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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감상회/2023-2

23.11.02

짜라투스트라 2023. 10. 31. 10:56

안녕하세요, 섬패디과 22학번 한예서입니다.

 

요즘 날씨가 급격하게 추워졌네요. 다들 감기는 안 걸리셨는지.저는 환절기 감기 및 비염 때문에 고생 중입니다. 

 

제가 가장 좋아하는 계절이 가을인데, 10월(내 생일)이 오기만을 손꼽아 기다리고 설레했던 어린 시절과는 달리 요즘은 가을이 너무 빨리 지나가버릴까봐 걱정하며 나날을 보내고 있는 것 같아요..  실제로 최근에 갑자기 무언가에 쫓기는 느낌, 불안한 감정이 많이 심해져서 작업에도 슬럼프가 오고일상생활이 힘들었습니다. 음악을 듣는 것이 제 탈출구였는데 요즘은 음악을 들어도 집중이 안 되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하나 막막하기만 하고 그렇더라고요..

계절을 타는 편은 아닌데 최근 갑자기 마음이 뒤숭숭해져서 그런지, 이번 음감회 리스트도 몇 번을 뒤엎고 안 할까 생각도 하고 그랬던 것 같습니다.

 

작년 11월 쯤에 제가 짜라 들어와서 첫 음감회를 했었는데요 혹시 그때 음감회지를 읽어본 분이 계실지 모르겠지만 그때 제가 제이팝을 엄청 좋아하는데 생소하실까봐 못 틀었다.뭐 이렇게 써놓은 대목이 있습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그때 생각을 좀 많이 하면서 거의 제가 즐겨 듣고 좋아하는 제이팝으로만 구성했고, 이렇게 힘들 때 또 다른 하루를 살아갈 힘을 주는 곡들로만 이루어진 셋리스트를 가져와 보았습니다.

 

 

가을은 소프트록의 계절이라고 하죠.개인적으로 제이 록이 기분 전환에 정말 좋다고 생각해서 편하게 들으시길 바라며 짜 봤습니다. 

첫 음감회를 하고 벌써 1년이 지났네요.가을이 지나가는 걸 불안해하지 않는 어른이 되길 기대하며 같이 감상해 주셨으면 합니다.  

 

1.   04 Limited Sazabys- soup

주로 펑크 록 장르를 많이 선보이는 일본의 록밴드 04 리미티드 사자비스의 곡입니다. 

제가 이 밴드의 보컬 GEN의 목소리를 정말 좋아하는데뭔가 유치한 것 같으면서도 중성적이며 내지르는 고음이 너무 매력적인 것 같습니다. 후렴에 반복되는 가사가 특히 인상적인데 

 

 

君がいない世界好きになりた

네가 없는 세상을 좋아하고 싶어

 

 

무슨 뜻일까요?이 곡을 들을 때마다 정말 궁금합니다. 여러분은 이런 생각을 해보신 적 있나요?

사랑하는 대상에게 너 없음 못산다는 말을 돌려서 전하는 것 같기도 하고, 이미 떠나버린 상대를 원망하는 것 같기도 해요.어찌됐든 심오한 가사와 신나는 분위기, 제이팝의 매력을 잘 보여주는 곡이라고 생각해서 첫 곡으로 선정해 보았습니다. 여러분도 같이 저 가사가 어떤 의미일지 해석해 보아요.

 

 

 

2.   Cidergirl-メランコリー(멜랑콜리)

이 곡 또한 보컬이 정말 빛을 발하지 않나요?일본 남성 아티스트들 음색에 정말 뭐가 있는 것 같습니다. 

가사도 그렇고 멜로디, 기타 그리고 키보드 솔로가 머릿속을 비우고 이 곡 자체를 즐기기에 좋은 것 같습니다. 제목은 멜랑콜리이지만 4분 동안이라도 이 곡을 들으면서 마음의 짐들을 내려놓을 수 있으면 좋을 것 같습니다.

 

 

 

3.   Dekakutemarui.–HIKARI

데카쿠테 마루이라는 일본의 인디 밴드입니다.  밴드 이름이 특이해서 우연히 알고리즘에서 찾았는데,(크고 둥글다라는 뜻) 뭔가 서투르고 정제되지 않은 것 같으면서도, 날것의 감정을 그대로 다 쏟아내는 듯한 느낌이 너무 인상적이라 좋아하게 되었어요. 

이렇게 묘하게 벅차오르면서도 건조하게 끝나는 느낌은 일본 인디밴드들이 정말 잘하는 것 같습니다. 데카쿠테 마루이가 좀 더 유명해지길 바라며 이 곡을 셋리스트에 넣어 봤습니다. 

 

 

 

4.   Oisicle Melonpan-夜顔 (Moon Flower)

제가 첫 음감회에서도 틀었던 밴드 오이시쿠루 메론빵의 곡입니다. 

개인적으로 이 밴드 흥미로운 이유가 멤버 3명이 있는데 그 3명이 다 너무 달라서 볼 때마다 웃깁니다. 

왼쪽부터 건실한 일본 회사원같은 드러머, 약간 여고생 무드(..) 보컬, 킹누의 다섯번째 멤버같은 베이시스트까지, 서로 어쩌다 만나서 모여 사는 사람들 같지 않나요.그렇다기엔 셋이 합이 너무 잘 맞는..

보컬 나카시마의 음색은 말할 것도 없고 수돗물을 틀어놓은 것 같은 기타와 베이스 라인, 드럼까지 너무너무 완성도 높고 좋은 곡인 것 같습니다. 

 

 

 

5.  Tokyo Jihen-絶命 (절체절명)

여러분은 여러분 인생의 엔딩 크레딧 곡을 생각해보신 적 있으신가요?

저는 후보가 50곡이 넘는데, 그중에서 탑 3안에 드는 곡입니다. 시이나 링고가 속한 밴드 동경사변(혹은 도쿄지헨) 의 곡인데요,  퇴폐적인 시이나 링고의 보컬이 절망 속 희망을 노래하는 데서 오는 카타르시스가 이 곡을 더 특별하게 해주는 것 같습니다. 

 

가사를 자세히 봐보면, 희망찬 분위기와는 달리 곡의 앞부분에서는 슬픔이 숨죽여 화자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화자는 슬픔의 존재를 인지하고 있지만 달리 어찌할 방도가 없어 너무나도 무겁고 너무나도 차가운 슬픔에서 벗어나지 못합니다. 하지만 곡이 전개되며 슬픔에게 나를 먹어치우지 말아줘’, ‘나를 속박하지 말아줘’ 라고 경고하며 이 한 줄로 곡이 끝납니다.

 

 

晴れ渡る空は遠く塗り潰されて行く

맑게 개인 하늘은 멀리 남김없이 칠해져

 

 

이 곡의 영어 제목이 Life May Be Monotonous But The Sun Shines입니다. 삶은 단조롭겠지만 그래도 해는 비친다라는 뜻이죵. 가사에서 자주 나오는 슬픔이, 뭔가 엄청나게 크고 절망적인 사건이 아니더라도 단조롭고 반복적인 일상에서 오는 허무감일 수도 있잖아요? 그렇지만 계속해서 슬픔에게 ‘나에게서 멀어져!’라고 하며버티면서 살아가다 보면 어둡던 하늘이 맑게 개일 거다.라는 그런 메세지인 것 같습니다. 일본어 제목은 절체절명인데 개인적으로 죽을 정도로 위태로운 절체절명의 상황에서도 희망을 노래하는 느낌이었습니다.

 여러모로 제가 보내는 시간들을 버틸 수 있게 해주는 곡이라 생각해서 주저리주저리 적어봤습니다. 망할듯 망할듯 망하지 않는 것이 인생이라고 하잖아요?.. 버티다 보면 언젠가는 행복해지리라는 희망을 가지고 하루하루 살아가는 자세가 정말 중요한 것 같습니다.  여러분들도 이 곡을 들으면서 희망을 얻어가셨으면 좋겠습니다.

 

 

 

6.   Gus Dapperton-First Aid

유일하게 일본 곡이 아닌 미국의 아티스트 거스 대퍼튼의 2집 ‘Orca’의 수록곡입니다. 이 앨범이 진짜 좋은데 한 번 처음부터 끝까지 들어보시는 걸 추천드립니다. 

이게 굉장히 자기고백적인 곡인데, 아직 두려워하는 법을 배우는 중이며 속도를 조절할 줄도 모르지만 약자를 사랑하기로 맹세했고, 이 모든 인생의 과정에 함께하며 자신을 구원해 준 여동생에게 감사를 표하는 그런 절절한 곡입니다. 

 

저는 앞부분의 거스가 자신의 약한 내면을 도려내 보여주는 듯한 가사가 정말 와닿았는데요, 제 얘기 하는 것을 특히 어려워하는 저에게는 이 부분이 괜찮다 그래도 된다’ 라고 말해주는 느낌이었고 그래서 마지막 부분의 클라이막스에서 더 이입할 수 있었습니다. 

 

중간에 잠깐 나오는 여자 목소리가 거스의 여동생이라고 해요. ‘주간고속도로 제95호선 (1000마일) 크기의 심장을 가졌다’ 라는 가사로 여동생을 표현했네용.

 

 

 

7.   Monkey Majik-空はまるで (하늘은 마치)

캐나다인 두명과 일본인 두명으로 이루어진 일본의 밴드 몽키매직입니다. 보컬이 캐나다인인데 그래서 그런지 묘하게 컨트리 느낌도 나는 거 같고 하여간 다채로운 곡이에요. 이 곡도 희망찬 내일로 달려가자.이런 느낌의 곡입니다. 오늘 많은 분들이 제 음감회가 끝나고 가벼운 발걸음으로 집에 가실 수 있기를 바라며…..

 

 

 

8.   Macaroni Empitsu-愛の波 (사랑의 파도)

제가 세상에서 제일 좋아하는 곡입니다. 정말 아끼는 곡이라서 동방에서도 한 번도 튼 적 없는데(?..) 이번 음감회에 넣어 봤습니다. 이거는 사실 그냥 머리 흔들면서 듣기 좋은 곡인것 같아요. 곡자체는 정말 신나는데 뭔가 되게 쓸쓸하게 마무리되는 느낌입니다.

 

 

好かんな、好かんがんだ

스칸나, 스칸가 츠칸다

좋아하지 않는, 싫어하는 걸 붙잡아

 

あので私はできている

아노 코이데 와타시와 데키테 이루

 사랑으로 나는 만들어져 있어

 

 

 

9.   Sumika-Starting over

스미카!!!!!!!!!

희망이라는 단어가 노래가 된다면 스미카의 곡들이 아닐까 감히 예상해봅니다. 듣자마자 그래 오늘 하루도 살아가자!!!!!!라는 생각이 드는 곡이네요….. 스미카의 곡을 처음 들었을때, 음악을 듣고 사람이 정말 행복해질 수가 있구나 라는 생각을 했던 것 같습니다. 스미카의 멤버들 또한 본인들도 방황을 한 만큼 꿈을 가진 사람들을 응원해주기 위해 노래한다고 합니다. 멋있잖냐!!ㅠㅠ

 

픽션, Lovers, Shake&Shake 같은 히트곡은 물론이고 アンサパレド 앨범은  sara, enn을 포함한 전곡이 다 좋으니까 꼭!!! 들어보시기 바랍니다. 

 

 

 

10.   Yangskinny-Ainokansoki(사랑의 건조기)

최근에 갑자기 유명해져서 알게 된 밴드 양스키니입니다. 사랑을 빨래, 건조기, 세탁기.이런 단어들을 써가며 비유한 게 엄청 뭔가 z세대 스럽네요.. 라이브도 잘하고, 앨범 커버에도 있는 프론트맨이 힙해서 최근에 많이 찾아 듣고 있습니다.

 

 

 

11.   Fujii Kaze-SAYONARA Baby

마지막 곡입니다. 잔잔하게 끝낼지 신나는 노래 한방으로 마무리할지 고민 많이 했는데, 이번 음감회의 주제 그리고 제가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와 정확히 맞는 곡이 있어 이 곡을 선정했습니다. 

 

 

別れはみんないつか通る道じゃんか

와카레와 민나 이츠카 토오루 미치쟝카

작별은 누구나 한 번쯤은 겪는 길이잖아


だからは見せずにさよならべいべ

다카라 나미다와 미세즈니 사요나라 baby

그러니 눈물 보이지말고 작별하자 baby

 

 

이 가사가 좋았습니다.

이별한다는 것은 상대방을 놓아준다는 것일까요?

저는 지금 고양이 두 마리를 키우고 있는데요, 얘네들 전에 키우던 한 마리가 있었는데 키운지 얼마 안 돼서 세상을 떠났습니다. 10년이 거의 다 돼가는 일이긴 하지만 아직도 그 친구 생각을 하면 미안하기만 하고 그 때 더 잘해줄걸 제 자신을 원망하기도 하고 하여튼 죽고 싶은 기분이 듭니다.

근데 어떤 지식인 글에서 봤었는데, 대상이 이미 물리적으로 나의 곁을 떠났고 그립고 다시 보고싶은 상황에서 놓아준다라는 것은 그 대상에 관한 기억, 추억들을 모두 추상적 바다에 쏟아붓는 것이라고 합니다. 언제든지 그 대상이 보고 싶을 때 그 바다에 가면, 제가 대상과 함께했던 추억들은 썩지 않고 기억 속의 바다에 오래오래 남아있다는 것입니다.

저는 사실 그렇게 감성적인 사람도 아니고 글도 잘 못 쓰는 사람이라 이 말이 뭔 뜻인지는 정확히 이해가 안 가지만, 그 친구의 동그란 눈, 접힌 귀, 하얀 이마 가운데 까만 점 같은 것들을 마음 속 바다에 가라앉혀 둔 채 그 친구가 보고 싶을 때마다 떠올린다는 것이 그 친구를 놓아주는 것, 즉 성숙한 이별을 하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이별을 그 대상을 잊고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내 마음 속 바다에 추억이 하나 더 쌓인다는 느낌으로 받아들인다면 좀 덜 힘들지 않을까 싶어용. 

글이 좀 길어졌는데 아무튼 희망찬 멜로디로 아름다운 이별을 노래하는 후지이 카제의 사요나라 베이비라는 곡이 제가 성장하고 한 발 앞으로 나아갈 수 있었던 계기라 생각해서 마지막 곡으로 선정했습니다. 

 

음감회를 마무리하며, 오늘 저의 글과 셋리스트가 한 분에게라도 위로가 되었고, 살아갈 힘을 주었다면 저는 그걸로 만족할 것 같습니다. 전부 다 일본곡이라 지루하진 않으셨을지.좀 걱정되긴 하지만 ㅎㅎ

 

짜라 들어온지 벌써 1년이 넘었는데 그동안 이렇게 음악 얘기, 깊은 얘기들 같이 할 수 있는 친구들이 생겨서 너무 행복합니다. 음감회 즐기셨길 바라며 마무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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