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안녕하세요, 한예경입니다. 오랜만이네요. 엄청나게 많은 일들이 있었는데, 어찌어찌 세 번째 음감회를 하고 있습니다.
예로부터 3은 마법의 숫자지요. 맥베스에 나오는 마녀들도 주문을 세 번 외치잖아요. 마법 같은 이 세 번째와 다사다난한 스무 해를 축복하려고, 오늘 마녀 같은 여자들을 불러냅니다. 당연히 형식도 마법 같아야겠죠. 노래에 더불어 룩을 함께 올립니다. 대부분은 런웨이의 룩들이지만 가끔 다른 출처도 있습니다.
오늘은 옷이 음악을 말합니다. 앨범 커버랑 객관적으로 보이는 긴 설명은 없습니다. 마음을 끄는 아이들이 있다면, 알아서 찾아보는 기쁨을 누려보세요.
*
1 la femme / oh baby doll
2 vive la fête / excactement
3 blonde redhead / dripping
4 pixies / ana
5 charlotte gainsbourg / trick pony
6 hole / star belly
7 blondie / fade away and radiate
8 the velvet underground & nico / femme fatale
9 thom yorke / unmade
10 mazzy star / hair and skin
11 fleetwood mac / dreams
12 graham coxon / there’s something in the way you cry
13 brigitte bardot / la madrague
42 minutes
***
la femme / oh baby doll
psycho tropical berlin, 2013
3:08
좋아하는 la femme로 시작합니다. 주요 모티프인 마녀처럼, 손에 쥐고 있는 것보다 더 많은 영감을 불러오는 아이들이죠. 밴드티를 하나 사서 올여름 잘 입었어요. 근데 직후에 카드번호가 유출돼서 엄청 허술해 보이는 얘네 사이트를 의심하고 있습니다.
이 노래는 chuck berry의 원곡이 있습니다. 동명의 ysl 마스카라 광고에 나온 줄은 이제 알았네요(좋은 선곡이지만 광고는 엉망입니다).
vive la fête / excactement
grand prix, 2005
3:23
아이스에이지와 함께 저의 카페인인 아이들입니다. 벨기에 출신이고 xavier dolan이 여러 번 영화에 쓴 걸 보면 좋아하나 봐요.
blonde redhead / dripping
barragán, 2014
3:41
최근 듣는 blonde redhead입니다. 90년대의 물결을 이 시대에 맞게 이어가고 있습니다.
pixies / ana
bossanova, 1990
2:09
사랑하는 픽시즈. 오늘 선곡에서 이 노래만큼 아끼는 곡은 거의 없습니다. 어떻게 이렇게 아름답지? 가사는 아주 간결합니다. (남자가 바라본) 여자와 해변가와 파도와 아련한 기분이 담겨있는데, edgar allan poe의 annabel lee가 떠오릅니다. 100 프로 의도했다고 확신해요.
charlotte gainsbourg / trick pony
irm, 2009
2:52
버킨/갱스부르 커플을 잇는 딸 charlotte gainsbourg입니다. 한글은 이론상 모든 발음을 적을 수 있고 아주 편리하지만 적으면 좀 이상한 외국어들이 있습니다. 얘 이름이 그래요. 국어로 표기하려면 샤를로뜨가 원어에 제일 가까운데, 적어 놓으면 어딘지 과장되고 이상해 보여요. 굳이 알파벳으로 적는 이유.
앨범 이름 irm은 mri를 뒤집어 놓은 말이래요.
hole / star belly
pretty on the inside, 1991
1:46
첫사랑 courtney love가 보컬로 있는 hole의 1집입니다. 90년대 초반 어릴 때라 그런지 격한 소음입니다. 이런 소리에 익숙하지 않은 줄 알지만 얼마 길지도 않으니 즐겨보세요. 노래는 콜라주 같은 구성입니다. 녹음된 남자 목소리가 나오다가, fleetwood mac의 rhiannon이 나오다가, love가 부른 best sunday dress로 끝납니다. love가 정리한 락앤롤의 역사? 머릿속에서 웅웅 들려오는 소리?
blondie / fade away and radiate
parallel lines, 1978
4:04
시대를 바꾸어서 blondie. 유튜브에 곡을 치니까 andy warhol이 제작한 보컬 debbie harry의 프린트들이 나오네요. 강렬한 곡, 강렬한 미녀입니다.
the velvet underground & nico / femme fatale
the velvet underground & nico, 1967
2:39
묘하다는 말은 nico 목소리를 위해 존재합니다. 이 곡이 들어있는 바나나 앨범은 오랜 시간을 지나와도 통하는 기묘함을 가지고 있습니다. 인간이 멸종하는 날까지 들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thom yorke / unmade
suspiria (music for the luca guadagnino film), 2018
4:27
영화 suspiria 보셨나요? 저는 극장에 걸렸을 때 재밌게 봤는데 이제 기억나는 게 없네요. 마지막 의식에 나오는 tilda swinton의 빨간 드레스밖에 기억이 안 납니다. 아름다운 옷이었어요.
mazzy star / hair and skin
deep cuts ep, 2009
3:49
사랑하는 mazzy star입니다. 얘네한테는 90년대의 the doors라는, 다소 뜬금없어 보이는 별명이 있는데 그걸 여지없이 입증하는, 아주 섹시한 곡입니다. 아주 내성적인 천국 같은 멜로디를 들려주다가도, 소음 덩어리 기타는 이 시대에만 가능하고, 또 공연이 끝날 때까지 관객을 보지 않고 꿋꿋이 노래하는 구불구불 긴머리의 보컬은 어떤가요. 이상한 천사들입니다.
fleetwood mac / dreams
rumours, 1977
4:18
아까 이름을 잠깐 언급한 밴드입니다. 아주 아름다운 곡. 비오는 날에 들으면 좋고 무너지는 느낌, 무너졌다 일어나는 느낌이 납니다.
graham coxon / there’s something in the way you cry
the end of the fucking world (original songs and score), 2018
3:25
Sometimes in the morning
You like to have me near
I see you grown up forming
A child disappear
It's beautiful to see
But no, you won't agree
brigitte bardot / la madrague
bonnie and clyde, 1968
2:33
해와 바다와 별장이 있는 뻔하고 아름다운 곡입니다. 60년대의 슈퍼스타였던 BB가 샀던 별장에 관한 노래래요. 원래 바르도처럼 생긴 사람을 별로 안 좋아해서 관심이 없었는데 목소리를 듣자마자 반했습니다. 시대는 아무나 풍미하는 게 아니더군요.
***
오늘의 의식에 참여해주어서 감사합니다. 어떤 이야기가 보이나요? 그랬으면 좋겠네요. 저의 목표는 거기에 있습니다. 저의 일은 어디까지나, 하나의 이야기를 들려드리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