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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건축학과 2학년 정하진 입니다.
이번에 처음으로 단독 음감회를 맡게 되었는데 막상 의기양양하게 신청하고 시작하려고 하니 사실 조금 부담되기도 하고 긴장되기도 하네요. 그래도 한편으로는 좋은 기회 주셔서 감사하고 만드는 동안 재미있게 준비했습니다.
나이
저의 이번 음감회 주제는 ‘나이’입니다. 사람들은 각자 때에 따라 저마다의 고민을 하고 저마다의 생각을 가집니다. 그래서 나이는 곧 사람들에게 처해진 상황과 같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음감회에서는 다양한 나이를 가진 사람들의 생각과 감정을 담은 음악들을 준비했습니다.
음감회가 진행될수록 나이가 많은 목소리들의 노래가 나오도록 준비했습니다. 목소리에서 느껴지는 상황 속 주인공이 어떤 마음을 노래하는지 듣는 것이 이번 음감회를 듣는 하나의 포인트라고 생각합니다.
(노래를 불렀던 실제나이를 오름차순으로 정리하기보다는 필자의 개인적 감상과 가수의 상황과 감정, 그리고 전체의 흐름에 따라 나열했습니다.)
대부분이 한국의 노래고 몇 개의 외국 노래를 끼워 넣었습니다.
Rockin’ Robin - Michael Jackson
이 곡을 들으면서 지난해 제가 인상 깊게 들었던 노래인 250의 “모든 것이 꿈이었네”가 생각나면서 이번 음감회의 주제를 나이로 정해야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아직 아무것도 모르는 듯한 순수한 목소리로 노래하는 어린 마이클의 목소리 위로 앞으로 마이클 잭슨이 걷게 될 길이 연상되어 의 왠지 모를 묘한 감정이 생기네요.
Mary’s song (Oh My My My) - Taylor Swift
어렸을 적부터 테일러를 정말 좋아했어요. 초딩 때, 영어를 잘하지 못했던 터라 가사를 이해하고 싶어서 종이에 인쇄해서 한땀한땀 해석하며 테일러가 잘하는 스토리텔링 가사를 상상하면서 감수성을 키워나가던 시절이 기억나네요. 당시 17살이던 초창기 테일러의 목소리는 언제 들어도 정말 꿈꾸게 하는 것 같아요.
비행선 - 싱코드마요
이 노래뿐만 아니라 싱코드마요의 모든 노래들을 듣다 보면 보컬인 으나와 세션들이 이야기를 주고받는 것 같은 느낌을 받습니다. 음의 느낌인 으나의 목소리와 양의 느낌인 사운드들이 섞여 묘한 감정을 불러와요. 그때는 힘들었지만 지금은 좋아하는 나의 과거 기억 그런 느낌이요. 음.. 저에게는 자기가 다 큰 줄 알고 멋대로 행동하던 청소년 시기가 부끄럽지만 제가 좋아하는 제 과거 기억인 것처럼요.
뚜뚜뚜 - 더더 (THE THE)
이 노래는 앞에 들었던 싱코드마요의 노래와 비슷한 것 같아요. 대신 보컬의 목소리와 기타가 한층 성숙해진 듯해요.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저는 더더의 이 앨범이 라디오헤드의 “ok computer”와 비슷하다고 생각해요. 둘 다 우울하고 깊은 감정에 빠지게 해요.
너는 악마가 되어가고 있는가? - 언니네 이발관
빠른 템포지만 차분한 노래예요. 끝을 향해 달려가지만 왜 달려가는지 모르는 것 같이요. 마치 저를 포함한 현대 사람들 같네요. 다들 상황이 어려운 건 알고 있어요. 그래도 먹고 사는 걱정에 앞서 왜 사는지 생각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노래 제목처럼 악마가 되어 버릴지도 모르잖아요.
김일성이 죽던 해 - 천용성
가사 속 기억들을 노래 후반부에 피아노와 함께 “김일성이 죽던 해 샀던 인형들은 어디에”라 는 가사로 정리할 때 무의식적으로 눈물이 흐르는 경험을 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가사 속 어린 남자아이가 자라서 큰 듯한 목소리가 성장한 그를 대변해주는 것 같아요.
난 그냥 걸었어 - 선과영
지금까지의 노래들은 성장 중 과정 속의 감정들을 노래한 음악들로 구성하려고 하였습니다. 이번에 소개하고 싶은 선과영은 3명의 자녀를 키우는 부부밴드입니다. 그들의 음악에서는 나이뿐만 아니라 아이까지 어께에 멘 어른이 매일매일을 살아내면서 평범함 속에서 느끼는 커다람들을 노래합니다.
참고로 이번 달 초에 있었던 한국대중음악상 포크 장르에서 최우수 음반상을 차지했습니다.
The Joke - Brandi carlile
이 노래 속 목소리에서 저는 넓은 포용력이 느껴져요. 브랜디 칼라일의 목소리 속에서 다양한 나이와 인종의 사람들이 쉴 수 있게 합니다. 요즘 사운드에만 귀 기울이던 저에게 심금을 울리는 목소리의 영향력을 다시 알아볼 수 있게끔 해주는 노래입니다.
눈물의 ChaCha - 불독맨션
제가 즐겨듣는 아저씨 락이예요. 우리나라 특유의 장난기 가득한 아저씨의 모습이 연상되어서 좋아합니다. 이별한 상황을 넉살 좋게 풀어내는 매력이 바로 연륜이겠죠?
크레이지 카사노바 - 한영애
한영애는 이번 음감회에서 꼭 넣고 싶은 가수였어요. 때로는 과감하게, 때로는 익살스럽게 자기의 이야기들을 풀어냅니다. 가장 최근에 나온 앨범 ‘샤키포’에서도 역시 락커의 면모를 보여준답니다. 이제는 59세의 중년인 나이를 즐기는 모습을 음악을 통해 보여줍니다.
Black Star - David Bowie
데이비드 보위 이야기도 좀 해야 할 것 같네요. 이 노래는 그의 마지막 앨범에 있는 노래입니다. 그의 69번째 생일에 발매된 앨범이죠. 크게 2파트로 나누어져 있는 10분짜리의 긴 곡입니다. 그의 목소리와 가사에서 그가 어느 때보다 죽음에 가까워졌음이 느껴집니다. 하지만 죽음마저도 데이비드 보위 앞에서는 그의 페르소나처럼 느껴지네요.
모든 것이 꿈이엇네 - 250
앞서 말했듯이 이번 음감회를 주제를 기획하게 된 결정적인 영향을 준 노래입니다. 2022년을 휩쓴 250이 찾은 뽕 중 하나입니다. 이 박사의 작곡가 김수일의 목소리는 한국의 ‘뽕’과 함께 세월을 들려줍니다. 그의 나이 때를 생각하게 되면서 시간이 초월 된 듯한 경험을 하게 됩니다. 나이에 따른 목소리를 표현한 노래는 이 노래가 마지막입니다.
얼음 무지개 - 시인과 촌장
이 노래는 한 사람의 인생을 정리한 것 같다는 느낌을 줍니다. 이 노래가 우리가 죽은 후 후 대의 생각이 될 수도 있고 죽고 나서 느끼는 우리의 생각일 수도 있겠네요.
그리고 가사 속 소년은 마이클 잭슨일 수도 있고, 한영애가 될 수도 있고, 이제는 세상을 떠난 데이비드 보위가 될 수도 있고, 제가 될 수도 있고, 여러분이 될 수도 있어요.
살아가다 보면 언제부턴가 다시 제자리로 돌아온 때가 있고 이번에는 꼭 전진하겠다고 마음먹어도 다시 곧 있으면 제자리로 돌아온 것 같다고 느껴지는 때가 있습니다. 하지만 기타 줄도 튕기면서 소리가 나듯이 우리도 제자리로 돌아오면서 소리를 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움직임들이 모여서 음악을 만들겠지요. 늙어서 돌아보면 누구보다 소중한 우리의 음악이 될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마치 이 노래의 후반부에 있는 기타 솔로처럼요. 그러니 주저하지 말고 움직여 봅시다.
이상으로 제 첫 단독 음감회를 마칩니다. 한 곡이라도 여러분이 좋아해 주셨으면 좋겠네요. 이상한 객기로 어려운 주제를 잡아 음악이 뒤죽박죽인 된 것 같아 걱정되네요. 그럼에도 다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에도 하게 된다면 더 재밌는 주제로 좋은 음악 가져오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