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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감상회/2019-2

10.11

짜라투스트라 2019. 10. 11. 17:29

10.11 야외음감회

 

1. Debussy - Arabesque No. 1 (4:25)

 

드뷔시의 끊임없이 물결같이 흘러가는 선율은 언제들어도 좋지만 가을밤에 다같이 눈 감고 듣는다면 더 좋을 거 같네요 :)


2. Oscar Peterson - Night and Day (2:34) 

 

진정한 여유는 평소에 하고 싶던 일들을 쾌활한 마음가짐으로 할 수 있을 때 완성된다고 생각한다. 힘든 무언가를 마치고 지친 마음을 숙면이든 여러 다른 방법으로 해소한 뒤에, 평소에 시간이 차마 없어서 하지 못했던 일들을 기꺼이 시작할 준비가 되었을때, 여유는 삶에서 가장 반짝이는 형태로 우리 곁을 머문다. 색으로 따지자면 오렌지색 같은 것. 제목과 같이 밤과 낮으로 쾌적한 그 느낌. 길고 힘겨웠던 무언가(시험이나 일)이 끝나고 가장 소망하던 산책의 첫 발을 내딛을 때 나는 꼭 이 곡을 듣는다. 도입부부터 기분이 확 좋아진다. 이 곡은 왠지 모르게 듣는 사람에게 따뜻하고 포근한 분위기를 주고 동시에 가볍고 쾌활한 정신과 몸의 상태를 만들어준다. 특히 가을에 들으면 더 매력적인 곡. 피아노 선율이 가볍고 부드럽다. 그래서 그런지 마음도 몸도 더 가벼워지는 걸 경험해볼 수 있다. 발걸음이 사뿐해진달까. (아주 약간의 자아도취감도 경험하게 해준다.) 나의 여유 나의 휴식을 열어주는 곡!

 

3. Fats Weller - Ain't Misbehavin' (2:47)

 

경쾌함,맑음 같은 단어가 너무나도 잘 어울리는 곡. 패츠 월러의 피아노 선율은 듣기만 해도 기분을 들뜨게 하는 마법을 부리는 것 같아요 특히 이 곡은 즐거운 재즈사운드와 그의 익살스러운 목소리가 너무나도 매력적입니다 요즘 가을이 오면서 부쩍 하늘색이 너무 아름다워졌어요 겉옷 하나 걸쳐입고 하늘 보면서 걸을 때 듣기 좋은 노래라 선곡했습니다~~

 

4. Stelvio Cipriani - Mary's Theme (2:11)

 

유튜브 알고리즘이 선물해준 예쁜 곡. 이탈리아 영화음악이지만 어딘가 지브리스러운 느낌을 주기도 하네요. 찾아보니 B급 에로영화더군요.. 그렇게 생각하고 들으니 오히려 더 환상적이고 신비로운 건.. 저만 그런가요... 휴양지 가서 시원한 그늘에 누워 듣고 싶은 곡.

 

5. Caro Emerald - One Day (4:33)

 

6. Joanna Newsom - '81 (3:52)

 

목소리가 특색있는 포크 아티스트 조애나 뉴섬. 목소리 뿐 아니라 하프를 연주한다는 것과, 작사 작곡이 뛰어나다는 점도 있다. 부드러운 멜로디와 시적이면서 산문적인 가사는 그녀의 노래가 목가적이면서도 나른한 느낌이 들게 한다. 한 해가 끝나가는, 공기의 냄새 그리고 하늘의 빛깔이 바뀌고 하나하나가 소멸해가기 시작하는 이 기점에서 어울리는 노래라 생각해 선곡해봤다.

 

7. Patrick Watson - Close to Paradise (5:03) 

 

불면증에 잠을 잘 못 잤던 시기에 잘 때 들으라고 누가 던져준 음악. 그리고 실제로 이걸 틀어놓고 비교적 편안하게 잠이 들었다. 꿈을 꾸지 않았지만 잘 때 언뜻언뜻 들리는 음악 소리에 비현실적인 면이 있다고 생각했다. 꿈 꾸지 않고도 꿈 꾸는 기분이 들어 그 후로도 종종 틀어놓고 취침을 시도했고, 그래서 나한테는 가장 휴식과 잠과 꿈에 가까운 음악이다.

 

8. Leon Ware - For the Rainbow (6:58)

 

Leon Ware의 유작앨범, 게다가 Thundercat과 Kamashi Washington이 참여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들을 가치가 있지만 햇빛이 들어오는 방 안에서 아무생각 없이 들으면 없던 여유로움도 생기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9. inc. - our time (demo 2011) (4:17) 

Inc.는 한 쌍의 형제들이기에 이 노래는 그들의 어린 시절과 관계를 언급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그들의 많은 노래들처럼, 과거와 현재에 대한 수용이 있다. 비록 과거의 상처가 잘 치유되지 않았지만, 뭐 괜찮다. 밤새고 난 뒤 새벽 담배 한대 태우며 듣기 좋은 노래.

 

10. The xx - Replica (4:09)

 

11. Soft Machine - Black Velvet Mountain (5:11)

 

이 착잡한 세계를 살아가는 주인공으로서의 나에겐 애초에 여유가 있어서는 안 된다. 이때의 여유는 게으름, 회피 따위와 사실은 다를 게 없을지도 모르니까. 그렇다고 완전히 세상을 초탈한 사람으로서의 나에게 여유가 생길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우선은 초탈이라는 말 자체에 함의되어있듯 이는 완전한 ‘무’를 갈망하는 행위이다. 완전한 죽음, 열반의 세계에선 여유는 존재할 수 없다. 여유라는 감정도 실은 번뇌의 대상이니까. 이 초탈은 또한 인간 이전으로 회귀한 세계를 그리워하는 일이기도 하다. 핑크 플로이드의 ‘The Great Gig In The Sky’는 이 회귀의 순간을 그려내고 있다. 그리움의 정서가 물씬 묻어나는 피아노 선율은 “태초에 말씀이 계”시기 전, 그러니까 세상과 언어가 존재하기 이전의 세상으로 우리의 감각을 이끈다. 어떠한 언어도 담겨있지 않은 탄식과 함께 초현실적인 연주가 그곳에서 펼쳐지고 있다. 이 순수한 아름다움의 향연 속에서 우리는 일말의 여유로움을 발견할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사실 그 속엔 생명 이전으로의 회귀를 꿈꾸는 인간의 근원적이고 끈질긴 갈망이 아스라이 맺혀있는 것이다. 그러니까 사실 여유는 세상 속에서 찾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반대로 세상을 초월할 때 찾아지는 감정도 아니다. 어느 정도 세상을 염두에 두면서, 그것으로부터 초탈을 꿈꿀 때 비로소 여유는 찾아온다. 즉, 여유는 ‘관조’의 감정이다. 어느 정도 세상에서 물러난 채로 세상을 관찰할 때, 비로소 우리는 여유를 조금이나마 만끽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Black) Velvet Mountain’은 바로 이 관조의 감각을 충실하게 묘사한다. 곡의 시작, 진하고 끈적한 신디사이저 선율은 상승과 하강을 반복하며 굽이굽이 솟아있는 산의 형태를 성실하게 관조한다. 이윽고 펼쳐지는 아련한 기타 연주는 부드러운 산의 질감에 대한 세밀한 묘사와 함께 관조자의 마음을 그려 보이고 있다. 멀찍한 곳에서 굳건하게 솟아있는 산과 세상으로부터 잠시 시선을 돌려 산을 관조하는 나. 교감과 안도의 시간 속에서 여유가 뭉글히 피어오르는 여유. 그러나 동시에 일말의 불안이 솟아오른다. 나는 결국 내 세상의 주인공일 수밖에 없고, 어쩌면 도망쳐 갈 곳도 죽음에 다름 아니다. 그렇게 여유로움 사이에서 뿜어나오는 솔로 색소폰 연주. 하지만 산은 여전히 부드럽고 검기만 하다. 애써 흔들리는 시선을 붙잡고자 하지만, 여유는 불안 근처만을 맴돌 뿐이다. 그렇게 반복되는 불안과 여유 사이에서, 진정한 여유는 애초부터 존재하지 않는다는 진실이 오롯이 솟아오른다. 인간은 홀로 완전한 주인공이 될 수도 없고, 초탈할 수도 없으며, 그저 세계와 형이상학 사이에 아슬히 걸친 채로 불안해할 수밖에 없는 운명이니까. 그런 우리에게 여유는 결코 여유가 되지 못한다. 그저 노래할 수밖에. 소프트 머신은 가만히 멈추어 앉아 이 진실을 관조하는 한 사람의 서글픈 마음을 솔직하게 담아내고 있다.

 

12. Hedwig and the Angry Inch - Midnight Radio (5:40)

 

상황에 어떻게 적응은 잘 하면서도 동시에 misfit로 살아오면서 맨날 락음악은 숨어서 음침하게 들어왔는데, 성인이 되고 헤드윅 사운드트랙을 다시 들으면서 사랑하게 되었어요. 재재작년인가 상상마당에서 싱얼롱으로 상영해줬는데 다들 조용하길래 저도 가만히 있었던 슬픈 기억과 함께-이 노래가 흘러나오면 항상 울게 되더라구요. 저는 그때까지 락앤롤을 이 노래 가사 속 Ballerina Dancing to your rock and roll 처럼 즐기지는 못해왔거든요. 그럴 수 있는 건줄 몰랐어요. 그저 젊고 혈기왕성한 백인남성들의 전유물이라 생각했죠. 근데 이 곡은 제 리스닝 인생에 일종의 터닝포인트가 되어주었고 저를 정말 45인치 레코드판처럼 터닝하는 발레리나 혹은 발레리노로 만들어주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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