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음악감상회/2023-2

23.11.16

짜라투스트라 2023. 11. 14. 21:09

안녕하세요, 짜라투스트라 여러분.
저는 막학기를 다니고 있는 미술대학 예술학과 4학년 배나현입니다.

지난 23학년도 1학기, “한국 대중가요를 통해 바라본 하이데거의 시와 언어“ 음감회를 마지막으로 더 이상 등장하지 않겠노라 말했지만 미야자키 하야오처럼 또다시 돌아왔습니다. 이번이 정말로… 진짜로… 마지막일 것이라 확신합니다. 그러니 너무 지겨워하지 마시고 귀엽게 봐주세요.

저는 이번에 영화 사운드 트랙 음악을 주제로 리스트를 짜보았습니다. 이유는 별거 없습니다. 그냥 제가 영화를 좋아합니다. 아르바이트도 영화관에서 할 정도로 영화가 좋습니다. 영화와 음악은 마치 실과 바늘같이 서로를 떼어놓을 수 없는 사이라 생각됩니다. 음악은 단순히 영화의 배경이나 장식의 역할로 한정되지 않습니다. 인간의 경험에 있어 음악은 중요한 부분이기에 영화의 깊이를 건설하는 핵심적인 요소로 작동됩니다.

이번 음감회 리스트의 선정 기준은 단순하지만 까다롭습니다. 영화 전체가 그리고 그 안의 찰나의 음악이 제 마음의 동요를 일으켰는지를 중점으로 고르고 골랐습니다. 그다음 하나의 이야기로 연결될 수 있도록 순서를 짜보았습니다.

만약 제가 짠 리스트의 음악과 그 영화를 이미 알고 계신다면… 축하드립니다! 저와 취향이 비슷하다는 증거가 아니겠습니까? 그만큼 공유할 만한 지점이 많겠죠. 다시 한번 과거의 순간을 곱씹는다고 생각하세요.

이와 반대로, 제가 짠 리스트의 음악과 그 영화가 생소하게 느껴지신다면… 그것 또한 축하드립니다! 새로운 경험이 눈 앞에 펼쳐진 지금 이 순간을 즐기시길 바랍니다. 첫인상이 마음에 든 음악이 있다면 그 영화에도 한번 관심을 가져보시는 것을 추천해 드립니다. 정말 좋은 영화들이거든요. 단연코 그 경험을 후회하지 않을 것이라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1.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This Is A Life (Extended) -Son Lux

 

제 음감회의 포문을 여는 첫 음악은 2022년 최고의 영화라 자부할 수 있는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의 삽입곡입니다. 저는 이 영화를 총 세 번 보았습니다. 그중 두 번째로 볼 때, 카타르시스와 같이 불가항력적으로 눈물이 줄줄 흐르더군요. 음악 초반에 갑자기 충격을 주면서 반전을 주는데, 이는 영화 속에 주인공 에블린이 멀티유니버스에 입장하는 그 초월적 순간을 표현한 것으로 생각됩니다. 에블린이 멀티유니버스로 가는 것처럼, 우리도 새로운 몰입의 세계에 입장하는 순간이라고 상상해 봅시다.

 

 

 

2.

 

≪더 스퀘어≫

Improvisació -Bobby McFerrin

 

스웨덴의 감독인 루벤 외스툴른드의 영화로, 남성성의 상실 3부작 중 두 번째 영화로 불립니다. 악기 없이 손과 입 등 몸의 소리로만 구성된 노래로, 우리의 친숙성을 깨부수며 낯섦과 이질감을 전달합니다. 8분이라는 시간이 길게 느껴질 수 있지만, 그 불편한 순간을 온몸으로 새롭게 느껴봅시다.

 

 

 

3.

≪슬픔의 삼각형≫

Marea(We’ve Lost Dancing) -Fred again..

 

이전 영화와 동일한 감독인 루벤 외스툴른드의 2023년도 개봉작입니다. 이 영화 또한 남성성의 상실 3부작 중 하나인, 마지막 영화로 불립니다. 만일 마르크스가 살아서 이 영화를 본다면 웃다 울기를 반복해서 똥꼬에 털날 것 같은 그런 영화로 생각되네요. ‘슬픔의 삼각형’은 우리가 인상을 찡그릴 때 미간에 생기는 삼각형을 일컫습니다. 삼각형의 형태는 보통 계급의 피라미드 도상으로 쓰입니다. 감독은 삼각형을 옆으로 뒤집어도, 이전과 마찬가지로 또 하나의 계급구조를 보이는 삼각형이 재생산된다는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줍니다. 이 음악은 영화의 엔딩에 남자주인공이 도망치는 장면에서 나오는 노래입니다.

 

 

 

4.

≪마담 푸르스트의 비밀 정원≫

Attila Marcel -Nadia Djabella

 

대중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프랑스 영화입니다. 시간과 기억, 그리움에 대한 이야기를 주인공의 삶을 통해 서술해 나가며, 관객들로 하여금 기억을 통해 과거를 재구성하도록 인도합니다.

 

 


5.

≪올드보이≫

Cries And Whispers -이지수

 

등장인물인 우진의 테마곡입니다. 저는 이 음악을 고등학교 3학년 때, 목동에서 마포까지 학원에 버스를 타고 갈 때마다 꼭 들었습니다. 창밖을 보며 이 노래를 들으면, 제가 바라보는 현실의 세계가 대상화되어 거리감이 느껴지는 기분이었거든요. 외할머니 장례식장에 가는 길, 생활기록부의 누락으로 다시 정시 원서 서류를 내러 가는 길 등 감정적으로 버티기 어려운 순간마다 정신과 약 복용처럼 이 노래를 찾았습니다. 이제는 19살의 배나현과 달리, 25살의 배나현은 더 이상 이 노래를 들을 일이 잘 없습니다. 모두 여러분 덕분입니다.

 

 

6.

≪레퀴엠≫

Lux Aeterna -Clint Mansell 

 

우울하다고 유명한 영화인데, 저는 이 영화를 보고 오히려 후련함을 느꼈습니다. 성인이 되자 이런 영화도 볼 수 있고 담배도 필 수 있고 술도 마실 수 있고 등등… 제한이 끝난, 새로 펼쳐진 세상이 행복했습니다.

 

 

 

7.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

09 まげてのばして -Hazardnb

 

영화는 한 여성의 일생을 끊임없이 절벽으로 밀어뜨립니다. 매우 잔인하다고 느껴지지만 현실은 더욱 혹독하다는 사실에 더 눈물이 나는 영화입니다. 이 노래 말고도 다른 삽입곡들도 모두 좋아요. 불륜남이 자기 집에 찾아오는 매주 수요일을 즐겁게 기다리는 해피 웬즈데이도 계속 생각이 납니다.

 

 

8.

≪어네스트와 셀레스틴≫

La chanson d'Ernest et Célestine Version Longue -Vincent Courtois, Thomas Fersen

 

적대적 관계인 생쥐와 곰이 점차 서로를 위로하는 친구의 존재가 되는 내용의 프랑스 애니메이션입니다. 다름에 대한 편견과 이해를 설명하기에 관람자로서 불가항력적인 눈물을 줄줄 흘리며 이해받는 존재가 된 기분을 느꼈습니다.

 

 

 

9.

≪펀치 드렁크 러브≫

He Needs Me -Jon Brion

 

짜라투스트라에서 많은 인기를 받는 폴 토머스 앤더슨의 영화 수록곡입니다. 완벽하지 않은 두 사람이 사랑을 통해 내면의 상처와 고독을 치유하는 과정을 귀엽게 보여주는데, 부러워서 눈물이 납니다. 폴 토마스 앤더슨의 다른 작품인 ≪매그놀리아≫도 추천해 드립니다.

 

 

 

10.

≪바빌론≫

Finale -Justin Hurwitz

 

이제 드디어 마지막 곡입니다. 영화에 대한 예찬을 담은 <바빌론>의 엔딩 장면 수록곡으로 마무리하려 합니다. 얼렁뚱땅 부족함 많은 제 음감회를 마무리하는 데 적합한 음악이라 생각되네요. 화려한 허상의 꿈을 이제 뒤로하고 다시 현실의 세계로 돌아와 봅시다. 약 40분의 시간 동안 제가 건설한 허술한 세계를 유영하느라 수고하셨습니다. 


2023년 11월 16일 음감회에 참석해 주신 분들, 또 이 음감회지를 읽고 계신 미래의 감상자 분들 모두 감사합니다. 언제나 그랬듯이 모든 분의 행복과 평안을 기원하며, 저는 이만 사라지겠습니다. 다들 안녕~!

'음악감상회 > 2023-2' 카테고리의 다른 글

23.11.30  (0) 2023.11.28
23.11.23  (0) 2023.11.23
23.11.02  (0) 2023.10.31
23.10.12  (0) 2023.10.12
23.10.5  (0) 2023.10.03
공지사항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Total
Today
Yesterday
링크
«   2025/01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글 보관함