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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감상회/2018-1

4.04

짜라투스트라 2018. 4. 4. 16:56




안녕하세요. 4월 4일 수요일 음감회를 주최하게 된 4학년 주지현입니다. 1학년 신입생 때 이맘때 쯤 동아리에 들어와서 한해에 한두번씩은 꼭 빼놓지 않고 음감회를 해왔었는데, 어찌저찌 졸업을 앞두게 된 지금 상황에서도 음감회를 하고 있다니 기분이 요상하네요. 그리고 음감회지에 기분이 이상하다 비스무리한 말을 한 네번정도 적었던 것 같습니다.

올해 1월에는 한달동안 캘리포니아에 칼아츠 연수를 다녀왔습니다. 한국의 수도권이 영하 1n도로 님들을 괴롭게 하고 있을 때 저는 평균 기온 23도 내외의 따뜻한 곳에서 올해의 초를 보냈답니다. 앞으로 언젠가 여행을 목적으로 갈 일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 향후 3-5년간은 갈 일이 없지 않을까 싶어서 더 아쉽고 짧은 한달이었네요. 그곳의 햇빛은 황금빛이고… 하늘은 청량하고… 공기는 깨끗했습니다. 공기에 햇빛을 제외하고 필터(ex.미세먼지)랄 것이 없다 보니 눈에 보이는 모든 광경이 채도가 높았습니다. 저는 여행을 간 사람들이 어떤 한 도시를 사랑하게 되었다~ 라는 말에 공감을 하지 못하는 사람이었는데, 이번 경험을 통해 아 이렇게 사랑할 수 있는 도시라는 것이 있구나 하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러니까… 이 음감회는… 아주 짧디 짧은 그 한달을 추억하기 위해… 글로 안 쓰면 잊어버리겠지만 글로 쓴다면 조금 더 길게 기억할 수 있지 않을까 해서… 하게 된 이름하야 TMI 음감회입니다. 1월 한달간 들었던 곡들로 준비해보았습니다. 전체적으로 따뜻하고 나른하고 여유로운 느낌의 곡들이 될 것 같네요. 들으면서 쉬셔도 되시고 주무셔도 됩니다…





Set List

Yellow Days / A Little While (5:18)
The Marias / Only in My Dreams (2:51)
Salami Rose Joe Louis / I miss you so (3:26)
The Holydrug Couple / Amphitrities Lost (4:30)
TheSecondSex / In A Mood (4:07)
Cranberries / Zombie (5:07)
Zzzaam / 싸이킥 (4:51)
Phum Viphurit / Long Gone (3:38)
Sunset Rollercoaster / My Jinji (6:40)

 총 재생 시간 40:28




Yellow Days / A Little While (5:18)

Yellow Days는 영국 출신 싱어송라이터로, 유럽과 미국을 오가며 활동하고 있습니다. 데뷔한지는 2년도 채 안된 신생 뮤지션입니다. 약간 날카롭고 건조한 목소리와 나른한 기타가 굉장히 잘 어울리죠.
그 때의 주말에 네바다의 라스베가스에 갈 일이 있었는데, 차를 타고 3-4시간 가량 끝없는 사막 혹은 황무지를 달렸습니다. 도로를 달리는 차들 외에는 아무것도 없는 메마른 땅이 끊임없이 펼쳐진 지평선을 보면서 몇시간동안 차를 타고 갔는데, 몇년 전 어린 저에게는 그게 로망이었지만(미국 서부 사막을 끝없이 달리기)그 로망을 예상치 못하게 해소하고 나니 좀 허무하더라고요…오래 앉아있으려니까 힘들고…그러나 이 노래를 들으면서 보는 풍경은 즐거웠습니다.
그때의 그 이미지와 가장 잘 어울리는 곡입니다. 메마르고 살짝 거칠고, 뻥 뚫린듯한 느낌이 아주 좋습니다.



The Marias / Only in My Dreams (2:51)

The Marias는 LA에서 2016년 후반에 결성된 밴드입니다. 부드러운 재즈 느낌이 살짝 배어있는 편안한 음악을 하는 팀입니다. 여성 보컬의 목소리가 굉장히 포근해서 좋습니다. 밤새 영상 작업 하면서 많이 들었네요.



Salami Rose Joe Louis / I miss you so (3:26)

The Marias와 비슷한 느낌의 뮤지션입니다. 이 분들도 캘리포니아에서 주로 활동합니다. 뭉개진 베이스 소리로 시작하여 자연스럽게 보컬의 목소리가 들어오는 것이 아주 편안하고 좋습니다.



TheSecondSex / In A Mood (4:07)

TheSecondSex는 뉴욕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아티스트입니다. 작년 12월 5일에 나온 이 곡 하나가 첫 곡이자, 이외에는 아직 아무것도 없는 아주 따끈따끈한 아티스트네요. 오늘같이 햇살 좋은 날에 늘어져서 들으면 정말 좋을 것 같죠.



The Holydrug Couple / Amphitrities Lost (4:30)

The Space Project 앨범의 한 곡인 The Holydrug Couple의 Amphitrities Lost입니다. The Space Project는 이름 그대로 우주 한가운데를 유영하는 느낌의 곡들로 오리건과 캘리포니아에 각각 운 거점을 두고 있는 인디 레이블 Lefse Records 아티스트들이 참여하여 만들어진 컴필레이션 앨범입니다. 여러분이 알고 계실법한 아티스트로는 Beach House, Youth Lagoon등이 있네요. 같은 앨범의 Spiritualized Mississippi Space Program  Always Forgetting With You (The Bridge Song)라는 곡도 좋으니 기회가 되시면 들어보시면 좋겠네요.


Spiritualized Mississippi Space Program /  Always Forgetting With You (The Bridge Song)


곳에서 친해진 GG(본인이 지은 가명입니다)라는 친구가 있었는데, 친구 차를 타고많은 곳을 돌아다녔습니다. Flying Lotus 인디 시절 활동했던 Low End Theory라는 로컬 힙합 클럽도 가고, 대안 공간 전시 등도 추천받아 가보고 하였네요. 미국에선 폐창고를 개조하여 디제잉과 프로젝션을 함께 하는 공연-전시가 매우 활발한 편인 같더라고요.

아무튼 곡은 Low End Theory에서 놀다가 공원을 돌아다니고 새벽에 타코트럭에서 아무거나 사먹고 그런 일들을 하다가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들었습니다. 망가져가는 GG 차를 타고 고속도로를 달리며 들었던 곡입니다. 세상은 어둡고, 차선을 표시하는 점들과 표지판들은 제게 다가오고, 불빛은 천천히 멀어지고, 모든 것들이 너무 선명하고 시간처럼 느껴지는 와중에 들은 곡은 정말 완벽했습니다.

함께 듣던 친구의 smoker’s music이란 코멘트가 기억에 남네요...






Cranberries / Zombie (5:07)

님들도 다 알고 계실법한(사실 모르는 사람이 없을) Cranberries의 Zombie입니다. 라스베가스의 길거리에서 아주 오랜만에 듣게 된 노래입니다. 저는 초-중학생 시절 저희 언니가 늘 듣던 노래라 알고 있었는데, 막상 약 10년 뒤인 지금 그렇게 우연히 마주쳐서 들은 노래가 훨씬 와닿아서 그날부터 자주 듣기 시작했어요. 알고 보니 그 날은 Cranberries의 보컬인 돌로레스 오리어던의 사망소식이 알려진 날이었습니다. 그래서 더욱 기억에 남네요.
Cranberries는 1993년 데뷔한 아일랜드의 얼터너티브 락 밴드입니다. 보컬인 돌로레스의 울림이 크고 또렷한 목소리가 아주 매력적인 밴드인데, 안타깝게도 이제는 디지털화된 목소리로 추억하는 수밖에 남지 않았네요...




Zzzaam / 싸이킥 (4:51)

1학년 첫 음감회 때 틀었던 Zzzaam의 또다른 곡인 싸이킥입니다. 한국의 몇 안되는 슈게이징 밴드로, 2002년에 데뷔하여 2004년까지 활동하고 해체하여 이제는 앨범을 구하기도 어렵죠. 싸이킥은 3집인 거울놀이 앨범에 수록된 곡인데요, 1집과 2집은 소량 오프라인 앨범으로 제작하여 스트리밍 사이트에 서비스조차 되고있지 않은…저는 가끔 웹에서 중고로 1, 2집을 파는 사람이 있는지 검색하며 (당연히 없거나 품절이기에)안타까워합니다. 2집 Requiem #1은 중고거래 사이트에서 14만원에 팔고 있더라구요...
GG네 집에서 아무 헛소리를 하다가 노래를 듣다가 하면서(제가 무슨 말을 했는지는 전혀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시간을 보낼 때 이 거울놀이 앨범을 통째로 들었는데요. 새벽인 와중에 창문 밖에서 들어오는 빛이 천장에 납작하게 붙어있고 뭐 그랬던 시각적인 기억은 잘 남아있습니다. 사진 찍어둘걸 그랬어요. 시간이 한없이 길어지는 곡이에요.



Phum Viphurit / Long Gone (3:38)

님들 다 아는 곡 또 틀어서 죄송하지만 제가 좋아하는 곡임은 틀림 없으니 틀겠습니다. 올 4월 28일에 내한이 예정되어있는 태국의 인디 팝 아티스트지요(표는 매진임 전 못감). Long Gone이라는 이 곡의 뮤직비디오 하나로 엄청난 화제를 불러일으켰는데요. 직접 셀프 프로듀싱한 뮤직비디오라고 하네요. 뮤직비디오에서는 약간의 열화된 비디오 화질의 화면에서, 느긋한 햇살 가운데 아주 자유롭게 춤 추는 멜빵의 여성분이 나옵니다. 기술적으로 특별하고 어렵게 찍은 것도 아닌데 곡과 너무나도 잘 어울리고, 무엇보다 저 여성분이 어떤 조금의 걱정도 없이 너무나 느긋하게 춤 추는 모습이 좋아서 몇번이나 보았네요.




Sunset Rollercoaster / My Jinji (6:40)

Sunset Rollercoaster는 대만의 인디 아티스트로, 이 곡은 Jinji Kikko라는 EP 앨범에 수록된 곡입니다. 특유의 햇살 따뜻한 느낌이 좋네요.
이건 귀국 당일날에 롤러코스터만 가득한 매직 마운틴을 가서 롤러코스터(다른 종류로 대략 8-9개정도)만 하루종일 탔기 때문에…(그리고 아티스트 이름이 선셋 롤러코스터라는 아주 단순한 이유로)선곡했습니다.
즐겁고 밝으면서도 우울한 점이 그곳에서의 한달간의 제 감상과 꼭 닮아있습니다. 노래가 점점 더 중첩되고 층이 늘어나면서 상승하는데, 갑자기 뚝 끊기면서 끝나는 점 또한 그렇습니다. 파일이 잘못된 것이 아니라 정말로 그렇게 끝나는 곡이니 당황하지 마세요.



님들한테 궁금하지도 않을 정보들로 가득한 TMI 음감회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흑흑… 한국 싫어요… 졸전 준비하기 싫어요… 돌아갈래요… 제 마음의 고향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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