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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1학기에 이어 음감회를 진행하게 된 강희조 입니다.
매번 음감회를 할 때 마다 기분이 새로운데 이번에는 전보다 들떠서 준비한 것 같아요.
특별한 주제로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계속 했었는데 그때 떠오른 게 사운드트랙으로 음감회를 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었습니다
작년 두 번의 방학 때도 영화관과 집에서 다양한 영화들을 보았는데 이번 여름방학은 왓챠 까지 끊어서 몇 편의 영화를 보았는지 통계를 내보니 거의 하루에 한편씩 보았더군요. 특히 왕가위의 작품을 비롯한 홍콩 영화에 빠져서 미친 듯이 몰아보고, 영화관도 꾸준히 갔습니다. 게다가 무언가를 정해놓고 작정해서 모으는데 그 중 하나가 뱃지 입니다. 영화뱃지 받겠다고 각종 굿즈패키지가 뜰 때 마다 가서 봐서 지금은 한 상자 가득 찼습니다. 아마 곧 출시될 디즈니 플러스와 애플tv까지 구독하기 시작하면 인생이 망할 수도 있을 것 같아서 자제해보려고 합니다.
근황 이야기를 끝내고 본론을 이야기하자면 영화와 음악은 땔래야 땔 수 없는 관계 중 하나 같습니다. 전체적인 분위기를 이해하기 위해서도 필요하고, 상황설명, 인물설명, 관계설명 등과 같은 설명을 위해도 쓰이기 때문이죠. ‘미션 임파서블’이나 ‘캐러비안의 해적’ 처럼 사운드트랙 한 곡만 들어도 어떤 영화의 곡인지 보지도 않고 알거나 본 영화보다 유명해진 곡도 있습니다.
오늘 고른 작품들은 나름 고심해서 고른 것들로 영화 자체를 좋아하거나 영화 보다 사운드트랙을 좋아하거나 (영화를 볼 수 있는 곳이 없어서 못보고 음악만 알거나) 둘 다 좋아하는 것들입니다. 많이 알려져 있지 않은 영화들이나 아주 옛날 영화들 중에서도 고르고 싶었던 곡들이 많았지만 그런 작품들은 아예 유튜브나 음원사이트에 없어서 하지 못해 아쉬움이 남습니다. 한스 짐머와 존 윌리엄스도 고려했지만 웅장한 느낌의 곡들이 많아서 전체적으로 어울리지 않아 제외했습니다. 고르다 보니 밀롱가부터 클래식까지 많은 장르들이 섞였는데 영화를 관람한다는 느낌으로 감상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본 영화가 있거나 보고 싶은 영화가 이중에 있다면 후에 함께 영화이야기 하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음감회지를 쓰는데 분량이 너무 길어진 것 같은데 이해부탁 드리고 아무쪼록 즐겨주시길 바랍니다!:)
Track List
Milonga for Three, Astor Piazzolla, 5:56 (Happy Together)
Tunnel Music, Johann Johannsson, 4:41 (Sicario)
Kaneda, Geinoh Yamashiogumi, 3:11 (Akira)
Im Dorfe (Winterreise, D,. 911, No. XVII), Schubert, 4:06 (La Pianista)
Alejandro’s Song, Johann Jojannsson, 5:48 (Sicario)
The Seed and The Sower, Ryuichi Sakamoto, 5:03 (Merry Chirstmas Mr. Lawrence)
Anthem, Micheal Abels, 3:30 (Us)
해피버스데이, 조영욱, 3:43 (박쥐)
Alma, Jonny Greenwood, 4:08 (Phantom Thread)
Young and Beautiful, Lana Del Rey, 3:57 (The Great Gatsby)
Overture, Ennio Morricone, 3:14 (The Hateful Eight)
All the Young Dudes, Shortparis, 3:46 (Leto)
Libera Me, Elliot Goldenthal, 2:52 (Interview with the Vampire)
Storm, Bjork, 5:33 (Drawing Restraint 9, Spec Ops : THE LINE)
The Legend of Ashitaka, Joe Hisaishi, 5:44 (Princess Mononok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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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Milonga for Three, Astor Piazzolla, 5:56
Happy Together (春光乍洩, 춘광사설), 1997, 왕가위(Wong Kar-Wai)
줄거리
보영(장국영)과 아휘(양조위)는 아르헨티나에서 서로 사랑을 나눈다. 이기적인 보영의 성격 탓에 아휘는 몇 차례 이별과 재회를 반복한다. 보영에 지친 아휘에게 대만 청년 장(장진)이 다가와 위로를 건넨다.
왕가위. 모두가 알고 있는 감독이라 생각됩니다. 중경삼림, 화양연화, 아비정전 등을 제작했고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홍콩의 영화감독 이자 독특한 영상미와 고독을 다룬 주제로 90년대 엄청난 붐을 일으켰고, 그가 꾸준히 사용한 촬영기법인 스텝프린팅 기법(‘인물, 사물의 윤곽선과 빛의 잔상을 남기면서 흘러가도록 장면을 촬영하는 기법)은 한국 뿐 아니라 수많은 감독들이 그들의 영화, 광고에 차용했습니다.
홍콩영화에 본격적으로 입문한 후 본 두 번째 작품이고 말하기 약간 창피하지만 울면서 볼 정도로 감정이입이 된 영화라 훨씬 의미가 있어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아휘와 보영이 서로 사랑하고, 상처받고, 상처 입히고, 울기도 하는, 담배를 사러 간다는 핑계로 보영이 자꾸만 외출하자 대량의 담배를 사러 나가는 아휘, 함께 폭포를 보러 가는 보영과 아휘 그리고 녹음된 아휘의 속마음을 세상의 끝에서 듣는 장. 이러한 장면들은 지금도 기억합니다. 특히 가장 좋아하는 저만의 디테일이 하나 있는데 감독이 의도 했겠지만 영화 속에서 보영은 왼쪽에 귀고리를 하고 있고, 아휘는 오른쪽에 귀고리를 하고 있는데 마치 성향이 반대인 둘을 의미하는 것 같기도 하고, 양쪽이 합쳐져서 하나를 이룰 수 있다는 걸 암시하는 것 같기도 합니다.
당시 아르헨티나는 지금보다 훨씬 풍요롭고 아름다웠다고 하는데 그 때문인지 다양한 탱고와 밀롱가(아르헨티나탱고의 전신에 해당하는 2/4박자의 무곡)들이 나옵니다. ‘Milonga for Three’는 아르헨티나의 전설적인 작곡가인 아스트로 피아졸라의 곡으로 영화에서 아휘와 보영이 함께 택시를 함께 타고 가는 장면, 탱고를 추는 장면에 나옵니다. 이 곡을 듣고 장면을 보지 않아도 그들의 미묘한 관계와 사랑을 느낄 수 있으면 합니다.
원래는 '중경삼림'과 그 안에 흘러나오는 ‘California Dreamin’을 선곡할까도 했지만 많이 알고 계실 것 같아 선곡하지 않았습니다. 영화와 음악 둘 다 좋으니 보지 못한 분들에게 추천하는 작품입니다.
2. Tunnel Music, Johann Johannsson, 4:41
5. Alejandro’s Song, Johann Johannsson, 5:48
Sicario (시카리오 : 암살자의 도시), 2015, 드니 빌뇌브(Denis Villeneuve)
* Tunnel Music이 두번째에 먼저 나온 세번째, 네번째 곡들이 지난 다음 Alejandro's Song이 다섯번째에 나오니 주의하여 들어주시길 바랍니다
줄거리
사상 최악의 마약 조직을 소탕하기 위해 미국 국경 무법지대에 모인 FBI요원 케이트(에밀리 블런트)와 CIA 소속의 작전 총 책임자 맷(조슈 브롤린), 그리고 작전의 컨설턴트로 투입된 정체불명의 남자 알레한드로(베니시오 델 토로). 누구도 믿을 수 없는 극한 상황 속, 세 명의 요원들은 서로 다른 목표를 향해 움직인다.
사실상 이 영화의 음악들로 인해 영화 음감회를 하게 됐습니다. 그만큼 인생 ost 앨범이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앨범입니다. 마약 조직과 국경 무법지대라는 배경과 함께 주어진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규칙을 어기는 맷, 개인적인 목적이 더해져 잔인한 일도 서슴없이 집행하는 알레한드로, 그로 인해 고뇌하는 케이트 등이 함께 작전을 수행하기에 영화 자체의 분위기도 절대 밝진 않지만 음악이 그에 더해져 분위기를 형성합니다. 작곡가인 요한 요한슨은 본래 아이슬란드 특유의 무겁고 신비로운 음악으로 유명했던 사람인데 정말 잘 어울리게 만들었다고 생각합니다. 이 작업으로 아카데미 시상식에 노미네이트 되기도 했지만 2018년 코카인 중독으로 사망해 더 이상 그의 작업들을 들을 수 없다는 사실이 안타깝습니다.
도저히 한 곡만 선택할 수가 없어 두 곡을 골라 각각 2번째, 5번째에 재생되도록 했는데 ‘Tunnel Music’은 감독인 드뇌 빌뇌브의 특기라 할 수 있는 최첨단적인 요소를 가미한 시각적 연출이 극대화된 작전 수행을 위해 요원들이 어두운 터널을 지나갈 때 나와 긴장감을 고조시키고, ‘Alejandro’s Song’은 알레한드로 라는 인물 자체가 어떤 사람인지 짐작하게 해주는 동시에 폭탄이 터지는 소리가 들린 후에도 아이들이 아무렇지 않게 축구를 하는 모습을 비추는 장면 뒤에 흘러 전쟁에 무덤덤해진 국경지대 사람들의 비극적인 상황을 보여줍니다.
3. Kaneda, Geinoh Yamashirogumi, 3:11
Akira (아키라), 1991, 오토모 가츠히로(Otomo Katsuhiro)
줄거리
제3차 세계대전 이후 붕괴된 도쿄
그곳에 새로 건설된 혼란스러운 도시인 ‘네오도쿄’
오토바이를 몰며 폭주를 일삼던 소년 카네다는
친구 테츠오가 예상치 못한 사고를 당하며 정부의 비밀 프로젝트의 실험체가 되었음을 깨닫게 된다.
이럴 때 일본 애니메이션의 곡을 선곡하게 되어 묘한 기분이 들지만 빼놓을 수 없는 곡이었습니다. 원작의 작가이자 감독이기도 한 오토모 가츠히로는 80년대 애니메이션 분야의 기존 그림체 였던 만화적 과장을 배제하고 사물을 있는 그대로 그려내는 것에 주력하였고 이로 인해 만화계에 큰 영향을 주는 인물이 되었습니다.
보려고 계속해서 마음만 먹다가 후배의 추천으로 보게 되었습니다. 만화와 애니메이션 모두 해당하는 시대의 작품이라고 믿을 수 없을 만큼 엄청난 수준의 작화와 연출을 보여주는데 만화가들의 교과서격인 작품으로 서구권에도 가장 유명한 작품 중 하나라고 합니다. 재미있는 점은 미래의 도시인 ‘네오 도쿄’가 있는 해가 올해인 2019년 이라는 점입니다.
‘Kaneda’는 주인공인 카네다 쇼타로의 이름인데 그 자신이 바이크광이기도 하고 이 작품의 가장 짜릿한 장면이라 할 수 있는 바이크를 타고 도로를 달리고 멈추는 장면에 세계관이기도 한 사이버펑크가 더해진 느낌입니다. 영화 속 기념비적인 바이크를 타고 미끄러지는 장면은 심슨을 포함하여 수많은 애니메이션에서 오마주 되고 패러디 되었습니다.
4. Im Dorfe (Winterreise, D,. 911, No. XVII), Schubert, 4:06
La Pianista (피아니스트), 2001, 미카엘 하네케(Michael Haneke)
줄거리
유명 음악학교의 피아노 교수 에리카(이자벨 위페르)는 잘생긴 외모와 뛰어난 음악적 재능을 가진 공대생 월터(브느와 마지멜)를 만난다.
그녀에게 첫눈에 반한 그의 적극적인 애정공세에 외롭고 쓸쓸했던 그녀의 일상에 조금씩 변화가 생기기 시작하지만 사랑하는 방식이 서로 완전히 다르다는 사실을 깨닫기 시작하면서 관계에 균열이 가기 시작한다.
음 뭐라고 해야 할까요. 처음에 보고 어안이 벙벙했던 작품입니다. 관객을 당혹스럽게 만든다는 감독의 명성(그 때문인지 미카엘 하네케의 영화와 표현 방식을 연구하는 논문이 많습니다)을 느낄 수 있는 작품이었습니다.. 전체적으로 집요하고 옥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한국어 제목은 피아니스트지만 원제는 La Pianista로 피아노 선생님을 뜻합니다. 선생님인 이자벨 위페르의 연기는 탁월하고 합을 맞추는 제자역을 맡은 브느와 마지멜의 연기도 좋았습니다. 겉보기엔 선생님과 제자 사이의 사랑이야기 처럼 보이지만 들여다보면 그렇지 않습니다. 어머니에게 정서적으로 독립하지 못하고 통제 당하며 사는 삶으로 인한 것 때문인지 누군가를 어떻게 사랑해야 하는지 모르는 에리카가 다른 이들의 사랑을 몰래 관음하고, 무표정을 지으며, 질투하기도 하는 장면에선 소름이 끼치기도 합니다.
뭔가 난해한 이 영화를 끝까지 볼 수 있도록 슈베르트가 도와주었습니다. 관음을 마친 에리카의 모습 다음으로 이어지는 곡이 바로 이 곡, 슈베르트의 Winterreise(겨울나그네) 중 ‘Im Dorfe(마을에서)’ 인데 사랑에 실패한 한 젊은이의 겨울여행을 그린 가사가 있는 곡으로 ‘이제 꿈이 모두 사라졌으니 잠을 잔들 소용 있으리’ 라는 부분이 반복됨으로써 영화의 끝에 다다르면 누구를 의미하고 있는지 명확히 알 수 있습니다.
6. The Seed and The Sower, Ryuichi Sakamoto, 5:03
Merry Chirstmas Mr. Lawrence (전장의 크리스마스), 1983, 오시마 나기사(Nagisa Oshima)
줄거리
너무 길어서 직접 찾아보시길 바랍니다.
이 작품만 생각하면 다른 의미로 슬퍼집니다. 옛날 영화라 해도 스트리밍 서비스는 물론이고, 정품 파일과 DVD도 구할 수 없어 아직 보지 못했습니다. 정말 보고 싶으니 혹시라도 볼 수 있는 방법을 아시는 분은 제보 부탁 드립니다. 다른 버전의 포스터를 비롯하여 전체적으로 왜색이 짙어서 거부감이 들긴 하지만요.
국내에 번역본이 없지만 유명작가인 Laurens van der Post의 소설 The Seed and The Sower을 원작으로 한 영화이며 작가의 제 2차 세계대전 참전 중 자바섬 일본군 남방작전 전선 캠프에서 겪었던 포로생활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포스터를 보시면 알 수 있듯이 데이빗 보위가 출현하여 화제가 됐었고 더욱 충격적이었던 건 음악을 담당한 사카모토 류이치가 직접 요노이 대위역을 맡아 출현했다는 사실입니다. 물론 연기가 어색하고 오그라든다는 의견이 대다수 이긴 합니다. 실제로 해당하는 클립을 제가 봤을 때도 표정연기가 많이 어색하다고 느꼈습니다.
아무튼 이 영화의 제목은 어디서 한번 본 기억이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제목을 모르더라도 곡을 들으면 바로 알아차릴 수 있습니다. 저 또한 전혀 모르고 있다가 멜로디가 익숙해 찾아보니 이 영화의 메인 ost 더라구요. 그렇지만 익숙한 곡을 선곡하지는 않았고, 원작의 제목이기도 한 The Seed and The Sower을 골라봤습니다. 어떤 장면에 나오는 곡인지는 영화를 보지 못해 모르지만 듣자마자 저를 사로잡았던 곡입니다. 처음에는 조용히 흘러가다가 후에 분위기가 전환되는 부분을 좋아합니다.
7. Anthem, Michael Abels, 3:30
Us (어스), 2019, 조던 필(Jordan Peele)
줄거리
현대를 배경으로 애들레이드와 게이브 윌슨(루피타 뇽오와 윈스턴 듀크)은 아이들을 데리고 캘리포니아 북부에 있는 아들레이드의 오래된 해변가로 여름 휴가를 떠난다.
밤이 되고 윌슨은 차도에 서있는 손을 맞잡은 네 명의 사람들을 보게 된다.
‘겟 아웃’의 감독님의 차기작 이라는 사실 만으로도 보기 전에 공포에 떨었던 작품입니다. 감독인 조던 필의 공포스릴러 영화는 무서운 장면들이 나와 무섭기도 하지만 후에 복선을 해석하고 장면에 내재되어 있는 의미와 은유를 알아차리게 되면 현실이 훨씬 무섭다는 사실을 깨닫게 하기에 더 무섭다고 생각합니다.
가끔 상상하지만 나와 똑같은 사람, 나뿐 아니라 가족 구성원 각각과 완전히 똑같은 사람들이 눈앞에 나타난다면 그것보다 무서울 상황은 없을 거라 생각합니다. 이 작품은 그 공포를 이용해 이야기를 전개해 나갑니다.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갑작스럽게 무언가가 튀어나오거나 쫓아오는 장면들에 놀라면서도 단순한 감정적 공포 보다는 현 미국 사회와 정부가 어떤 식으로 현실세계에 공포를 조성하고 있는지 알게 된 후 등골이 서늘해지게 됩니다.
‘Anthem’은 영화 맨 처음에 흘러나오는 곡으로 새벽에 들으면 공포스러울 수도 있지만 곡 자체가 좋아 종종 듣습니다.
8. 해피버스데이, 조영욱, 3:43
박쥐 (Thirst), 2009, 박찬욱
줄거리
백신개발 실험에 참여했다 죽음에 이른 뒤 소생하여 뱀파이어가 된 신부 상현(송강호)
히스테리컬한 시어머니와 무능력한 남편에게 억눌려있던 태주(김옥빈)
철저히 욕망하고 쾌락을 갈구하게 되는 두 명의 이야기
박찬욱은 모두가 아시다시피 미쟝센(감독의 의도 등에 의해 관객에게 전달할 목적으로 등장인물의 역할이나 동작, 무대 등을 계획하고 구성하는 행위)을 훌륭하게 활용하고 올드보이, 복수는 나의 것, 친절한 금자씨와 같은 복수 3부작 그리고 아가씨, 스토커 등 아름다운 작품들을 여럿 제작했습니다. 여성이 대부분의 작품에 등장하는데 ‘박쥐’도 태주 라는 여성을 주인공 중 한 명으로 내세우고 있습니다. 작품 자체는 에밀 졸라의 ‘테레즈 라캥’을 각색한 것으로 줄거리는 전체적으로 같은 흐름을 따라가지만 뱀파이어라는 소재가 추가됐고 원래 소설을 각색한 작품 하나, 뱀파이어물 하나를 만들고 싶었던 의견을 섞은 결과물이라고 합니다.
개봉 당시 한참 미성년자 였기에 영화관에선 보지 못하고 후에 보게 된 작품입니다. 다행히 다른 작품들로 유혈에 익숙해져서 그런지 일부 관객들의 말처럼 울렁거리거나 보는데 힘들진 않았습니다. 오히려 그로테스크하게 아름답다라고 느꼈죠. 보통 한국영화에서 보기 힘든 욕망과 쾌락에 대한 추구를 영화 속 인물들은 특히 뱀파이어가 된 태주는 마구 폭발시킵니다. 상헌은 범죄를 저질렀음에도 스스로 자기합리화 하고 괴로워하는데 그러한 모습들이 위선적인 인물처럼 느껴지게 했습니다. 오히려 죄책감은 전무하고 망설임 없는 태주에게 더 이입이 된 것이지요.
해피버스데이는 상현이 태주의 피를 먹는 순간에 흘러나오기 시작해서 그녀를 다시 소생시켜 뱀파이어로 완성시키는 장면까지 나오는데 감정이 고조되고 보통 판타지물에서 주인공이 변신을 시작하거나 깨달음을 얻었을 때 흘러나오는 리듬을 닮아 앞으로 전개될 이야기에 대한 기대감을 불러일으킵니다. 곡은 한국의 한스 짐머 라고 불리며 박찬욱 감독과 수없이 작업한 조영욱 음악 프로듀서의 작품입니다.
9. Alma, Jonny Greenwood, 4:08
Phantom Thread (팬텀 스레드), 2017, 폴 토마스 앤더슨(Paul Thomas Anderson)
줄거리
왕실과 사교계의 드레스를 만드는
의상실 우드콕의 디자이너 레이놀즈(다니엘 데이 루이스)는
우연히 마주친 젊고 당찬 알마(빅키 크리엡스)에게 첫눈에 반한다
레이놀즈 인생 최고의 뮤즈이자 유일한 연인이 된 알마
마치 환상처럼 화려한 인생을 살고 있지만
레이놀즈가 만든 세상의 일부일 뿐인 그녀는
자신의 전부인 사랑을 걸고 그의 인생을 망치기로 한다
영화 자체는 처음엔 제목만 알고 있었고 ost는 친구의 추천으로 듣게 됐는데 생각보다 좋아서 그 후 본 작품입니다. 좋아하는 배우 중 한명이 다니엘 데이 루이스고 그의 주연작이라 즐겁게 보았습니다. 그 자신이 디자이너로 나와서 그런지 화려한 의상들과 소품들이 화려하게 보여져 눈을 즐겁게 해줬습니다. 사랑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해주는데 나이를 많이 먹어서 하는 사랑도 결국 어리고 어수룩한 사람들처럼 눈을 멀게 한다고 느껴집니다.
작품을 제작한 폴 토마스 앤더슨 감독의 전작들을 찾아보니 ‘마이너리티 리포트’와 ‘매그놀리아’를 만드신 분이었습니다. 후에 이 작품을 본 후 다같이 이야기를 해봐도 좋을 것 같습니다.
곡 자체에 대해선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는데 작곡가가 무려 조니 그린우드 입니다. 네 생각하시는 그 라디오헤드의 멤버 맞습니다. 찾아보니 밴드 활동 뿐 아니라 BAFTA와 그래미에 후보로 오르기도 하고 BBC에서 전속으로 고용한 실력파 작곡가이기도 하더군요. 앨범의 전곡을 직접 작업했는데 잔잔한 선율 가운데 악기의 소리가 날카롭게 어울립니다. 개인적으로 영화와 궁합이 최고인 것 같고 Alma는 영화의 주인공인 알마의 테마곡 같은 곡입니다.
10. Young and Beautiful, Lana Del Rey, 3:57
The Great Gatsby (위대한 개츠비) 2013, 바즈 루어만(Baz Luhrmann)
줄거리
1922년 뉴욕 외곽에서 살고 있는 닉(토비 맥과이어)은 호화로운 별장에 살고 있는 이웃 개츠비(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에게 관심을 갖게 된다. 닉은 토요일마다 파티를 열어 사람들을 초대하는 그가 자신의 사촌 데이지(캐리 멀리건)와 연인이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데이지는 개츠비를 잊은 채 부유한 톰(조엘 에저튼)과 결혼한 상태이지만 개츠비는 다시 관계를 회복할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을 가지고 잊혀졌던 사랑의 감정을 되살린 데이지와 마주한다.
항상 위대한 개츠비를 읽으면 생각하게 되는 부분은 하나밖에 없습니다. 개츠비가 데이지를 정말 사랑해서 그러는 걸까 아니면 과거의 느낌을 그리워하는 가운데 생겨난 쓸데없는 미련일까. 이미 결혼한 엄밀히 말하면 완전히 끝난 관계에서 매달리는 개츠비는 바보 같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말로 정리하기엔 좀 더 많은 것들이 책 속에 있기에 위대한 고전이라 불리는 거겠죠.
영화는 원작을 그대로 따라가는 가운데 개츠비의 별장과 파티 장면들은 화려하게 재현했습니다. 초반부는 조금 지루했지만 그만큼 볼거리가 많아 즐거웠습니다.
Young and Beautiful은 개츠비와 데이지가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중에 나오는 곡으로 얼마 전에 새앨범을 내고 컴백한 라나 델 레이의 목소리가 더해져 슬프고도 몽환적인 분위기를 풍기는 곡입니다. 왜 즐거운 장면 가운데 이런 곡이 깔릴까 하고 생각해보았는데 Will you still love me when I’m no longer young and beautiful? 라는 가사처럼 그대로 누군가의 젊음과 아름다움과 같은 의미로 자신에게 부가 없어도 자신을 사랑해줄 것이냐고 데이지에게 묻는 개츠비의 생각을 대변해서라고 생각됩니다.
11. Overture, Ennio Morricone, 3:14
The Hateful Eight (헤이트풀8), 2015, 쿠엔틴 타란티노(Quentin Tarantino)
줄거리
레드 락 타운으로 죄수(제니퍼 제이슨 리)를 이송해가던 교수형 집행인(커트 러셀)은 설원 속에서 우연히 현상금 사냥꾼(사무엘 L. 잭슨), 보안관(월튼 고긴스)과 합류하게 된다. 그리고 거센 눈보라를 피해 산장으로 들어선 4명은 그곳에 먼저 와있던 또 다른 4명, 연합군 장교(브루스 던), 이방인,(데미안 비쉬어), 리틀맨(팀 로스), 카우보이(마이클 매드슨)를 만나게 된다.
큰 현상금이 걸린 죄수를 호시탐탐 노리는 이들에게 교수형 집행인이 경고를 한가운데 참혹한 독살 사건이 일어난다. 각자 숨겨둔 비밀이 하나씩 밝혀지면서 서로를 향한 불신은 커져만 간다.
쿠엔틴 타란티노.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사람이지만 ‘펄프 픽션’, ‘바스터즈 : 거친 녀석들’은 제 최애 작품리스트에 꼭 들어가고 B급 정서 활용 능력은 정말 탑 오브 탑이라고 생각합니다. 항상 타란티노의 영화를 보면서 느끼는 건 폭력과 유혈이 낭자하지만 피가 피처럼 보이지 않고 빵 속에 들어가는 잼이나 아이들이 장난치는 무언가처럼 보인다는 점입니다. 현실성이 없다고 해야 할까요. 그래서 잔인한 걸 못 보는 저도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이 작품은 그의 8번째 영화로 (항상 이 영화를 끝으로 은퇴하겠다 라고 말하지만 은퇴를 번복하는 모습을 보면서 언제쯤 진짜 은퇴할지 궁금합니다) 눈보라가 몰아쳐 아무도 움직일 수 없다는 충분히 공포스러운 상황에서 인상 험악한 8명이 산장에 모여 일어나는 이야기. 기대를 갖고 봤는데 사무엘 L. 잭슨은 타고난 능력일까 싶을 정도로 밝지 않은 분위기 속에서 웃음 포인트를 다 가져가는 연기를 합니다. 함께 확장되는 눈은 덤으로 볼 수 있고요. 다른 배우들도 찰떡이지만 죄수역을 맡은 제니퍼 제이슨 리의 역할에 이입되어 나중에는 애처로워 보이기까지 합니다. 전부 다 선한 인간들은 아니라 누가 더 나쁜 사람인가? 라고 생각하면서 보는 재미가 있고 작중 대사인 ‘누구도 믿을 수 없을 때 모두가 증오의 대상이 된다’ 와 일맥상통 합니다.
음악을 잘 사용하는 타란티노 답게 영화음악의 대가 엔니오 모리꼬네가 음악을 맡았고 아카데미 음악상을 받기도 한 앨범입니다. Overture는 처음 눈이 가득 쌓인 풍경을 보여주고 죄수를 이송해가는 교수인 집행인의 마차가 보이는 가운데 앞으로 심상치 않은 일이 벌어질 거라고 암시하는 듯 합니다.
12. All the Young Dudes, Shortparis, 3:46
Leto (레토), 2018, 키릴 세레브렌니코프(Kirill Serebrennikov)
줄거리
1981, 레닌그라드
자신만의 음악을 하고 싶은 자유로운 뮤지션 빅토르 최(유태오)
금기의 록음악을 열망하는 열정적인 록스타 마이크(로만 빌릭)
그리고 그의 매력적인 뮤즈 나타샤(이리나 스타르셴바움)
음악이 있어 빛나고, 사랑이 있어 아름답고, 젊음이 있어 찬란한
그들의 끝나지 않을 여름이 시작된다
음악영화 중 가장 좋아하는 작품입니다.
영화는 흑백 영화이고 1980년대 러시아를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러시아에서 사랑 받았던 전설적인 록밴드 ‘키노’의 중심이었던 ‘빅토르 최’와 또다른 록밴드 ‘주바르크’의 중심이었던 마이크 나우멘코 둘을 중심으로 주변 인물들의 이야기가 함께 전개되는데 빅토르 최는 그 당시 러시아 젊은이들 사이에서 자유의 아이콘으로 추앙 받아 정부에 의해 살해되었다는 이야기가 있는 만큼 영화로 다루는 것도 조심스러웠을 것 같아 우려 했는데 역시나 감독이 정치적인 탄압으로 구속되고 촬영이 중단되었었고 남아있던 배우와 제작진들이 완성시켰다고 합니다. 칸 영화제에 참석한 레토팀이 레드카펫에서 그의 이름을 연호하며 석방하라는 시위도 벌였더군요. 그렇다고 전기 영화 형식은 아니고 오히려 음악을 많이 들려주는 음악 영화 그 자체입니다. 이기 팝, 토킹 헤즈와 같은 아티스트들의 곡을 출현하는 인물들이 자신들만의 방식으로 재해석해 부르고 뮤지컬 영화처럼 부를 때면 하나의 뮤직비디오를 재생하는 것처럼 전환되었다가 이야기가 다시 전개됩니다. 영상 링크는 아래에 첨부했습니다.
모든 곡들이 다 새롭지만 데이빗 보위의 ‘All the Young Dudes’와 나오는 영상이 타 아티스트들의 앨범 커버를 오마주 하며 색다르게 보여지기에 고르게 되었습니다. 저는 원곡 보다 Shortparis가 부른 곡이 좀 더 취향입니다.
13. Libera Me, Elliot Goldenthal, 2:52
Interview with the Vampire (뱀파이어와의 인터뷰), 1994, 닐 조단(Neil Jordan)
줄거리
샌프란시스코의 어두운 밤. 빌딩의 한 어두운 방에서는 라디오 방송 작가(크리스찬 슬레이어)와 뱀파이어와의 인터뷰가 시작된다. 아내와 아이를 잃고 죽음을 갈망하던 청년 루이(브래드 피트)는 뱀파이어 레스타트(톰 크루즈)의 피를 마시면서 새로운 삶을 시작하게 된다.
트와일라잇 시리즈부터 트루 블러드와 같은 현대 뱀파이어물을 즐겨보고 다 봤다고 생각한 제가 이걸 보고 머리를 치며 현대의 뱀파이어물들은 반성하고 각성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졌습니다. 원작은 소설가 앤 라이스가 1976년 발표한 동명의 소설이고 이 작품이 의미를 갖는 이유는 드라큘라와 같은 기존의 잔인하고 야만적인 흡혈귀의 이미지들을 화려하고 아름다운 이미지로 바꾸는데 일조했기 때문입니다. 영화 속에 간간히 나오는 동성애적 함의 (루이와 레스타드의 관계, 루이와 아르망의 관계) 때문에 처음에 한국에선 상영 금지까지 되었다고 합니다. 재밌는 점은 조니 뎁이 먼저 레스타드 역을 제안 받았지만 다행스럽게도 고사했고 톰 크루즈가 캐스팅 되었는데 원작자는 마음에 들지 않아했다는 점입니다. 그렇지만 후에 완성된 영화를 보고 작가가 후회하며 사과했다고 합니다. 아마 톰 크루즈가 완벽하게 레스타드에 어울렸기 때문이겠죠.
화려한 배우들의 비주얼에 이끌려서 보게 된 영화이지만 스토리도 한 편의 동화처럼 잔혹하기도 하고 환상적이어서 좋아하게 되었습니다. 그 시대 특유의 머리스타일과 의상의 아름다움을 보는 재미도 쏠쏠했고요. 그 중 박쥐의 태주처럼 흡혈에 대한 욕망을 참지 못하는 커스틴 던스트가 연기한 인간이었다가 뱀파이어가 되는 소녀 클라우디아는 미숙한 어린아이 그대로의 모습입니다. 아쉬운 점은 작중 아르망으로 나오는 안토니오 반데라스의 연기와 비주얼도 좋았지만 원래 디카프리오에게 먼저 제안되었던 역이라고 합니다. 아르망은 소설에서 갈색 머리의 미소년으로 나온다고 하는데 디카프리오가 했으면 잘 어울렸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Libera me는 라틴어로 ‘나를 구하소서’라는 의미입니다. 라틴어 기도문 중에서도 유명한 구절의 제목 그대로의 제목을 가진 곡으로 작중에서 오프닝과 루이가 극장에서 뱀파이어들을 바라보는 장면에서 나옵니다. 성스러움 속에 묘하게 공포감이 섞여 있는 듯 합니다.
14. Storm, Bjork, 5:33
Drawing Restraint 9 (구속의 드로잉 9), 2005, 매튜 바니(Matthew Barney)
Spec Ops : THE LINE, (스펙 옵스 : 더 라인) 2012, Yager Develpoment
줄거리
일본의 석유 정제소에서 뜨거운 바셀린을 가득 실은 트럭이 죽 늘어선 일본인들과 함께 공장에서 항구로 향한다. 수백 명의 기뻐하는 일본인들에 의해 이끌어지는 이 과정은 바셀린이 갑판의 주형에 부어지는 거대한 포경선과 나란히 이루어진다. 배는 떠나고 몇 주 동안 항해는 계속되고 바셀린은 천천히 식는다. 그러는 동안 항해는 계속되고 갑판 아래는 점점 따뜻한 액체들로 가득 차게 되고 커플은 액체 속에 놓이게 되고 서서히 변형된다. 배가 빛나는 빙산을 배경으로 하는 남극해에 도달함에 따라 우리는 어떤 조각들을 보게 된다.
‘전장의 크리스마스’ 와 함께 저의 비운의 작품입니다. 현대미술 분야에서 데미안 허스트와 함께 가장 촉망받는 설치/행위 예술가 중 한명인 매튜 바니가 아이슬란드의 천재예술가 비요크와 함께 제작하고 출현한 작품인데 일본의 대형 포경선을 바탕으로 펼쳐지는 심오한 내용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일본의 ‘이국적이고 기이한’ 혼례복을 입는다는 텍스트에서 알 수 있듯이 오리엔탈리즘적인 면이 대놓고 나오긴 합니다. 하지만 신비롭기도 하고 영상미가 아름다워 설치 미술과 영상 쪽에 관심이 있으신 분들은 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찾아보니 관련 전시회를 삼성 리움미술관에서 2005년에 열었었습니다.
사실 처음 이 곡을 알게 된건 영화가 아니라 ‘스펙옵스’ 라는 게임 덕분입니다. 원작은 조지프 콘레드의 유명 소설 <어둠의 심 연>으로 모래폭풍에 고립되어버린 두바이에 파견되어 작전을 수행하는 마틴 워커 대위와 다른 대원들의 이야기를 다룬 게임입니다. 일반적인 액션 게임을 기대하고 플레이 했었는데 기대와는 다르게 제 멘탈이 부서졌지요. 주인공인 마틴 워커와 함께 정신이 무너지는 경험을 할 수 있습니다. 오죽하면 게임에 붙은 별명이 PSTD 시뮬레이터 더군요…이유가 곧 스포일러가 되니 쓰진 않겠지만 멘탈이 약한 분들에겐 추천하지 않습니다. 스토리가 좋은 게임을 선호하고 처참할 정도로 잔혹한 메시지를 받을 준비가 되어 있는 분만 플레이하시길 바랍니다.(예를 들어 “이제 좀 영웅이 된 기분이 듭니까?”, 등의 메시지들이 나오는데 얼마나 충격적인 의미인지 게임을 하면 아실 수 있습니다.)
비요크가 구속의 드로잉 9를 위해 제작한 사운드트랙으로 고대 일본 음악에 대해 알기 위해 일본을 여행하기까지 했다고 합니다. 전체적으로 일본음악의 느낌이 나지는 않는 것 같지만 마지막 곡 Storm은 마지막 트랙으로 스펙 옵스에선 워커가 환영을 볼 때 흘러나옵니다. 정신을 훼손하는 듯한 선율과 노이즈가 강렬합니다.
15. The Legend of Ashitaka, Joe Hisaishi, 5:44
Princess Mononoke (모노노케 히메), 1997, 미야자키 하야오(Hayao Miyazaki)
줄거리
배경은 무로마치 시대 일본. 어느 날, 총알을 맞고 죽어가며 재앙신이 된 멧돼지 신 나고가 에미시 일족의 마을을 습격했다. 주인공 아시타카가 나고를 쏘아 죽이지만, 그 원한의 대가로 저주에 걸리게 되고 그 저주를 막기 위해 여행을 떠나게 된다.
서쪽으로의 여행 중 타타라 마을에 다다른 아시타카는 거기서 일어나는 인간과 신들의 전쟁에 끼어들게 되고 산이라는 소녀를 만나게 된다.
지금까지 선곡한 곡들이 전부는 아니지만 대부분 우중충하고 암울한 곡들이라 마지막 곡은 비슷한 듯 아닌 희망적인 곡을 선곡해 보았습니다.
어릴 때 다들 미야자키 하야오 또는 그의 작품을 하나쯤은 보고 좋아했던 경험이 있을 겁니다. ‘이웃집 토토토’를 시작으로 ‘하울의 움직이는 성’과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에 나오는 하울과 하쿠를 사랑해본 경험도 있겠지요. 초등학교 고학년 학생일 때 미야자키 하야오의 작품을 전부 보겠다고 동네의 비디오방에 가서 이틀에서 삼일에 한번씩 그의 작품들을 엄마와 동생과 빌려보았었는데 대중적으로 알려진 그의 작품들도 보았지만 ‘붉은 돼지’ 같은 잘 알려져 있지 않은 작품들도 보았었습니다. 제가 가장 좋아하는 하야오의 작품도 붉은 돼지구요.
오늘 선곡한 곡은 좋아하는 하야오 작품 삼위 안에 드는 ‘모노노케 히메’의 곡들 중 하나입니다. 곡 제목이기도 한 아시타카는 산과 함께 인간이지만 시시가미 신을 포함하여 멧돼지신인 옷코토누시, 모로 등을 보며 자연을 경외하게 되고 에미시 일족으로 대표되는 인간이 자연을 파괴하는 행위를 멈추게 하려고 전쟁에까지 뛰어드는 인물이지요. 이 곡을 비롯한 거의 모든 지브리의 음악을 담당한 히사이시 조는 항상 그렇듯 애니메이션에서 설명되지 않는 부분을 그의 음악으로 채웁니다. ‘아시타카의 전설’ 이라는 제목에서 아시타카가 결국 인간과 숲으로 대표되는 자연의 공존을 이뤄낼 거라는걸 암시하는 듯 그는 아시타카의 결단력과 자연에 대한 경외감이 느껴지도록 한 것 같습니다.
꽤 긴 러닝타임이었는데도 마지막까지 들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다음번에도 영화 음악으로 음감회를 한 번 더하거나 게임으로 음감회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있으면 좋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