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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감상회/2019-2

12월 19일 음감회

짜라투스트라 2019. 12. 19. 18:50

 

Luciana Souza - Muita Bobeira

초딩 때 심심해서 컴퓨터를 뒤지다가 Music 폴더 음악 샘플 중 ‘보사노바’  장르가 있는 걸 보고 동물의 숲에 나오는 강아지 가수 T.K.의 K.K.Bossa가 생각나서 틀어봤다가 이 장르에 본격적으로 빠지게 됐다. 유튜브에서 Muita Bobeira를 검색하면 덧글에 “이거 윈도우 비스타에 있던 거 아냐?”하고 반가워하는 사람들을 볼 수 있다.

 

Sonia Rosa - モーニング・コーヒー (모-닝구 코-히-)

소니아 로자는 브라질 출신의 가수인데 뜬금없이 일본에서 활동한 특이한 이력을 가지고 있다. 일본 보사노바 가수인 리사 오노의 아버지가 상파울루에서 보사노바 바를 하고 있었는데, 거기서 노래를 부르며 일본인 뮤지션들과 교류한 게 일본으로 건너간 계기가 되었다고 한다.이후 레이디 보덴이라는 아이스크림의 CM송도 부르고, 일본의 재즈 뮤지션과도 협업하며 70년대 일본에서 활발하게 활동했다.

한국의 박인희가 떠오르는 청초한 목소리라서 좋아하는데, 이 노래에서는 조용한 아침에 애인과 커피를 마시며 단둘이 즐기는 달콤한 순간에 대해 관능적인 목소리로 노래하고 있다.

 

Sonia Rosa with Yuji Ohno - Casa Forte

일본의 재즈 뮤지션, 작곡가 유지 오노와 함께 제작한 앨범 Spiced with Brazil (1974)에 수록된 노래. 변칙적이고 빠른 리듬에 피아노, 마라카스, 신디사이저의 삐료요요옹, 뿁 뿁 뿁 등 다양한 효과음이 더해져 다채롭다.

 

Elis Regina - Menino Das Laranjas

엄청난 대중적 인기를 누리면서도 “브라질은 고릴라들이 지배하고 있다”며 독재 정권 비판을 주저하지 않은 엘리스 헤지나의 노래. 소니아 로자를 좋아요 누르니 애플 뮤직이 “너 이런 것도 좋아할걸?” 하고 들이 밀어서 알게 됐다. 포르투갈어는 하나도 모르지만 가사를 외우고 있고, 샤워할 때마다 흥얼거릴 정도로 정말 좋아하는 노래다. 시원하게 내지르는 창법과 긴장감 있는 노래의 구성이 좋다. 

브라질에서 아동 노동은 유럽 이민자들이 도착한 16세기부터 시작해 플랜테이션 농업, 산업화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가 되며 고착화한 심각한 사회 문제다. 오랜 노력 끝에 1934~1946년의 헌법 개정이 마침내 14세 이하 미성년자의 노동을 법적으로 금지했으나, 1964년부터 1985년까지 지속된 군사 독재 정권이 노동할 수 있는 최저 연령을 12세로 낮춰버렸다.

Menino das Laranjas는 이 독재 정권 시기인 1966년에 나온 노래로, ‘어린이가 있어야 할 곳은 학교’라는 당시의 문제 의식을 담고 있다. 가사 내용이 흥겨운 멜로디와 상반되는데, 다 팔지 못하고 돌아가도 오렌지로 가득 찬 또다른 바구니를 홀어머니가 쥐어주기 때문에, 소년은 추운 새벽부터 하루종일 사람들의 무시를 견디며 “오렌지 사세요, 선생님! 하지만 안 사도 봐드릴게요”라고 외친다.

시골 소녀였던 어린 시절, 지역 라디오 방송을 통해 발굴돼 세계적인 인기를 누리는 가수가 되고, 정치적 탄압을 받기도 하는 등 파란만장한 인생을 살다 36세에 요절한 엘리스 헤지나라는 아티스트의 인생에 대해서 관심이 생겼다면 2016년에 나온 Elis 라는 영화를 보는 것도 추천한다. 유튜브, 구글 플레이 무비에서 구입할 수 있다.

 

Chico Buarque - A Banda

마을에 사랑을 노래하는 밴드가 돌아다녀, 돈을 세던 아저씨도, 슬픔에 잠겨 꽃봉오리를 오므린 장미도, 별을 세던 여자친구도, 모두 하던 일을 멈추고 노랫소리에 귀기울이며 행복해진다는 내용. 애플 뮤직에서 앨범 아트 속 가수의 젊은 시절 모습이 잘생기고 귀여워서 눌러봤다가 노래가 살랑살랑 즐거워서 빠졌다. 주로 여름에 듣는데, 한강 따라 따릉이를 탈 때 틀어놓고 흥얼거린다. 플레이리스트에 추가해 놓은 영상에서는 그림판으로 그린 귀여운 드로잉으로 가사 내용을 보여주고 있다.

 

Seleshe Demassae - A B C D

한국 애들이 하늘 천 따 지 천자문 외우듯이 ABC송을 부르는 아이들의 목소리가 너무너무 귀엽다! 박자를 놓쳐서 겨우 따라잡는 아이도 몇몇 있다. Seleshe Demassae는 에티오피아 전통 악기 크라 Krar 연주자이자 가수다. Awesome Tapes from Africa라는 아프리카 노래를 소개하는 블로그를 통해 알게 됐다.

https://www.awesometapes.com

한국 노래에선 접할 수 없는 다양한 악기가 등장해서 이것저것 들어보는 재미가 있다. 각국의 화려한 전통의상, 패턴, 아스트랄한 그래픽이 등장하는 앨범 아트를 구경하는 재미도 있다.

 

Salah Mustafa - Side A

노래가 너무 길어서 첫 곡 끝인 7분 14초까지만 들려드리도록 하겠다. 앞의 노래와 같은 블로그를 통해 알게 됐다. 테이프가 개별 곡의 명확한 구분 없이 계속 이어지는 형태로 녹음돼 있어 한국 고속도로 휴게소, 재래시장에 가면 들을 수 있는 뽕짝 메들리 같다. 수단의 나훈아, 살라 무스타파의 노래를 듣고 있으면 수단의 정신없는 동네 시장 풍경이 떠오른다. 집에서 요리를 할 때나, 심심할 때 틀어놓고 동생이랑 춤추면서 무아지경에 빠진다. 30분동안 집중해서 Side A를 끝까지 들어볼 때도 있다.

 

Awa Pulo - Djulau

Peulh라는 언어를 쓰는 말리 출신의 가수다. 지역 노래 대회에 떠밀려 나가게 됐다가 가수가 되었다고 한다. 응고니N’goni라는 현악기와 박을 이용한 퍼커션이 반주에 등장한다. 노래 가사는 지역 커뮤니티의 문제점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Ramengvrl - I’m Da Man

라멘걸은 인도네시아 힙합 씬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래퍼로, 일자 단발머리가 트레이드 마크다. 노래 가사 중 ‘안녕하세요’가 이국적인 느낌을 주기 위해 들어가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마치 케이팝에서 별 의미 없이 세련된 느낌을 주기 위해 영어 가사를 집어넣는 것과 같이 한국어가 사용돼서 흥미로웠다. 뮤비 세트장의 배경에도 건곤감리가 등장한다.

 

Ramengvrl - Bad Minah feat. Hullera

말레이시아 래퍼 Hullera가 피쳐링한 노래. 덧글에 보면 팬들이

People: Asians can't’ rap

Ramengvrl and Hullera: Hold ma Ayam Goreng

이라고 하며 두 아시안 래퍼를 자랑스러워 하는 것을 볼 수 있다.

팬으로서 라멘걸, 훌레라가 더 잘 돼서 한국으로 공연 오게 되는 날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Hullera - Seres Ah feat. Deedy

Deedy가 피쳐링한 Hullera의 노래. “Salam satu malaysia, its your girl, muka jawa totok bibir tebal giler

i keep it lokal (wishing you ONE MALAYSIA, its your girl, braided face with thick lips ,i keep it local so it's a little rough) 이라는 가사에서 말레이시아인으로서 정체성을 드러내고 있다.

 

Radhini - Fly feat. Ramengvrl

인도네시아에서도 여성의 권리 신장, empowering에 대한 얘기가 많이 나오고 있는데, 이 노래도 그런 트렌드에 부합한다. 여자들에게 우리들은 아름답고, 강하다, 꿈을 이룰 수 있다고 얘기하고 있다. Ramengvrl의 I’m cleopatra but he ain’t ma Caesar라는 가사 부분이 재밌다. 

 

老王樂隊 - 我還年輕 我還年輕 Teens Edge (워 하이 난 치, 워 하이 난 치. 난 아직 젊어, 난 아직 젊어)

대만 포크 락 밴드 라오왕위에다이의 노래. 중국어권에서 젊은이들의 현실을 비판적인, 아이러닉, 사캐스틱한 어조로 노래하며 많은 인기를 끌고 있다고 한다. 이 노래를 유튜브의 추천을 타고 타고 흘러가다 처음 알게 됐을 때는 조회수가 2만회 정도 였는데, 어느새 1000만회를 훨씬 넘겨 있어서 놀랐다. 너네의 꿈, 이상은 어딨냐고 하는 기성세대에게 미래가 불투명한 젊은이의 불안과 그럼에도 도망치지 않을 것이라는 의지를 노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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