 레이블에 속한 인디 아티스트들이 'K-Indie'라는 타이틀을 달고마니아층을 형성하며 인기를 모으고 있다고 하는데 그 중 선두주자이며 버클리 음악대학교 입학시험에도 출제된 아티스트입니다. 이 ‘무너지기’ 앨범은 4번째 바이닐 프레싱이 됐을 정도로 잘 판매되고 레코드샵들에 문의가 자주 들어온다고 합니다.
공연을 비롯한 오프라인 활동을 거의 하지 않는 신비주의 아티스트로 원래 활동명은 ‘공중도덕’ 이었는데 쇼미더머니에서 한 프로듀서 팀이 ‘공중도덕’ 이라는 팀명을 쓴 이후로 겹치지 않기 위해 바꾸었다는 비화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전 이름으로 발매한 음반은 2015년 한국대중음악상 올해의 신인, 최우수 모던록 음반 부문에 올랐구요. 첫번째 앨범도 좋아하지만 ‘무너지기’ 앨범의 ‘곡선과 투과광’ 트랙은 꾸준히 듣고 있는 트랙입니다. 오묘하고 사이키델릭한 분위기를 느껴보시길 바라며 트랙에 흐르는 여자 아티스트의 목소리는 썸머소울(Summer Soul)의 목소리 입니다.
7. Floating Points / Crush / Falaise (3:54)
: 영국 출신의 일렉트로닉 음악 작곡가로 가지고 있는 특이한 이력 중 하나는 신경과학 박사 학위도 가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 사람이 하는 음악을 들으면 묘하게 머릿속이 산란스러워 지는 게 어떻게 하면 그리 될 수 있는지 알고 있기 때문일까요. 말도 안되는 주장이 길었지만 작년에 나온 이 ‘Crush’는 전체적으로 묘하게 ‘기묘하다’라는 느낌이 강합니다. 이 세상에 있는 게 아니라 제3의 공간에 떨어져서 듣는 그런 느낌의 음악이랄까요.
‘Falaise’가 제가 보기엔 트랙들 중 특히 그러한 느낌이 가장 강하게 풍기는 것 같습니다. 상상하며 감상해 보세요.
8. Rie Murakami / Sahara / Sahara (4:28)
: 1970, 80년대 일본의 음악가들은 ‘춤추게 만드는 아티스트’ 상을 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음악을 만드는 곳은 아시아, 특히 일본 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최근에 시티팝 붐이 불면서 인기가 더 오른 아티스트 ‘무라카미 리에’의 1984년에 발매되고 올해 리마스터링된 ‘Sahara’의 수록곡으로 훵크와 디스코 곡을 접하고 싶다면 전곡을 돌려보길 추천합니다.
9. Jessie Ware / What’s Your Pleasure? / Save A Kiss (4:02)
: 2020년 최고의 앨범 중 하나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습니다. 영국의 아티스트로 집에서 피치포크의 글을 읽다가 듣게 되었는데 진작에 왜 알지 못했는지 스스로를 치고 싶게 만들었습니다. 그만큼 저에게 행복을 주었다는 말이고 나누고 싶어 골라봤습니다.
조명이 희미하게 켜져 있는 공간에서 반짝이는 옷을 입고 몸을 가볍게 흔들면서 춤추며 들어야 하는 곡이라고 생각합니다.
10. Oingo Boingo / Dead Man’s Party / Weird Science (6:08)
: 작년에 영화 음악 음감회를 할 정도로 즐겨 듣는 저는 여러 영화 음악 작곡가들을 듣는데 Danny Elfman(대니 앨프먼)도 이들 중 하나입니다. <Beetlejuice(비틀 주스)>, <Edward Scissorhands(가위손)>, <Tim Burton’s The Nightmare Before Chirstmas(크리스마스의 악몽)> 등 Tim Burton(팀 버튼) 감독의 작품에 들어간 거의 대부분의 곡들을 만들었고 이 분에게 관심을 가지고 찾아보던 중 다소 충격적인 과거를 알게 됐습니다. ‘Oingo Boingo’ 라는 밴드의 주축으로 1979년부터 1995년까지 활동했던 게 그것입니다. 이들의 곡과 뮤직비디오를 보면 보위의 글램록적 비주얼과 더불어 온갖 장르가 연상됩니다.
‘Weird Science’는 뮤직비디오에 반해서 지금까지 듣고 있는 곡입니다. 다소 미래에서 볼 법한 요소들을 담고 있고 악동 같은 대니 앨프먼의 젊은 모습도 볼 수 있습니다. 뮤직비디오가 인상적이었던 만큼 이것도 링크 첨부합니다.
11. Chloe x Halle / Ungodly Hour / Busy Boy (3:10)
: 디즈니가 ‘인어공주’ 실사화를 하겠다고 발표한 이후 주인공 아리엘역으로 낙점되어 화제가 되기도 했던 ‘Halle Bailey(할 베일리)’가 속한, 할 베일리와 클로에 베일리 자매로 이루어진 2인조 그룹으로 앞으로 VanJess와 함께 제 마음속에 최고의 2인조 아티스트 그룹으로 남아있을 예정입니다.
비욘세도 극찬한 그룹의 앨범을 놓쳐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우선 제가 고른 트랙을 들으시고 전곡 재생을 꼭 해주시길 바랍니다.
12. Jordann / Connecting Visitors to Fun / Café Speed (3:50)
: 갑자기 가을이 되어 버린 요즘 날씨에 딱 맞는 아티스트라고 생각됩니다. Men I Trust와 친하고 레이블까지 같은 이 분은 음악도 비슷한 풍의 음악을 해 Men I Trust의 분위기를 좋아한다면 마음에 드실 겁니다.
한강을 걷거나 책을 읽으면서 또는 돗자리에 누워서 틀어놓고 듣고 싶지만 시국이 시국인 만큼 그런 건 자제해 주셨으면 하고 집에서 창문을 열고 바람을 느끼며 들어보면 되겠습니다.
13. Rosalia / EL MAL QUERER / PIENSO EN TU MIRA (Cap.3: Celos) (3:14)
: 라틴 음악 붐이 Shakira와 Ricky Martin을 시작으로 유명세를 타기 시작했다면 요즘은 전성시대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Balvin, Bad Bunny, Maluma, Ozuna 등의 현재의 라틴 음악 아티스트들이 이미 슈퍼스타 반열에 올랐고 세계적으로 인기가 많습니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아시아는 예외인 것 같긴 하지만…) 아무튼 Rosalia도 그 중 한 명 입니다.
스페인 카탈루냐 출신으로 플라멩코 장르의 현대적인 재해석을 자신의 음악에 활용합니다. 또한 매년 주목할만한 유망주들을 소개하는 BBC 사운드 오브 2019년도 명단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습니다. 이 앨범은 ‘중독적 관계’라는 뜻의 제목을 가지고 있으며, 2018년에 발매된 두 번째 정규 앨범으로 평단과 대중 모두에게 좋은 평가를 받았고 그래미 2020년 제62회 그래미 어워드에서 ‘최우수 라틴 록, 어반 또는 얼터너티브 앨범’ 부문을 받은 앨범이기도 합니다.
‘나는 당신을 생각한다.’ 라는 뜻을 가진 ‘PIENSO EN TU MIRA’는 부드러운 목소리와 스페인의 함께 플라멩코를 생각나게 하는 오묘한 트랙입니다.
14. Underworld / Born Slippy (Nuxx) / Born Slippy (7:37)
: 작년에 이어 영화 사운드트랙 음감회 2에 쓰고 싶었던 곡이지만 좀 더 일찍 들려주고 싶은 마음에 선정하게 되었습니다. 이 곡이 어렴풋이 떠오르는 분들은 Danny Boyle(대니 보일)이 감독한 이완 맥그리거 주연의 영화 ‘Trainspotting(트레인스포팅)’에서 들어보셨을 겁니다. 영화의 끝 즈음에 주인공 렌튼과 함께 흘러나오는 곡인데 사운드트랙들 중 가장 인상적이고 강렬한 곡이라 엔딩곡으로 놓았습니다.
Underworld는 Karl Hyde와 Rick Smith로 이루어진 영국의 2인조 그룹으로 하우스, 테크노, 신스팝 등 다양한 장르를 섭렵한 그룹입니다. ‘Born Slippy’는 특이하게도 1996년에 발매된 이들의 b-side 싱글이며 같은 해 발매된 앨범인 ‘Second Toughest in the infants’에는 수록되지도 않았던 곡입니다. 하지만 영화의 인기와 화제성 덕분에 큰 성공을 거둔 트랙이 되었습니다. 테크노, 하우스, 드럼과 베이스에 실험적 요소까지 섞인 이 곡은 춤을 추기에 훌륭한 곡들 중 하나라는 평도 받았으며 지금까지도 많은 곳에 쓰이고 있습니다. 이 곡을 들으면 나도 90년대 영국 십대. 모두 리듬에 몸을 맡겨보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