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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감상회/2020-2

09.25

짜라투스트라 2020. 9. 22. 15:37

안녕하세요. 짜라 3년차에 처음으로 개인 음감회를 열게 된 예술학과 장서연입니다. 저는 음알못인 채로 짜라에 들어왔고, 음감회 때마다 매번 새롭고 제 입장에서는 사뭇 전문적으로 보이기까지 하는 음악들을 접하면서 '어떻게 이렇게 가수들과 음악들을 잘 아시나' 생각했었어요. 그런 제가 드디어 혼자 음감회를 열게 되었네요. 장르는 국악 크로스오버입니다. 퓨전국악이라고도 하고요.

 

사실 국악은 대중적으로 그리 친숙한 장르는 아니죠. 클래식 잘 아는 사람은 종종 봤어도 국악을 잘 아는 사람은 본 적이 없는 것 같아요.(물론 저도 잘 모릅니다) 하지만 한 5년 전쯤에 오늘 소개해드릴 트랙 중 일부를 우연히 접하게 된 뒤로, 정통국악은 몰라도 퓨전국악은 꽤 자주 찾아듣는 장르가 되었어요. 전통적인 가락이 재즈, 피아노, 행드럼 등등의 악기와 만나 어떤 때는 위로를, 어떤 때는 흥을, 때로는 힙함을 느끼게 하는 다채로운 매력이 있는 장르입니다.

 

1. 씽씽밴드 - 민요 메들리

2. 소울지기 - 사랑 거즛 말이

3. 동화 - 모란이 피기까지

4. 정상문 - 해

5. 프렐류드 & 전영랑 - 태평가

6. 이날치 - 범 내려온다

7. 고영열 - 사랑가

8. 소울지기 - 꿈에 다니는 길이

 

1. 씽씽밴드 - 민요 메들리

: 국악계를 뒤집어 놓았던 프로젝트 밴드 '씽씽밴드'의 민요메들리입니다. NPR music 채널에 2017년 올라온 라이브 영상은 약 539만이나 되는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어요. 최근에는 BTS NPR 출연 소식과 밴드 이날치의 등장으로 이 영상도 다시 주목을 받고 있는 것 같아요. 홍대 쪽에서도 공연을 하길래 저도 언젠가는 라이브로 보고 싶었는데 박수칠 때 떠나는 것처럼 해체했다고 해서 슬펐습니다ㅜㅜ

 

2.  소울지기 - 사랑 거즛 말이

: 국악 크로스오버 그룹 소울지기의 '사랑거즛말이' 입니다. 조선 시대 문신 김상용의 시조 '사랑이 거짓말이~' 에 가락을 붙인 곡이고, 영화 '해어화'에서 극중 인물이 부르는 버전으로 삽입되기도 했습니다. 제가 이 그룹의 노래 중 가장 처음 접한 노래인데 첫 단추가 잘 끼워진 것 같아요. 듣자마자 푹 빠졌답니다… 섬세한 하모니가 너무 아름답지 않나요... 사실 이 그룹의 노래는 대체로 다 아름답고 보석 같은 곡이 너무 많아서 고르는 데 애를 먹었습니다. 이 곡이 좋으셨다면 꼭 앨범을 통으로 들어보시기를...

 

3. 동화 - 모란이 피기까지

: 국악 그룹 동화의 '모란이 피기까지는' 입니다. 시인 김영랑의 유명한 시 '모란이 피기까지는'에 가락을 붙인 곡이에요. 개인적으로 이 노래의 포인트는 장단의 변화라고 생각합니다. 장단과 속도 조절을 통해 가사 내용의 비극성이 극대화되고 곡 전체의 기승전결이 뚜렷하게 드러나는, 디자인이 잘 된 곡 같습니다.

 

4. 정상문 - 해

: 쉬어가는 타임입니다. 잔잔한 행드럼 연주가 6분 넘게 이어지니 살짝 졸리실 수도 있어요. 밴드 탈각고의 멤버 정상문이 2014년에 낸 행드럼 연주 앨범 '토끼의 꿈' 수록곡입니다. ', 바람, 씨앗, , , , , , , 낙화, 열매, 죽음' 순서의 트랙리스트에서 알 수 있듯이 자연에서 받은 영감을 음악적으로 표현한 앨범입니다. 새소리, 물소리, 잔잔한 행드럼, 몇몇 트랙에 삽입된 '디저리두'라는 아주 생소하고 낯선 악기의 조합으로 이토록 국악적인 분위기를 만들어 냈다는 게 신기할 따름입니다. 처음 들을 때는 이게 뭔가 싶었지만, 왠지 듣기 좋고 가끔 생각나서 찾아 듣게 되는 앨범입니다. 이해하기 어려운 현대 미술을 감상하는 느낌과 비슷하기도 해요.

 

5. 프렐류드 & 전영랑 - 태평가

프렐류드는 재즈 기반 연주 그룹이지만 국악인 전영랑, 이희문(씽씽밴드의 멤버입니다)과도 같이 작업했습니다. 재즈와 국악이 또 기가 막히게 어울리는 느낌이 있는데, 둘 다 느긋하면서도 흥을 돋우는 장르라 궁합이 맞는 것 같습니다. 전에 합동 음감회를 할 때 이희문&프렐류드의 '청춘가'를 틀었었는데 오늘은 전영랑&프렐류드의 '태평가'를 선곡해 보았습니다. 가사가 너무 좋아요.

짜증을 내어서 무엇하나/성화를 받치어 무엇하나/속상한 일도 하도 많으니/놀기도 하면서 살아가세

거짓말 잘하면 쓸데있나/진정을 다한들 소용있나/한번 속아 울어봤으니/다시는 속지를 않으리라

인생의 진리를 담은 듯한 가사에 경기민요 명창 전영랑의 기막힌 꺾기와 느긋하고 차분한 재즈 연주가 합쳐져서 마음을 정말 편안하게 만듭니다. 선곡은 하나만 했지만 이 앨범에도 좋은 곡들이 몇 개 더 있으니 이 곡이 좋으셨다면 찾아서 들어보시기 바랍니다.

 

6. 이날치 - 범 내려온다

: 요즘 유튜브에서 난리가 난 힙한 그룹 이날치입니다. 아마 이미 유튜브에서 보거나 노래 들어보신 분도 꽤 있으실 것 같아요. 앨범 커버부터 ''이라고 써 있는 것 같군요. 최근에는 이날치의 곡들이 삽입된 한국관관공사 홍보영상도 완전 대박이 났죠. 국악 크로스오버를 꽤 많이 찾아서 들었지만 이렇게 신나는 노래는 흔치 않아요.

이번 음감회 준비를 하면서 알게 되었는데, 이날치를 결성한 장영규 감독은 사실 전에 씽씽밴드를 하다가 멤버인 소리꾼 이희문과의 의견 차이로 인해 씽씽을 끝내고 이날치를 만들었다고 해요. 장영규 감독은 새로운 국악곡을 만들고자 했고 이희문씨는 기존 국악을 편곡만 하는 것을 원했기 때문이었다네요. 씽씽밴드는 해체했지만 장영규 감독은 이날치로, 이희문씨는 솔로와 협업을 통해 각자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7. 고영열 - 사랑가

소리꾼 고영열은 불후의 명곡, 열린 음악회 등의 방송에 종종 출연하다가 올해 팬텀싱어3에서 크게 활약하며 우승 직전까지 갔던 분입니다. 팬텀싱어에서 준우승한 뒤 지금은 크로스오버 그룹 라비던스, 그리고 솔로로도 활동하고 있어요. 그룹은 아무래도 성악 기반의 크로스오버이다 보니 외국곡이 많은 편인데 솔로로는 국악인의 정체성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앞서 소개한 그룹 소울지기처럼 이 분의 노래도 별로인 것을 찾기가 더 힘듭니다. 제가 골라온 피아노 병창 버전 '사랑가'는 방송에도 여러 번 나와서 아마 가장 유명한 대표곡일 듯 한데 솔직히 다른 곡들도 다 좋으니 마음에 드셨다면 꼭 들어보시길 추천드립니다.

 

8. 소울지기 - 꿈에 다니는 길이

마지막 곡이네요. 소울지기 노래가 다 좋아서 고르는 데 애를 먹었다고 말씀드렸었죠. 그래서 한 곡만 고르기에 실패했습니다... 이곡도 빼놓을 수 없었어요. 고려가요 '가시리'와 조선 시대 문인 이명한의 시조 '꿈에 다니는 길이~'를 합친 가삿말에 가락을 붙인 노래입니다.

 

제가 즐겨 듣는 음악을 공유하고자 미흡하지만 처음으로 열어본 음감회였는데 어떠셨는지 모르겠네요. 여덟 곡 중 한 곡이라도 다시 생각이 나신다면 저는 만족합니다... 부디 즐거운 시간 되셨길 바랍니다. 마지막까지 함께 들어주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모두 좋은 밤 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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